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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청장 출신들 맞붙었다…행정수도 전문가들의 '세종 혈투' [6·1 현장 이곳]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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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춘희·최민호, 행복청장 출신 2명 맞대결 

방송사 주관 세종시장 후보 토론회'에서 더불어민주당 이춘희 후보(왼쪽)와 국민의힘 최민호 후보가 포즈를 취하고 있다. 연합뉴스

방송사 주관 세종시장 후보 토론회'에서 더불어민주당 이춘희 후보(왼쪽)와 국민의힘 최민호 후보가 포즈를 취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25일 오후 세종시 보람동 세종시청 앞 D부동산 중개업소. 대화 중이던 업소 대표와 고객 2~3명에게 “이번 지방선거에서 시장은 누굴 뽑을 거냐”고 물었다. 중개업소 최모(57·여) 대표는 “이춘희 시장이 너무 오래한 것 같다”며 “최민호 후보가 능력이 있는 거 같아 찍어줄 생각”이라고 했다.

반면 고객 오모(49·여)씨는 “민주당을 줄곧 지지했고, 현 시장이 무난하게 한 거 같아 한 번 더 밀어줄 생각”이라고 말했다. 인근 김밥집에서 만난 세종시민들도 의견이 비슷했다. 60대 김밥집 주인은 “윤석열 대통령 때처럼 국민의힘을 밀어주고 싶다”고 했고, 30대 고객은 “민주당 후보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세종시장 선거는 ‘세종 전문가’임을 자임하는 인물끼리 양자 대결 구도다. 3선 연임에 도전하는 더불어민주당 이춘희(67) 후보와 국민의 힘 최민호(66) 후보는 모두 세종시 건설을 책임지는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행복청) 청장을 지냈다. 이 후보는 노무현 정부 때인 2006년에, 최 후보는 이명박 정부 시절인 2011년에 각각 행복청장으로 일하며 세종시의 밑그림을 그렸다.

전북 고창 출신인 이춘희 후보는 고려대 행정학과를 나와 건교부 차관 등을 지냈다. 대전 출신인 최민호 후보는 한국외국어대 법학과를 졸업, 국무총리 비서실장 등으로 일했다.

민주당 이춘희 세종시장 후보와 이재명 총괄선대본부장이 세종시 노무현공원에서 유세하고 있다. [이춘희 후보 캠프]

민주당 이춘희 세종시장 후보와 이재명 총괄선대본부장이 세종시 노무현공원에서 유세하고 있다. [이춘희 후보 캠프]

국민의힘 최민호 세종시장 후보가 이준석 당대표(가운데)와 세종시 나성동에서 유권자들을 만나고 있다. [사진 최민호 캠프]

국민의힘 최민호 세종시장 후보가 이준석 당대표(가운데)와 세종시 나성동에서 유권자들을 만나고 있다. [사진 최민호 캠프]

이춘희 "경제와 문화예술 기능 갖춘 행정수도" 

두 후보는 “세종시가 진정한 ‘행정수도’로 자리 잡으려면 내가 당선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 후보는 “재임 기간에 세종국회의사당 설치가 확정됐고, 행정안전부·중소벤처기업부가 세종으로 이전해 실질적인 행정수도 면모를 갖춰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지금까지 공공청사를 짓고 정부 기관을 유치하는 데 힘을 쏟았지만, 앞으로는 경제와 문화예술, 주거와 교통 등을 챙기겠다”고 덧붙였다. 이 후보는 27일 오전 사전투표를 한 다음 세종수목원 등을 찾아 유권자를 만났다.

최민호 "세종교육특구 등 경쟁력 있는 도시로" 

반면 최민호 후보는 “중앙과 지방의 요직을 거치면서 행정 전문가라는 평가를 받았고 윤석열 정부에 탄탄한 인맥이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행정수도 완성을 위해서는 대통령 제2집무실과 국회분원 설치만 갖고는 부족하고, 자족 기능을 갖춘 미래전략중심도시가 돼야 한다”며 “윤석열 정부 핵심 국정과제로 채택된 세종교육특구 시범 지정과 경제특구 지정 같은 특색있는 정책이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 후보는 27일 오전 7시 종합운동장 사거리에서 아침 인사를 한 것을 시작으로 종일 표밭을 누볐다.

세종시 문화예술인들이 이춘희 후보 지지 선언을 했다. [사진 이춘희 후보 캠프]

세종시 문화예술인들이 이춘희 후보 지지 선언을 했다. [사진 이춘희 후보 캠프]

세종시 시민단체 회원들이 최민호 후보 지지를 선언했다. [사진 최민호 캠프]

세종시 시민단체 회원들이 최민호 후보 지지를 선언했다. [사진 최민호 캠프]

이춘희 "KTX세종역 설치" VS 최민호 "조치원역 KTX정차" 

두 후보는 지역 핵심 이슈인 KTX역(驛)설치와 세종보 철거 문제를 놓고 의견이 엇갈렸다. 이춘희 후보는 “KTX 세종역 신설을 재추진하겠다”고 했다. 그는 “4차 국가철도망구축계획에 포함된 충청권광역철도망(대전~세종~충북 청주공항)이 호남고속선과 교차하는 발산리에 KTX 세종역을 만들겠다”며 “충청권광역철도가 국가철도망계획에 반영되는 등 KTX 역 설치를 뒷받침할 여건 변화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최민호 후보는 “KTX역 신설이 현실적으로 어려운 상황인 만큼 경부선 조치원역에 KTX를 정차시키는 것이 실현성이 있다”라고 주장한다. 그는 “현재 KTX가 평일 8회, 주말 10~12회씩 조치원역을 무정차로 지나는데 30억원 정도 들여 역 플랫폼을 정비하면 KTX를 정차시킬 수 있다”고 했다. 조치원역에서 정부세종청사까지는 약 14㎞ 거리다.

KTX 세종역 신설은 그동안 세종시 선거 때 단골 메뉴였지만, 국토부는 “경제성이 없고 안전에 문제가 생긴다”며 불가 방침을 정했다.

민주당 이춘희 후보가 유권자들을 만나고 있다. [사진 이춘희 후보 캠프]

민주당 이춘희 후보가 유권자들을 만나고 있다. [사진 이춘희 후보 캠프]

국민의 힘 최민호 후보가 유세하고 있다. [사진 최민호 후보 캠프]

국민의 힘 최민호 후보가 유세하고 있다. [사진 최민호 후보 캠프]

이춘희 "세종보는 4대강 사업과 별개로 추진" 

세종보(洑) 문제와 관련, 최 후보는 “세종보는 이명박 정부 4대강 사업과 별개로 만든 것인데 4년 전 개방한 채 방치하고 있다”며 “보 개방으로 세종호수공원은 물론 세종시 전역에 물 공급이 잘 안되고 있으며, 세종보로 물을 담아 공급하면 될 일을 굳이 (세종시는) 금강에 100억원을 들여 지하수(복류수)를 파서 공급하겠다고 한다”고 말했다. 이 후보는 “세종보는 제가 행복도시건설청장 시절에 설치하자고 행복도시건설계획에 반영했다”며 4대강 사업과 무관함을 인정했다.

이번 세종시장 선거는 ▶지역 균형발전에 대한 윤석열 정부 의지 ▶오랫동안 세종시를 장악해온 민주당 세력에 대한 지지 여부 등이 변수로 작용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이와 함께 지난 26일 윤석열 대통령이 첫 국무회의를 세종에서 개최한 것 등도 표심에 영향을 줄 거란 관측도 있다.

세종시 첫 국무회의 개최와 관련, 최민호 후보는 “첫 국무회의는 세종시가 대한민국의 실질적 수도로 가는 첫 관문이 될 것”이라고 했다. 이에 이춘희 후보는 “윤석열 정부는 삭감한 지역 균형발전 예산을 즉각 원상회복하라”며 맞불을 놓았다.

세종보 개방으로 물이 마른 금강이 잡초밭으로 변했다. 중앙포토

세종보 개방으로 물이 마른 금강이 잡초밭으로 변했다. 중앙포토

"여론조사서 최민호 근소하게 앞서" 

세종시는 그동안 ‘진보도시’라 불릴 정도로 민주당 세력이 우세한 지역이었다. 세종시는 3·9대선에서 충청권 4개 시·도 가운에 유일하게 이재명 후보가 앞선 곳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세종에서 이 후보에게 7.8%포인트 차이로 뒤졌다. 2018년 6·13지방선거에서 이춘희 후보가 71.3%를 얻었고, 자유한국당 송아영 후보는 18% 득표에 그쳤다.

하지만 이번 선거는 여론조사에서 접전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KBS·MBC·SBS 등 방송 3사 의뢰로 여론조사 전문업체 입소스·한국리서치·코리아리서치가 지난 23~25일 사흘간 조사한 결과, 최민호 후보(40.4%)가 이춘희 후보(38.5%)를 1.9%포인트 차로 앞섰다. 자세한 여론조사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26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가 끝나고 윤석열 대통령이 국제개발협력본부를 방문해 직원들과 셀카를 찍고 있다. 중앙포토

26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가 끝나고 윤석열 대통령이 국제개발협력본부를 방문해 직원들과 셀카를 찍고 있다. 중앙포토

최민호 후보 측은 “그동안 선거 때마다 민주당에 일방적으로 밀렸지만, 부동산 세금 폭탄 등 거듭된 실정에 따른 민주당에 대한 실망으로 이번 만큼은 다를 것”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이춘희 후보 측은 “세종시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의지로 탄생한 만큼 민주당에 대한 지지가 여전히 살아있다”고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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