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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앤츠랩] 급락한 NFT 테마주? 핀테크 본업 탄탄한 '이 기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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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데이트

‘핀테크(Fintech)’라는 단어, 이제 낯설지 않죠. 기술이 주도하는 금융혁신이 대세이고, 이게 엄청난 돈이 된다는 건 다들 아실 텐데요. ‘핀테크 대표 기업’하면 어디가 떠오르시나요? 카뱅? 토스? 두나무? 오늘은 그렇게 유명하거나 크진 않지만 사실은 핀테크의 중심에 있는 소프트웨어 기업을 소개합니다. 구독자 indi*****11@gmail.com님이 앤츠랩 게시판에 제안해주신 기업, 아톤입니다.

모든 핀테크의 시작엔 인증이 있다, 아톤. 셔터스톡

모든 핀테크의 시작엔 인증이 있다, 아톤. 셔터스톡

혹시 아직도 계좌이체할 때 OTP 토큰(일회용 비밀번호 발생기) 눌러서 쓰시나요? 또는 네자리 숫자가 빼곡히 적힌 보안카드를 주섬주섬 꺼내시나요? 요즘 모바일 뱅킹과 MTS 이용할 땐 그런 게 다 필요 없어졌죠. 그냥 6자리 비밀번호나 지문인증만으로도 웬만한 금액(일부 은행은 하루 5억원까지도)을 보낼 수 있으니까요.

그럼 어떻게 이렇게 편리해졌을까요? 이렇게 해도 안전하니까 하는 거겠죠? 바로 이 인증솔루션을 개발해 국내 내로라하는 금융회사들에 공급하는 중소기업이 아톤입니다. 1999년 설립돼 피처폰 시절이던 2000년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을 국내 최초로 개발했던 나름 역사가 있는 기업이죠.

아톤의 인증솔루션을 이용하는 금융사들. 출처는 아톤의 기업설명회 자료

아톤의 인증솔루션을 이용하는 금융사들. 출처는 아톤의 기업설명회 자료

은행은 국민·신한·하나·농협·기업은행·케이뱅크, 증권사는 NH·삼성·한투·신한·대신·한화·메리츠·IBK·한국포스·카카오페이증권, 그리고 일부 저축은행, 카드, 보험사까지. 아톤의 보안·인증솔루션을 채택한 고객사를 열거하자면 이렇습니다. 딱 봐도 금융권에선 기반이 탄탄해보이는데요.

아톤이 보안에 매우 까다로운 금융회사들을 뚫을 수 있었던 건 스마트폰 안에 ‘특수보안공간’을 구축하는 기술 덕분입니다. 과거엔 OTP토큰이나 보안카드처럼 스마트폰과 분리된 별도 보안매체가 있어야 했는데요. 이 경우엔 발급 받으러 은행 지점에 가야 하고, 집에 놓고 오거나 잃어버리기도 하고, 이만저만 귀찮은 게 아니죠(심지어 OTP토큰은 배터리가 닳아서 교체해야 하는 경우도!). 그런데 이걸 스마트폰 안에 해커가 뚫을 수 없는 보안영역을 소프트웨어로 만들어 버리는 방식(국내 최초)으로 해결. 따로 들고 다니거나 발급 받으러 지점에 찾아갈 필요가 아예 없어졌습니다. 당연히 훨~씬 간편하죠.

그럼 아톤은 돈을 어떤 식으로 벌까요? 크게 두가지인데요. ①은행이나 증권사에 보안·인증 솔루션을 구축해주거나, 이후 유지·보수를 해줄 때 매출이 생깁니다. 고객사가 많아지면 매출이 늘지요. 이건 다른 소프트웨어 업체와 비슷. ②그런데 여기에 추가해서 가입자당 라이선스 수수료도 챙깁니다. 예컨대 신한은행 쏠뱅킹이나 농협은행 올원뱅크 앱을 은행 고객이 스마트폰에 다운 받으면 아톤의 매출이 발생하죠. 만약 사람들이 공모주 청약하려고 금융회사 앱을 여러개 많이 다운 받거나, 스마트폰을 새 걸로 교체해서 앱을 새로 깔게 된다면 아톤엔 땡큐인 겁니다. 딱 봐도 감이 오시죠? 상당히 안정적으로 성장하는 매출 구조입니다. 아톤 측은 이걸 '계단식 매출 성장' 구조라고 설명하죠.

 핀테크? 마이데이터? 이용하려면 '네가 너라는 것'을 증명해! 셔터스톡셔터스톡

핀테크? 마이데이터? 이용하려면 '네가 너라는 것'을 증명해! 셔터스톡셔터스톡

지난해부터 새로운 기회가 열렸죠. ‘마이데이터 사업’이 본격화된 건데요. 마이데이터는 용어가 좀 생소하지만 개념은 쉽습니다. 내가 A은행, B은행을 이용한 금융거래 정보를 C회사에 넘겨줄 수 있는 거죠. 기존엔 ‘A은행에서 내가 거래한 정보=A은행 거’였기 때문에 다른 데 못 넘겨줬는데, 이제 내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겁니다. 이 사업을 하겠다며 기업들이 앞다투어 뛰어들고 있는데요, 마이데이터를 하려면 본인임을 인증해주는 보안·인증 솔루션은 당연히 필수죠. 아톤의 고객사가 더 늘어날 수밖에 없는 추세인 겁니다. (물론 마이데이터 사업이 실제로 얼마나 활발하게 되느냐는 좀 다른 문제지만.)

한마디로 물이 들어온 셈인데요. 지난해 아톤의 매출액(433억원, +49%)과 영업이익(91억원, +342%)이 껑충 뛴 것도 그 덕분이죠. 영업이익률도 21%로 높아졌습니다. 올 1분기에도 성장세를 이어가는 중.

패스 인증을 많이 쓰면 아톤의 매출이 올라간다. 아톤 홈페이지

패스 인증을 많이 쓰면 아톤의 매출이 올라간다. 아톤 홈페이지

아톤이 하는 다른 사업도 있는데요. 이건 아마 들어보셨을 겁니다. 패스(PASS) 인증.통신 3사(SK텔레콤, KT, LG유플러스)가 공동으로 하는 전자서명서비스인데요. 가입자 수가 이미 3600만명을 넘었다고 하죠. 이 기술을 제공하는 게 아톤입니다.

PASS는 이용 건당 수수료를 아톤이 챙깁니다. 예컨대 고객이 보험사 앱에서 PASS로 전자서명을 하면 그때마다 생기는 수수료를 통신사와 아톤이 나눠 갖는 식이죠. PASS인증서를 사람들이 많이 쓰면 쓸수록 아톤엔 좋은 건데요. 전자서명 시장 자체는 빠르게 커지는 중.

다만 여전히 금융결제원의 공동인증서(옛 공인인증서)의 지위가 굳건하고, 빅테크(카카오인증, 네이버인증)와의 경쟁이 너무나 치열하다보니 그리 쉬운 시장은 아닙니다. 참고로 공동인증서를 뺀 사설인증서 시장에선 현재 카카오 1위, PASS 2위, 네이버 3위.

NFT와 가상화폐 거래가 활발해지면 인증솔루션 수요도 늘어난다. 셔터스톡

NFT와 가상화폐 거래가 활발해지면 인증솔루션 수요도 늘어난다. 셔터스톡

뭘 만들고, 어떻게 돈을 버는 회사인지 설명이 무지 길어졌는데요. 주가를 보자면, 지난해 말 4만6000원까지 넘어섰던 게 지금은 3만원대 초중반. 지난해 10~12월 두달 간 70% 넘게 올랐던 주가가 도로 제자리로 돌아온 셈입니다. 시장 전망이나 성장세가 그동안 달라진 것도 아닌데 왜 그럴까 하실 텐데, 이것과 관련 있습니다. 가상자산.

지난해 말 아톤 주가가 무섭게 오른 건 NFT(대체불가토큰)·가상화폐 테마주로 꼽혔기 때문인데요. 뭐, 그쪽과 관련 있는 건 맞긴 맞습니다. 가상자산을 거래하는 회사들이 많이 늘어나면, 거기도 금융회사처럼 보안·인증 솔루션이 필요하니까요. 아톤의 고객사가 늘어날 큰 기회이죠. 구체적인 움직임도 있었습니다. 지난해 9월엔 가상자산 커스터디(보관) 기업 ‘카르도’의 지분 5%를 확보했고요, 올 1월엔 두나무 계열사 람다256과 파트너십을 맺었고요.

하지만 아시다시피 NFT 시장의 거품이 빠르게 꺼지고 있고요, 코인 가격이 떨어지면서 가상화폐 업계도 분위기가 예전같지 않죠. 주가도 이런 시황을 고스란히 반영하고 있습니다.

금융권 보안·인증 솔루션 시장을 꽉 잡고 있는 건 아톤의 큰 장점이지만, 그것만으로는 한계가 있죠. 금융을 뛰어넘어 다른 영역으로 확장할 수 있느냐가 중장기 성장의 관건입니다. 기업형 B2B 인증, 즉 기업의 직원 계정 관리용(직원별로 어떤 권한을 주고 어떤 걸 막을지를 손쉽게 관리) 인증시장으로 영역을 넓히겠다는 계획을 이미 밝혔는데요. 미국의 계정관리 플랫폼 업체 ‘옥타(OKTA)'를 롤모델로 한다는데, 실제 사업화가 잘 될지 두고 봐야 겠습니다.

지난해 전환사채·신주인수권부사채를 한꺼번에 대량(160억원 어치) 발행했습니다. 이를 모두 주식으로 전환하면 주식 총수가 13% 늘어나는 건데요. 아직 만기가 많이 남아서 당장 큰 부담은 아니겠지만(행사기간 2022년 7월~2026년 6월) 알아두셔야 겠습니다.

결론적으로 6개월 뒤:

NFT 열풍은 꺾였지만…테마 빼고 본업만 봤을 땐 순항 중
※이 기사는 6월 3일 발행한 앤츠랩 뉴스레터의 일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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