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러 거부권이 되레 탄력 붙였다, 한·미·일 '북 독자제재' 가능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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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정부 출범 후 북한의 무력 도발에 맞선 한미일 3국 공조가 강화하고 있다. 오는 3일 한미일 북핵수석대표 협의에선 3국 공조의 일환으로 각국이 대북 독자 제재에 나서는 방안이 논의될 예정이다. [연합뉴스]

윤석열 정부 출범 후 북한의 무력 도발에 맞선 한미일 3국 공조가 강화하고 있다. 오는 3일 한미일 북핵수석대표 협의에선 3국 공조의 일환으로 각국이 대북 독자 제재에 나서는 방안이 논의될 예정이다. [연합뉴스]

한·미·일 3국이 윤석열 정부 출범 후 한층 공고해진 협력 분위기를 ‘대북 제재 공조’로 이어가는 분위기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추가 대북 제재를 막아선 중·러의 거부권 행사에 맞서 한·미·일 3국이 어떤 형태로든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에 ‘채찍’을 가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되면서다. 오는 3일 한·미·일 북핵수석대표 협의에선 북한을 압박하기 위한 구체적인 독자 제재 방안에 대한 논의가 이뤄질 전망이다.

외교 소식통은 2일 “중·러의 거부권 행사가 뻔히 예상되는 상황에서도 안보리에서 미국 주도로 추가 대북 제재를 추진한 건 북한의 ICBM 발사가 ‘문제 행위’라는 점을 알리는 퍼포먼스 성격이 강했다”며 “안보리에서 실패한 실질적 대북 압박은 미국과 동맹국의 독자 제재를 통해 이뤄질 예정이고, 이번 한·미·일 북핵수석대표 협의는 이를 위한 구체적 논의의 출발점”이라고 말했다.

美 주도, 韓·日 힘 보태기

북한의 무력 도발 국면에서 미국이 독자 제재를 주도하고 한·일이 이에 공조하는 방식은 수차례 반복돼 온 ‘압박 정공법’에 해당한다. 2017년 북한이 ICBM을 발사에 이어 6차 핵실험을 감행하자 당시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는 융단 폭격하듯 독자 제재를 쏟아냈다. 북한의 미사일 도발이 본격화한 2017년 3월부터 약 1년 간 미국은 미사일 기술 개발에 관여한 개인과 단체 등 총 200여곳을 제재 대상에 추가했다.

문재인 정부는 2017년 북한의 ICBM 발사 및 핵실험에 맞서 두 차례의 독자 제재를 부과했다. [연합뉴스]

문재인 정부는 2017년 북한의 ICBM 발사 및 핵실험에 맞서 두 차례의 독자 제재를 부과했다. [연합뉴스]

2017년 중반부터 일본도 대북 독자 제재에 적극적으로 나섰고, 당시 문재인 정부도 2017년 11월 첫 독자 제재를 부과한 데 이어 같은해 12월에도 제재 명단을 확대했다. 특히 2017년 12월 독자 제재의 경우 북한 20개 단체와 개인 12명을 금융거래 제한 대상에 지정하는 대규모였다.

당시 한국이 독자 제재에 나선 계기는 안보리 결의 위반에 해당하는 ICBM 발사 및 핵실험이었는데, 이는 최근 북한의 무력 도발 상황과 판박이다. 북한은 올해 들어서만 총 17차례에 걸쳐 탄도미사일을 발사했고, 수차례 기폭장치 시험에 나서는 등 7차 핵실험을 감행할 동향이 포착된다. 이번 한·미·일 북핵수석대표 협의 의제인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 대응’과 관련해 어떤 형태로든 독자 제재 구상이 구체화할 것이란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안보리 무용론'이 탄력 붙인 독자 제재 

특히 안보리 차원의 추가 대북 제재가 무산된 상황에서 미국은 ‘단합된 동맹의 힘’을 보여주기 위해서라도 한국과 일본의 독자 제재 합류를 독려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중·러는 지난달 26일 나머지 13개 안보리 이사국의 찬성에도 불구하고 추가 대북 제재 결의를 반대했다. 상임이사국인 중·러가 반대할 경우 제재 결의를 채택할 방법은 없다.  

지난달 26일 장쥔 유엔주재 중국 대사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추가 대북 제재 결의에 반대하며 손을 드는 모습. 상임이사국인 중국과 러시아의 거부권 행사로 이날 결의는 부결됐다. [유엔]

지난달 26일 장쥔 유엔주재 중국 대사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추가 대북 제재 결의에 반대하며 손을 드는 모습. 상임이사국인 중국과 러시아의 거부권 행사로 이날 결의는 부결됐다. [유엔]

특히 중국은 북한이 7차 핵실험에 나서도 안보리 추가 제재에 찬성하지 않겠다는 입장까지 선제적으로 밝혔다. 자오리젠(趙立堅)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지난 1일 브리핑에서 “(북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대화와 협상만이 실행 가능한 유일한 방도”라고 말했다.

자오 대변인은 오히려 미국을 향해 “적당한 시기에 어떤 영역의 대북 제재를 취소하는 등 구체적이고 가시적인 조치를 취하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미국은 대북 제재 필요성을 강조하며 동맹을 규합하고, 중국은 이에 반대하며 제재 완화를 주장하면서 사실상 대북 제재 문제가 미·중 경쟁의 연장선상에서 다뤄지는 의제가 된 셈이다.

한·미 '고위급 제재 협의' 복원 가능성 

이에 따라 이번 한·미·일 북핵수석대표 회동 이후 예정된 별도의 한·미 협의에선 대북 제재 문제를 논의하기 위한 양국 간 별도의 협의 채널을 가동하는 방안이 논의될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박근혜 정부였던 2016년 한·미는 고위급 채널을 통해 대북 제재 공조의 위력을 한껏 끌어올렸는데, 이런 메커니즘을 재가동할 가능성도 주목된다.

2016년 3월 한국을 방문한 당시 성 김 미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와 만나 대북 제재 문제를 협의중인 김홍균 전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 [사진공동취재단]

2016년 3월 한국을 방문한 당시 성 김 미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와 만나 대북 제재 문제를 협의중인 김홍균 전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 [사진공동취재단]

2016년 3월 당시 김홍균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과 성 김 미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 간 이뤄진 ‘고위급 대북제재 협의’가 대표적이다. 당시 외교부는 “한·미가 서로의 독자 제재 내용을 설명하고, 상대 측의 제재 내용에 대한 의문점을 교환하기 위한 목적”이라며 “북한에 대한 압박을 최대화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협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같은해 2월과 4월엔 두 차례에 걸쳐 당시 조태용 청와대 국가안보실 1차장과 토니 블링컨 미 국무부 부장관 간 ‘한·미 고위급 전략회의’를 갖고 대북 제재 공조 문제를 집중 논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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