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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20㎞ 보병전…송영길 "난 文정부 부동산 책임자 아니다" [밀착마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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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6·1지방선거 전 마지막 주말이자 선거를 사흘 앞둔 29일,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장 후보는 일요일 등산객이 몰린 도봉산 자락 초입을 찾았다. 파란색 운동화를 신은 송 후보는 수백명 등산객이 지나는 좁은 골목길에서 연신 먼저 다가가 악수를 청했다. 골목길을 따라 늘어선 점포에도 일일이 얼굴을 빼꼼히 내밀어 인사했다.

송 후보는 이번 선거운동을 “보병전”이라고 했다. 지난 19일 공식선거운동이 시작된 이후 송 후보의 매일 평균 20㎞를 걸었다. 한명이라도 더 많은 시민들을 직접 만나기 위해 새벽 산책로와 시장, 공원 등을 쉬지 않고 찾아다녔다고 한다.

송 후보의 보병전엔 장녀 현주(31)씨와 장남 주환(27)씨도 한몫 하고 있다. 이들은 송 후보와 함께 차를 타고 유세 현장을 찾고 있다. 김진욱 캠프 공보실장은 “현장에 도착하면 세 사람이 각기 다른 방향으로 흩어져 인사를 하고 명함을 돌린다”며 “부녀·부자팀과 별도로 홀로 선거운동에 나선 배우자까지 포함하면 가족 4명 모두가 여론의 밑바닥을 박박 기는 선거를 하고 있는 셈”이라고 말했다.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장 후보가 29일 서울 도봉구 도봉산입구 앞에서 유세차량에 올라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김경록 기자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장 후보가 29일 서울 도봉구 도봉산입구 앞에서 유세차량에 올라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김경록 기자

연일 이어지는 바닥 민심 훑기 전략 탓에 대선 국면이던 지난해 12월 발목 힘줄 파열 수술을 받았던 송 후보는 다시 발목에 탈이 났다고 한다. 하지만 이날 도봉구 우이천변에서 중앙일보와 만난 송 후보는 특유의 멋적은 웃음을 보이며 “매 순간 발목이 아리지만, 시민들의 ‘꼭 당선되세요’라는 말에 더 뛰어야겠다고 다짐을 하곤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오세훈 국민의힘 후보는 다양한 서울시민들을 만나려고 하지 않으니, 정말 중요한 서울시민들의 진짜 민심을 잘 듣고 있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송영길 민주당 서울시장 후보가 29일 서울 도봉구 우이천 변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송영길 캠프

송영길 민주당 서울시장 후보가 29일 서울 도봉구 우이천 변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송영길 캠프

여론조사에서 오 후보와 지지율 격차가 나는데도 표정이 좋다.
“바닥 민심이 워낙 좋아서 그렇다. 만약 민심이 싸늘했다면 내가 이런 표정을 짓고 다닐 수 있겠나. 아마 힘이 빠져서 시민분들께 악수를 청하기도 어려웠을 것이다. 오늘만 해도 ‘1번 찍었어요’라며 다가오는 유권자들을 여럿 만났다.”

실제 중앙일보와의 동행 취재 중 송 후보에게 먼저 다가와 사진을 찍자고 하는 유권자들은 30여명이 넘었다. 이들 가운데는 민주당을 지지하는 2030여성, 소위 ‘개딸’(개혁의 딸)로 보이는 이들이 상당수를 차지했다.

오 후보의 서울시정 1년을 평가한다면.
“말 그대로 ‘보여주기’식이자 겉핥기 행정이다. 오 후보가 발표한 ‘안심 소득’ 공약의 경우 겨우 500가구를 대상으로 3년간 실험을 한다고 한다. 나는 서울 강남구 구룡마을 부지를 개발해 이익금을 ‘서울형 코인’으로 시민 약 1000만명에게 100만원씩 드리려고 한다. 스케일이 다르다.”
오 후보는 송 후보의 공약에 대해 ‘벼락치기’라고 비판한다.
“오 후보가 내 공약에 대해 전혀 이해를 못 해서 그런 말을 하는 것이다. 저는 지난 8년 동안 많은 준비를 해온 사람이다. 오 후보야말로 4선 서울시장이 되면 이제는 대선 말고는 (정치생명을 이어갈) 방법이 없다. 그러니 마음이 콩밭에 가 있을 것이다.”
여권에선 송 후보 역시 정치적 이유로 서울시장에 출마했다고 비판한다.
“5선 국회의원까지 한 사람이 왜 상대 후보가 4선 서울시장에 도전하는 것을 트집 잡느냐고 할 수도 있다. 하지만 국회의원과 시장은 차원이 다르다. 게다가 나는 국회의원직 불출마도 선언했지 않았나.”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장 후보가 29일 오전 서울 도봉구 도봉산입구에서 6070세대 시민들과 인사하고 있다. 김경록 기자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장 후보가 29일 오전 서울 도봉구 도봉산입구에서 6070세대 시민들과 인사하고 있다. 김경록 기자

송 후보는 지난 27일 인천 계양을 보궐선거에 출마한 이재명 총괄선대위원장과 함께 김포공항을 인천국제공항으로 통합·이전하는 공약을 냈다. 해당 공약에 대해 오 후보는 “나라 살림을 쉽게 생각하고 책임질 수 없는 말을 마구 해댄다. 정치권에서 퇴출해야 한다”고 비판하고 있다.

여권이 ‘김포공항 이전’ 공약을 비판한 것에 대해서는.
“GTX-D(광역급행철도) 노선이 서울 강동구와 송파구를 거쳐 인천국제공항으로 연결되고 올림픽대로가 지하화하면 서울 동남부 주민들이 인천공항으로 가는 데 전혀 불편함이 없을 것이다. 또 드론 택시가 일반화되면 인천공항 접근성도 높아질 것이다. 양천구나 강서구 등 김포공항으로 인해 소음, 고도제한 등 피해를 겪는 지역들을 계속 방치해 둘 수는 없다.”
‘강남구민은 청주공항, 워커힐호텔 동쪽 주민은 원주공항을 쓰면 된다’는 발언의 진의는.
“선택지를 넓히는 하나의 의견 차원이었는데 그걸 국민의힘이 곡해하고 있다. 접근성을 높인다면 서울 동부권 주민들은 국제선·국내선이 통합될 인천국제공항을 편하게 이용할 수 있다.”
송영길 민주당 서울시장 후보와 자녀들이 유세 후 길가 앉아 끼니를 떼우고 있다.(왼쪽) 송 후보 배우자 남영신 씨가 서울 시내에서 홀로 송 후보 명함을 돌리고 있다. 송영길 캠프

송영길 민주당 서울시장 후보와 자녀들이 유세 후 길가 앉아 끼니를 떼우고 있다.(왼쪽) 송 후보 배우자 남영신 씨가 서울 시내에서 홀로 송 후보 명함을 돌리고 있다. 송영길 캠프

지난 대선 때는 이재명 민주당 후보가 ‘부동산 민심’의 직격탄을 맞은 서울에서 윤석열 대통령에게 4.8%포인트차로 졌다. 이번 지방선거를 앞두고는 ‘86용퇴론’을 둘러싼 민주당 내 내홍까지 겪고 있다.

문재인 정부 부동산 정책에 대한 부담은.
“시민들도 지난 대선 국면에서 양도소득세와 종합부동산세를 완화하려고 송영길이 노력했다는 점을 잘 알고 계시더라. (부동산 정책 시행 당시) 나는 정책 당국자도 아니었고 당대표도 아니었다. ‘송영길은 문재인 정부 부동산 문제의 책임자가 아니다’라는 게 많은 분의 인식이었다.”
86그룹에 대한 용퇴론이 제기됐다. 
“28일 지도부의 긴급 회동을 통해 잘 수습이 됐다고 본다. 서울시장에 당선되면 민주당의 변화를 이끌겠다.”
왜 송 후보를 뽑아야하나.
“서울이 변화해야 해서다. 내가 서울시장이 되면 초선 의원 때처럼 열정적으로 일하겠다. 서울시민을 위해 새로운 일을 개척해 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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