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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강두 악몽…"뭐라고?" 브라질 기겁한 네이마르 비밀조항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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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브라질전을 성사시킨 정재훈 매치 에이전트가 브라질 유니폼을 들고 포즈를 취했다. [사진 정재훈 대표]

브라질전을 성사시킨 정재훈 매치 에이전트가 브라질 유니폼을 들고 포즈를 취했다. [사진 정재훈 대표]

한국 축구대표팀이 지난 2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브라질과의 평가전에서 1-5로 졌는데도, 국내 축구 팬들 반응은 뜨거웠다. 브라질 공격수 네이마르(30·파리생제르맹)는 경기 전날 다쳐 발이 부었는데도 최선을 다했다. 2019년 유벤투스 방한 경기 때 벤치만 지키는 ‘노 쇼’한 크리스티아누 호날두(37)와는 달랐다. 국내팬들은 “‘날강두’ 호날두 대신 네이마르가 새로운 우리형”, “네이마루~”라고 찬사를 보냈다.

6만4872명 만원 관중이 찾아 열광한 한국-브라질전. 그 경기를 성사 시킨 정재훈 매치 에이전트를 서울에서 만나 뒷얘기를 들어봤다. 그는 2013년과 2019년에도 브라질과 평가전을 성사 시켰으며, 지금까지 한중일 A매치 70경기를 매칭 했다. 계약상 모든 걸 다 밝힐 수 없었지만, 일반 팬들이 접할 수 없는 재미있는 얘기를 들려줬다.

브라질축구대표팀 공격수 네이마르. [연합뉴스]

브라질축구대표팀 공격수 네이마르. [연합뉴스]

-브라질 섭외 과정은.
“2년 전에, FIFA(국제축구연맹) 캘린더에 2022년 6월에 A매치 4경기 일정이 잡혀 있는 걸 봤다. 2002년 한일 월드컵 20주년을 생각해 준비에 들어갔다. 브라질-아르헨티나-포르투갈-벨기에 등 4개국을 타깃으로 삼고 직·간접적으로 접촉했다. 각 축구협회의 회장과 감독의 성향 등을 네트워크를 동원해 파악했다. 4개국의 월드컵 예선 결과를 모니터링한 결과 포르투갈은 순위가 위태위태했고, 남미예선에서 순항 중인 브라질과 아르헨티나를 1, 2순위로 삼았다. 그런데 재미있는 정보를 들었다.”

-어떤 정보인가.
“10년 넘게 일한 파트너를 통해 2022년 6월11일에 호주 멜버른에서 브라질-아르헨티나가 ‘수퍼 클라시코’ 경기를 한다는 얘기였다. 한국~호주가 9~10시간 거리인데, ‘그럼 한국에 네이마르(브라질)와 메시(아르헨티나)를 데려올 수도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실제로 접촉했더니 브라질과 아르헨티나가 관심을 보였다.”

-브라질 대전료는 얼마인가.
“계약상 외부로 발설을 못한다. 2013년 브라질을 데려왔을 때랑 금전적인 조건이 동일하다고만 말씀드리겠다. 비즈니스 항공권을 포함한 금액이다. 브라질 측에서는 ‘10년이 다 되어가는데 왜 금액이 똑같냐’고 했다. 난 ‘코로나19 여파로 예산이 한정적이다. 또 브라질은 2002년 월드컵 우승국 아닌가. 20주년을 축하해 달라’는 명분으로 설득했다.”

한국은 2013년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브라질과 평가전 대전료로 약 200만 달러(25억원·추정치) 정도를 지불했다. 9년 만에 열린 브라질전에는 6만5000여명이 입장했다. 입장권 평균을 10만원만 잡아도 65억원의 수입을 올린 셈이니 ‘대박’을 친 거다.

경기 후 서로 인사를 나누는 손흥민(오른쪽)과 네이마르. [연합뉴스]

경기 후 서로 인사를 나누는 손흥민(오른쪽)과 네이마르. [연합뉴스]

-변수는 없었나.
“롤러코스터를 탔다. 작년 9월에 브라질에서 열린 남미예선 브라질-아르헨티나전이 킥오프 5분 만에 취소됐다. 아르헨티나 일부 선수가 방역 수칙을 위반했다는 이유였다. 국제축구연맹(FIFA)이 6월에 재경기를 지시하면서 방한 경기가 꼬일 수도 있는 위기였다. 제가 파트너에게 ‘FIFA가 6월에 재경기를 하라고 하니, 호주에서 열릴 브라질-아르헨티나전을 재경기를 겸해 열면 어떤가’라고 아이디어를 냈다. FIFA가 타이틀 스폰서를 걸지 않는 조건으로 승인을 했다. 일단 우리에게 1순위였던 브라질과 빨리 가계약을 맺어야 한다는 생각에 가속도를 붙였다. 비디오 컨퍼런스를 5차례했고, 25페이지짜리 계약서 수정만 7차례했으며, 이메일을 200번 이상 주고 받았다. 난 포르투갈에서 머물며 호주, 영국, 한국 등과 4자 회의를 했다. 브라질은 서서히 한국행 마음을 굳혀갔다.”

-아쉽게도 아르헨티나와 리오넬 메시는 한국에 못 왔다.
“2022년 6월14일에 서울에서 한국-아르헨티나 평가전을 추진했고, 아르헨티나 측에서도 긍정적인 답변이 왔다. 호주에서 열릴 예정이었던 브라질-아르헨티나전 티켓 8만석이 팔렸고, 현지 언론을 통해 아르헨티나의 한국행도 언급됐다. 그런데 아르헨티나는 6월1일 영국에서 이탈리아, 6일에 이스라엘에서 이스라엘, 11일 호주에서 브라질, 14일 한국에서 한국과 맞붙는 일정이었다. 전해 듣기로는 대륙을 오가는 빡빡한 일정 탓에 리오넬 메시가 앞장서 난색을 표했다고 하더라. 아르헨티나축구협회가 설득하려 했지만 아르헨티나는 워낙 선수들의 위상이 높다. 난 한국에 5월10일에 귀국했는데 11일 새벽에 아르헨티나의 방한 무산 소식을 들었다. ‘수퍼 클라시코’와 관련해 권리권자, 방송사 등 사이에서 ‘도미노 고소 사태’가 벌어졌다고 들었다. 난 또 한번 느끼고 배웠다. 계약서에 사인하기 전까지는 모르는 일이라고.”

한국과의 경기 전날에 발등을 다쳐 치료 받는 네이마르. [연합뉴스]

한국과의 경기 전날에 발등을 다쳐 치료 받는 네이마르. [연합뉴스]

-네이마르가 경기 전날 훈련 도중 다쳤다.
“D-1 공식 훈련장을 갔는데 내 눈앞에서 네이마르가 발을 붙잡고 주저 앉았다. 나중에 올린 사진을 보니 실제로 발등이 부었더라. 우선 네이마르는 ‘45분 이상 출전’ 조항이 있었다. 예외 조건은 부상이었다. 그런데 내가 대한축구협회 몰래 의무 조건을 하나 더 걸었다. ‘만약 네이마르가 한국에서 못 뛰면 6일 도쿄에서 열릴 브라질-일본전도 뛰지 않는다’는 조항이었다. 브라질 측에서 ‘What?(뭐라고?)’이라며 기겁했다. 이게 제일 마지막 협상이었는데, 결국 방한 2주 전에 계약서에 사인했다. 아마 일본 측은 저 조항이 있는지 모를 거다.”

-그 조건을 건 이유는.
“2019년 유벤투스 방한 경기를 통해 얻은 교훈이다. 당시 호날두도 결장시 위약금이 있었지만 페널티 예외 조건으로 ‘부상’만 걸었다고 들었다. 난 브라질 측에 ‘한국 팬들에게 네이마르는 절대적인 존재다. 네이마르 보려고 온 팬들이 못 본다면 그 실망감은 보상이 안된다. 또 한국팬들은 호날두 사태로 민감하다. 우리가 원하는 조건은 심플하게 하나다. 한국전 못 뛰면 일본전도 뛰지마’. 일종의 장치였던 셈이다.”

-네이마르가 예상을 깨고 선발 출전했다.
“경기 전날 밤부터 브라질측에서 긍정적인 표현들이 나오더라. 브라질 선수단 27명 중 경기 당일 아침 23명 엔트리를 받았다. 못 뛰면 ‘논 플레이어’로 적혀있어야 하는데, 출전 명단에 네이마르 이름이 있었다. 심지어 유럽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을 막 치르고 온 레알 마드리드의 카세미루와 비니시우스도 있더라. 혹시 몰라서 네이마르 옵션을 걸긴 했지만, 사실 가장 베스트는 그 옵션을 사용 안 하는 거다. 선수는 몸이 재산이기 때문이다. 네이마르가 선발 출전한 건 첫째로 경기를 뛸 수 있는 컨디션이 된 거고, 둘째로 팬 서비스도 고려한 것 같다.”

한국전을 치르고 난 뒤 네이마르의 발은 시퍼런 멍이 들었다. [사진 네이마르 인스타그램]

한국전을 치르고 난 뒤 네이마르의 발은 시퍼런 멍이 들었다. [사진 네이마르 인스타그램]

-네이마르를 보며 느낀 점은.
“브라질은 2013년 한국전도 풀스쿼드였고 네이마르는 당시 풀타임을 뛰었다. 축구 선수는 필드에서 뛰는 여러가지 목적이 있는데, 네이마르는 ‘축구 자체를 즐기는 친구구나’ 란 생각이 들었다. 우리가 보면 이해가 안될 정도로 여유가 있다. 경기 전에 에버랜드를 가지 않았나. 브라질에는 티아고 실바(38), 다니엘 알베스(39)가 있지만, 네이마르가 ‘형들 중에 형’이더라. 시차 적응을 위해 관광을 간 것으로 알려졌지만, 네이마르가 한 시즌 동안 소속팀에서 중압감과 스트레스를 받은 동료들의 기분 전환 차원에서 놀이동산행을 주도했다고 들었다. 참. 알베스가 경기장에서 양손을 ‘딸랑딸랑’하며 나가더라. 놀이동산 직원들의 인사를 한국식 인사 방식으로 잘못 배운 것 같더라.”

브라질 간판 축구 스타 네이마르가 에스코트 소년이 실수로 왼손을 가슴에 올리자 이를 오른손으로 고쳐주는 모습이 팬 카메라에 포착됐다. [사진 트위터 캡처]

브라질 간판 축구 스타 네이마르가 에스코트 소년이 실수로 왼손을 가슴에 올리자 이를 오른손으로 고쳐주는 모습이 팬 카메라에 포착됐다. [사진 트위터 캡처]

-한국은 6일 대전에서 칠레와 평가전을 치른다. 스타들이 빠져 1.5군, 2군이라는 평가가 나오는데 어떻게 생각하나.
“칠레는 카타르월드컵 본선에서 탈락해 세대 교체 과정이라서 알레시스 산체스와 아르투로 비달(이상 인터밀란)이 방한 명단에서 빠졌더라. 저 역시도 알기로는 대한축구협회가 브라질전에 적용했던 조건을 칠레에도 적용한 걸로 알고 있다. ‘남미예선 작년 9월부터 올해 3월까지 12경기 중 절반 이상 뛴 선수가 23명 중 15명 이상 포함’ 조건으로 들었다.”

-꼭 성사 시키고 싶은 매치가 있을까.
“제가 포르투갈에 거주하다 보니 한국대표팀 감독을 지냈던 움베르투 쿠엘류 현 포르투갈축구협회 부회장과 자주 본다. 원래 올해 11월에 아랍에미리트 아부다비에서 한국-포르투갈 평가전을 하면 어떨까 얘기를 나눴다. 그런데 월드컵에서 한국과 포르투갈이 같은조가 되면서 무산됐다. 재미있는 건 브라질은 우리와 같은 조가 되더라도 6월 평가전을 예정대로 진행하겠다고 하더라. 그만큼 자신이 있었나 보다. 포르투갈과 동시에 벨기에에 11월 평가전을 제의하니 긍정적인 답변이 왔다. 하지만 파울루 벤투 한국 대표팀 감독이 타이트한 일정을 이유로 거절했다. 사실 난 언젠가 포르투갈을 데려오고 싶다. 단, 호날두가 은퇴하기 전에.”

2019년 유벤투스 방한 경기 때 벤치만 지킨 호날두(왼쪽). [뉴시스]

2019년 유벤투스 방한 경기 때 벤치만 지킨 호날두(왼쪽). [뉴시스]

-매치 에이전트 입장에서 보면 호날두는 2019년 방한 경기 때 왜 안 뛴 걸까.
“호날두는 한국에 오기 전에 이미 중국에서 팀이 상의 없이 무리한 일정을 잡아 스트레스를 받았다고 들었다. 한국에서도 무리한 일정으로 선수가 상당히 기분이 좋지 않았던 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경기를 뛰지 않아도 되는 빌미를 제공해준 것 같다. 경기 출전 의무조항을 좀 더 강화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든다.”

-코로나19 여파로 한동안 A매치가 없었다.
“지난 2년간 A매치를 무관중으로 개최해 힘들었는데, 2년 전부터 브라질을 데려오겠다는 신념 하나로 버텼다. 점심을 먹는데 옆 테이블에서 젊은 친구들이 ‘브라질전 너무 재미있지 않았냐’라는 대화를 나누더라. 6만6000명 관중, 5000만 국민들을 행복하게 메이킹한 것 같아 뿌듯하고 영광스러웠다. 6개월간 함께 고생해준 축구협회 관계자와 박상진 모로스포츠 실장에게 고맙다. 또 언제가 될지 모르겠지만 국민들에게 축구로 즐거움과 기쁨을 드릴 수 있는 경기를 위해 고민하고 전진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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