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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앤츠랩]미국 공장에 볕이 드는데…분식회계 낙인 지울까?

중앙일보

입력

지난 20일부터 22일까지 열린 한미정상회담 이후 증권가에선 수혜주 찾기에 분주합니다. 삼성전자·현대차 등 국내 대기업들의 대형 투자 계획이 기다렸다는 듯 발표됐기 때문이죠. 특히 현대차의 50억 달러(6조3000억원) 규모 미국 조지아주 전기차 공장 투자 발표에 자동차 관련주는 물론, 2차 전지주까지 반짝! 현대차가 세계 최대 시장인 미국에 공장을 지으면, 관련 부품사 일감도 많아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죠.

헤드램프 이미지. 셔터스톡

헤드램프 이미지. 셔터스톡

오늘 소개할 종목은 현대·기아차와 오랫동안 거래해 온 국내 최대 자동차 헤드램프 제조사 에스엘입니다. 1954년 삼립자동차공업회사로 설립해 쏘나타·그랜저·펠리세이드 등 현대차 주력 차종의 '눈'을 담당해 왔죠. 지금은 연 매출 3조원대(2021년) 중견기업으로 미국·중국·인도 등지로도 제품을 수출하고 있습니다.

에스엘 CI. 에스엘

에스엘 CI. 에스엘

이 회사가 특히 정상회담 이후 주목받은 건 해외 사업, 그중에서도 미국 사업 비중이 크기 때문입니다. 1분기 전체 매출액의 26.8%가 미국에서 번 것. 현대차 부품사 중에선 이번 투자로 가장 큰 수혜를 볼 것이란 전망도 나옵니다.

왜냐하면 이 회사는 미국에 공장 두 곳을 운영 중인데 앨라배마 공장 가동률은 89%(2021년)로 거의 노는 설비가 없지만, 테네시 공장은 절반(가동률 51%)이 가동되지 못하는 상황이죠. 현대차 전기차 공장이 지어질 조지아주는 테네시주 바로 밑에 있으니, 테네시 공장에도 일감이 늘어날 수밖에 없지요.

그래픽=박경민 기자

그래픽=박경민 기자

이 회사는 불과 2년 전 상장폐지 위기까지 간 적이 있습니다. 2020년 5월 금융당국으로부터 분식회계가 적발됐기 때문이죠. 당시 주가도 바닥을 찍었죠. 하지만 그 이후로는 영업실적과 함께 주가도 꾸준히 올랐습니다.

회사로선 아픈 기억이겠지만, 이 회사 분식회계는 좀 특이했습니다. 보통은 주가를 띄우거나, 대출 이자를 좀 깎아보려고 이익을 부풀리는 경우가 많죠. 그런데 이 회사는 오히려 이익을 줄여서 보고했습니다. 2016년과 2017년 당시 영업이익을 각각 129억원, 119억원 더 적게 손익계산서에 적어 놓은 거죠. 당시 영업이익이 600억~1000억원 정도였으니, 눈에 딱 보일 정도였죠.

이렇게 한 의도가 좀 불쌍하긴 합니다. 현대·기아차 등에 납품단가를 조금이라도 더 받아보려고 했던 거죠. "형편이 이렇게 어려운 데 우리 물건값 좀 깎지 말아줘~" 뭐 이런 상황.

우리 사정 좀 봐서 납품단가 좀 후려치지 말아줘. 셔터스톡

우리 사정 좀 봐서 납품단가 좀 후려치지 말아줘. 셔터스톡

하지만 마냥 불쌍하다고 볼 수만은 없는 게 2018년에는 또 재료비가 올라서 영업이익이 급격히 줄어드니까, 또다시 영업이익 규모를 111억원 부풀리기도 했습니다. 회계를 아주 줄였다 늘렸다 고무줄처럼 운영했던 거죠.

지난 19일에 이 분식회계 행위에 대한 법원 판결이 나왔는데요, 전직 임원 2명은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1년, 회사에는 벌금 4000만원을 선고했습니다. 죄질은 나쁘지만, 분식회계로 개인적 이득을 얻은 건 없었던 점을 고려해 집행유예 결정을 한 겁니다.

회계 장부를 속이는 분식회계는 자본주의 근간을 흔드는 중대 범죄. 셔터스톡

회계 장부를 속이는 분식회계는 자본주의 근간을 흔드는 중대 범죄. 셔터스톡

실제보다 이익을 줄이는 식으로 회계장부를 속이는 것을 '역(逆) 분식회계'라고 합니다. 기업들은 이런 짓을 왜 할까? 에스엘처럼 납품단가를 좀 더 올려보려는 의도도 있을 수 있고, 세금을 덜 내거나 회사 재산을 횡령하기 위해서도 역분식회계를 합니다. 주주들에게 이익 배당을 줄이고, 노동자에게 임금을 덜 주려는 목적에서도 하고요. 소비자 가격을 올려보려는 여론을 조성하기 위해서도 하지요. 거래처·주주·노동자·소비자 등 참 다양하게도 피해를 주는 행위입니다.

투자자 입장에서도 분식회계만큼이나 역분식회계도 짜증이 날 법도 합니다. 실제보다 이익을 줄여서 공시하면, 더 오를 수 있는 주가도 내리게 마련이겠죠.

불과 몇 년 전에 발생한 일이라 내부통제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는지는 계속 지켜볼 일. 하지만 일단 올해 실적은 나쁘지 않을 것으로 예상합니다. 올 1분기부터 어닝 서프라이즈를 보여줬고요. 올해 영업이익만 한 해 전보다 50~60% 증가하리란 관측. 이 때문에 최근 들어 목표주가를 올려 잡는 증권사도 다수(한화·DB·다올) 등장했습니다.

그래픽=박경민 기자

그래픽=박경민 기자

중·장기적으로도 유망한 종목으로 꼽힙니다. 현대차의 미국 투자로 인한 수혜도 있지만, 새로운 부품 매출도 생겨나기 시작했죠. 이 회사는 지난달 27일 기아 전기차에 들어가는 BMS(배터리 관리 시스템)를 수주했다고 공시했는데요. BMS란 전기차 배터리 과부하, 열전도 상태 등을 센서로 감지하는 부품입니다. 2024년부터 5년 반 동안 매출액 2000억원 규모 제작 주문이 들어온 건데요. 헤드램프뿐만 아니라 돈을 벌 수 있는 부품이 늘어나는 건 긍정적.

여기에 오랜 고객인 현대·기아차 GM뿐만 아니라 BMW, Stellantis 등 유럽 고객사도 확보해 거래처도 넓혔습니다. 에스엘은 해외 시장 중에서 유럽 부문이 특히 약했는데, 이를 보완하게 된 거죠.

든든한 버팀목이 되는 건, 우수한 재무 여력. 지난해 말 부채비율이 69%밖에 안 되는 건 지금처럼 고금리 시기에 엄청 유리하죠. 남들은 신규 투자를 망설일 수밖에 없는데, 이 회사는 오히려 더 적극적으로 나설 수 있으니까요.

결론적으로 6개월 뒤:

6개월 뒤보다는 36개월 뒤가 더 기대되는..

이 기사는 5월 27일 발행한 앤츠랩 뉴스레터의 일부입니다. 이번 콘텐트가 마음에 드셨다면 주변에 소개해주세요!
https://www.joongang.co.kr/newsletter/antsla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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