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사설

임금피크제 대법 판결, 직무중심 보상으로 바꾸는 계기 돼야

중앙일보

입력 2022.05.27 00:09

업데이트 2022.05.27 0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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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합리적인 이유 없이 연령만을 이유로 직원의 임금을 깎는 '임금피크제'는 고령자고용법을 위반한 것이므로 무효라는 대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1부(주심 노태악 대법관)는 26일 퇴직자 A씨가 자신이 재직했던 한 연구기관을 상대로 낸 임금 청구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연합뉴스

합리적인 이유 없이 연령만을 이유로 직원의 임금을 깎는 '임금피크제'는 고령자고용법을 위반한 것이므로 무효라는 대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1부(주심 노태악 대법관)는 26일 퇴직자 A씨가 자신이 재직했던 한 연구기관을 상대로 낸 임금 청구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연합뉴스

합리적 이유 없는 임금 삭감은 법 위반 판결  

연공서열에서 벗어나 임금체계 선진화 필요

대법원이 어제 합리적 이유 없이 나이만을 근거로 근로자의 임금을 삭감하는 형태의 임금피크제는 현행법 위반이라서 무효라는 첫 판결을 내놨다. 한국전자기술연구원을 퇴직한 근로자가 제기한 임금청구 소송 상고심에서 회사가 연령에 따른 차별을 금지하는 고령자고용법 제4조를 위반했다는 원심 판결을 받아들였다. 이번 판결은 개별 기업에 관한 것이긴 하지만 향후 유사 소송이 잇따르고 대부분의 기업이 시행 중인 임금피크제 운용 형태, 존폐 여부 등에 대한 논란을 촉발시켰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이날 판결 취지를 종합하면 해당 연구기관의 정년은 원래 61세였다.  이명박 정부 시절인 2009년부터 ‘공공기관 선진화’ 등 명목으로 임금피크제 도입이 확산하자 정년은 그대로 둔 채 만 55세부터 임금을 깎는 임금피크제를 도입했다. 2011년부터 임금피크제를 적용받던 연구원은 2014년 명예퇴직 후 임금 차액을 달라는 소송을 냈고, 이번에 승소했다. 대법원은 “성과연급제(임금피크제)는 경영 제고를 목적으로 도입된 것이지 55세 이상 직원만 대상으로 임금 삭감 조치를 정당화할 만한 사유라고 보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임금피크제 적용 전후로 부여된 목표 수준이나 업무 내용에 차이가 없음에도 임금만 깎은 점 등을 차별로 판단했다. 그러면서 개별 기업이 시행하는 임금피크제의 효력에 관한 판단 기준도 처음 제시했다. “임금피크제 도입 목적의 정당성 및 필요성, 대상 근로자들이 입는 불이익의 정도, 임금피크제로 감액된 재원이 임금피크제 도입의 본래 목적을 위해 사용됐는지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해야 한다”는 거였다.

사실 이번 판결은 임금피크제의 도입 취지대로 정년을 60세로 늘리면서 시행한 기업들과는 상관이 없다. 문제는 노동계가 대법원 판결을 환영하면서도 “임금피크제 도입 후 청년 일자리가 느는 효과는 미미했고 근로자의 임금만 삭감됐다”며 임금피크제 폐지를 주장하고 나서면서 논란이 커진 것이다. 임금피크제는 모든 공공기관이 시행 중이고, 민간 기업도 많이 도입했다. 경직된 국내 임금체계와 고용 환경을 고려해 고령자의 갑작스러운 실직을 예방하고 청년 일자리 창출을 도모하자는 게 도입 취지다. 정부·경영계가 “임금피크제는 연령 차별이 아닌 연령 상생을 위한 임금체계”라고 강조하는 이유다. 기업들은 임금피크제가 사라지면 정년을 채우려는 분위기가 확산되고, 인건비가 늘어나 경영 부담도 가중될 것이라고 우려한다. 임금피크제를 기계적으로 적용하면 멀쩡한 노동력이 사장될 수 있다. 이번 판결을 계기로 노사가 합심해 연공서열과 호봉제 중심에서 벗어나 직무나 성과 중심으로 근로 문화를 근본적으로 바꿔 나갈 필요가 있다. 산업 현장의 소모적 논쟁을 줄이기 위해 임금체계를 선진화하는 작업도 서둘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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