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고 보면 부드러운 남자’. 김진태 국민의힘 강원지사 후보가 이번 6·1 지방선거를 앞두고 내세우는 전략이다. 김 후보는 19·20대 국회의원 시절 문재인 정부의 실정을 비판하며 ‘강성 보수’ 이미지를 쌓아왔다. 그의 직설적인 발언에 보수층은 환호했지만 중도층에선 “극단적이다” “건방지게 느껴진다”는 혹평을 받았다. 실제로 김 후보가 당내 공천을 신청했을 당시 그의 이력이 발목을 붙잡기도 했다. 5·18민주화운동과 촛불시위를 폄훼했다는 논란에 휩싸인 그는 공천에서 배제됐다가 단식 투쟁과 대국민 사과를 한 후에야 겨우 공천권을 거머쥘 수 있었다. 이후 김 후보는 이전과는 다른 모습으로 선거에 임하고 있다.
26일 오전 6시30분 강원 원주 농업인새벽시장. 10여명의 시장 상인과 손님 사이로 김진태 국민의힘 강원지사 후보의 얼굴이 보였다. 김 후보는 바닥에 좌판을 깔고 앉은 상인들과 눈을 맞추며 악수하기 위해 연신 무릎을 굽혔다. 그 앞을 지나가던 한 상인이 “지지율이 하늘만큼 올라가더라”며 김 후보에게 말을 걸었다. 쑥스러운 듯 손사래를 치던 김 후보는 곧장 상인의 양손을 덥석 잡고 넉살 좋게 어깨를 들썩였다.
김 후보의 변신은 이날 합동 유세에서도 이어졌다. 이날 오전 10시 강원 횡성읍 북천사거리에서 국민의힘 군수, 시·도의원 후보들과 함께 마이크를 잡은 김 후보는 10여분의 연설동안 이광재 더불어민주당 강원지사 후보의 이름을 단 한 번도 언급하지 않았다. 대신 “윤 대통령이 횡성에 있는 전기차 단지(우천산업단지)를 모빌리티클러스터로 키우기로 했는데, 민주당 도지사가 되면 이런 사업에 협조하겠냐”라며 “복잡하게 생각할 거 없이 내일부터 있을 사전 투표 들어가시면 도지사부터 쭉 2번으로 찍어달라”고 호소했을 뿐이다. 노무현 정부 당시 실세라는 평가를 들었던 이 후보는 강원 정가에서 거물로 평가된다. 상대 후보를 언급하며 자신의 인물론을 내세우기보다는 전략적으로 집권여당과 윤석열 대통령의 뒷배를 내세우는 모습이었다.
김 후보의 다음 일정은 유기견 목욕 봉사였다. 2주 전 청년들과의 모임에서 유기견보호소에 대한 얘기를 듣고 급하게 잡은 일정이라고 한다. “반려견을 키워본 경험이 없다”는 김 후보는 서투른 목욕 봉사로 반려동물을 키우는 유권자들에게 다가가는 모습을 보였다. 김 후보는 자신의 유튜브 채널 ‘김진태TV’를 통해 벨보이, 어시장 얼음 리어카 배달, 모내기 일손 돕기 등의 도내 체험 영상을 지속적으로 올리며 친숙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철저히 자신을 낮추는 전략이다.
- 강성 정치인의 이미지가 강했다.
- “유세 다녀보면 ‘생각보다 부드럽다’는 말을 많이 듣는다. 아마 국회에서 법제사법위원회, 인사청문회 등에서 접하던 모습과 많이 다르다고 느끼시는 것 같다. 더군다나 이번에는 민생을 책임지는 행정가를 뽑는 선거다. 나 스스로도 마음가짐부터 유연하게 바꾸려고 노력한다.”
- 왜 국회로 돌아가는 대신 도지사를 택했나.
- “솔직히 말하면 이광재 후보가 나올 거로 예상했다. 그렇게 되면 내가 경쟁력 갖춘 적임자라고 생각했다. 더군다나 나는 초·중·고등학교도 강원도에서 다 마쳤다. 더 말이 필요한가.”
- 결과적으로 우세 예상이 적중했다.
- “가장 큰 요인은 정권교체라고 생각한다. 새 정부가 일하게 해줘야 한다는 민심이 강하다. 두 번째는 강원도에서 민주당 소속 도지사가 12년간 일하면서 바꿀 때가 됐다는 여론이 많다. 굳이 따지자면 공천 과정의 부침도 조금은 도움 됐을 수 있다. 지금은 경선 상대였던 황상무 전 앵커도 유세에 적극적으로 나서주고 있고 이준석 국민의힘 당대표도 곧 강원도에 내려와 함께 유세한다.”
- 삼성전자 반도체공장을 강원도에 유치하겠단 공약은 어떻게 나왔나.
- “중도 사퇴한 이강후 무소속 원주시장 예비후보의 공약을 차용한 것이다. 강원도의 젊은이들이 서울로 떠나지 않게 할 방안이 뭘까 생각하다 나온 아이디어다. 이 밖에도 춘천에 한국은행, 강릉에 강원도청 제2청사 등을 만들겠다고 공약을 내걸었다. 이렇게 해서 200만 인구를 달성하겠다는 게 내 목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