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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비대위원장에 우상호…시작부터 ‘친문’ vs ‘친명’ 격돌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더불어민주당이 6·1 지방선거 참패에 따른 당내 혼란을 진화할 소방수로 우상호 의원(4선·서울 서대문 갑)을 선택했다. 우 의원은 7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민주당 의원총회에서 만장일치로 비상대책위원장에 추대됐다.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우상호 신임 비상대책위원장이 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의원총회를 마친 뒤 나오면서 취재진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우상호 신임 비상대책위원장이 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의원총회를 마친 뒤 나오면서 취재진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우 의원은 민주당에서 원내대표·최고위원·대변인 등 당직을 두루 경험해 당무(黨務)에 밝다. 이른바 ‘86그룹’ 출신이지만, 차기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기 때문에 ‘86용퇴론’에서도 자유로운 편이다. 신현영 민주당 대변인은 “중량감 있는 현역 의원을 추대하자는 의견이 우세했다”며 “우 의원이 불출마를 선언한 만큼 (당내 갈등에) 치우치지 않을 거란 기대가 있었다”고 전했다.

민주당은 이날 의원총회에서 이용우(초선), 박재호(재선), 한정애(3선) 의원과 김현정 민주당 원외위원장협의회장(경기 평택을 지역위원장)도 비대위원으로 선임했다. 계파색이 옅고 합리적인 인사들로 구성됐다는 평가다. 민주당은 조만간 4선 이상 중진 및 여성·청년 몫 비대위원을 확정한 뒤, 7일 당무위 등 인준 절차를 거쳐 확정한다는 계획이다.

우 의원은 이날 의원총회 직후 기자들과 만나 “비대위원장을 맡아 달라는 요구를 무거운 마음으로 수락했다”며 “민주당의 색깔을 놓지 않으면서, 선거 패인을 잘 분석해 거듭나는 모습을 만드는 데 역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우 의원은 또 “당내 갈등 요소를 조만간 빨리 수습해서, 당이 한목소리로 나아갈 길을 만드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라고도 덧붙였다.

친문·친명 전면전 양상…의원총회부터 격돌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당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를 비롯한 의원들이 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차기 지도부 구성 논의를 위한 더불어민주당 의원총회에서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뉴스1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당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를 비롯한 의원들이 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차기 지도부 구성 논의를 위한 더불어민주당 의원총회에서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뉴스1

하지만 당내에선 향후 비대위의 앞길이 순탄하지 않을 거란 관측이 많다. 지방선거 패배 이후 이미 친문(親文) 대 친명(親明) 그룹 간 내전은 벌어졌다. 특히 8월 말로 예정된 전당대회는 2024년 총선 공천권을 쥐는 새 당대표를 뽑는 ‘공천권 전쟁’의 성격이 강하다. “의원 숫자는 많지만 유력한 당대표 후보가 없는 친문 입장에서나, 대중적 지지도보다 당내 기반이 약한 친명 입장에서나 쉽게 물러설 수 없다. 비대위가 자칫 고래 싸움에 끼일 수 있다”(민주당 당직자)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실제 갈등은 비대위원장을 선임한 이날부터 시작됐다. 비대위 역할을 둘러싼 이견이 분출되면서다. 친문 성향 김종민 의원은 이날 오전 한 라디오 인터뷰에서 “일단 왜 국민의 심판을 받았는지 정확하고 냉정하게 평가해야 한다. (필요하면) 전당대회를 연기하는 것도 생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비대위 역할의 초점을 ‘선거 평가’에 맞춘 의견이었다.

이에 대해 친명 그룹의 한 초선 의원은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선거 평가는 민주적 정당성을 갖춘 새 지도부가 해야 한다”며 “비대위의 우선 업무는 전당대회 관리”라고 반박했다. 선거 평가 과정에서 ‘이재명 책임론’이 거론될 가능성이 높은 만큼, 친명 그룹에선 “비대위 역할은 전당대회 준비에 국한돼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이다.

전당대회 규칙을 둘러싼 격돌도 시작됐다. 당내 대표적인 강경파인 정청래 의원은 이날 의원총회에서 “전당대회 지도부 선거에서 권리당원 투표 비율을 늘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행 당헌·당규에서 45%로 정해놓은 대의원 투표 비율은 낮추고, 40%로 정한 권리당원 투표 비율은 높이자는 주장이다. 당내에선 권리당원 투표 비율이 높아질 경우 강성 지지층의 팬덤이 강한 이 의원이나 ‘처럼회’ 소속 의원들이 유리해질 것이란 전망이 많다.

이에 박용진 의원은 “권리당원·대의원의 비율이 중요한 게 아니라, 일반 국민의 의견이 중요하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일반 국민 여론조사 비율(현행 10%)을 대폭 늘려, 권리당원 투표와 함께 50%씩 반영하자. 민주당을 지지하지 않는 국민 의견까지 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친문 성향 강병원·고민정 의원도 “일반 국민 민심을적극 반영해야 한다”는 취지의 주장을 펼쳤다고 한다.

이날 의원총회에서는 전당대회에 앞서 당 대표에게 모든 권한이 집중되는 ‘단일 지도 체제’를 바꾸자는 의견도 나왔다. 안규백 의원은 “당내 모든 사람들을 아우를 수 있는 ‘집단 지도 체제’로의 전환이 필요하다”며 “국민의힘은 김종인 박사도 모시고 오고 ‘0선’ 이준석 대표도 만들었는데, 우리만 아무 변화 없이 가면 안 된다”고 발언했다.

한편, 당내 전면전 양상이 벌어진 이날 의원총회에는 이재명 의원과 친문의 핵심 전해철 의원 모두 참석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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