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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강화된 한·미 태세, 북한은 도발 말고 주민에 신경써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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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북한의 미사일 도발 징후를 포착하고 추적해온 공군은 24일 실제 발사에 대비, F-15K 전투기 30여대로 엘리펀트 워크(Elephant Walk) 훈련을 했다. 다수 전투기가 최대 무장을 장착하고 밀집 대형으로 이륙 직전 단계까지 지상 활주하는 훈련이다. 북한은 25일 ICBM 등 세 발의 미사일을 쐈다.     [합동참모본부]

북한의 미사일 도발 징후를 포착하고 추적해온 공군은 24일 실제 발사에 대비, F-15K 전투기 30여대로 엘리펀트 워크(Elephant Walk) 훈련을 했다. 다수 전투기가 최대 무장을 장착하고 밀집 대형으로 이륙 직전 단계까지 지상 활주하는 훈련이다. 북한은 25일 ICBM 등 세 발의 미사일을 쐈다. [합동참모본부]

북, 코로나 확산에도 어제 또 ICBM 도발  

굳건한 동맹 기반, 신냉전 위기 이겨야

북한이 코로나19 확산에도 어제 또다시 미사일을 쐈다. 올해 들어 17번째, 윤석열 정부 출범 후 두 번째, 한·미 정상회담 나흘 만의 도발이다. 북한은 미국 본토를 겨냥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7형 추정)과 한국과 주일 미군기지를 사정권에 두는 단거리탄도미사일(KN-23) 세 발을 섞어 쏘며 도발 수위를 올렸다. 모두 핵탄두 탑재가 가능한 미사일이다.

북한은 한국·일본 방문을 마친 조 바이든 대통령이 미국 땅에 도착하기도 전에 ICBM을 발사해 시간 효과까지 노렸다. 전날엔  한국방공식별구역(KADIZ)과 일본방공식별구역(JADIZ)에 중국과 러시아 전투기·폭격기 6대가 무단으로 침입해 두 시간 동안 휘젓고 다녔다. 인도·태평양 경제프레임워크(IPEF) 출범과 쿼드 정상회의 등 미국이 주도하는 자유 진영의 경제안보 협력에 맞서는 두 나라의 무력시위인데, 북한 도발이 더해지면서 마치 북·중·러가 조율해 한·미·일을 위협하는 모양새가 됐다.

북한 도발 직후 윤 대통령은 긴급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열고 “한·미 정상이 합의한 확장 억제 실행력과 한·미 연합방위태세 강화 등 실질 조치를 이행하라”고 지시했다. 정부는 이후 성명에서 “유엔 안보리 결의를 위반한 불법행위이자 한반도와 국제사회의 평화를 위협하는 중대한 도발”이라고 북한을 강력 규탄했다. 한·미 군은 현무-II, ATACMS(에이태큼스) 실사격 훈련으로 “도발 원점을 정밀 타격할 능력과 태세를 갖추고 있음”(합참)을 과시했다. 북한의 전략적 도발에 한·미 군이 공동 대응한 건 2017년 7월 이후 4년10개월 만이다.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에 매몰돼 숱한 북한 도발에 눈감은 지난 정부와 확연히 다른 대응이다. 북한이 ‘핵무력을 남한 타격용으로 쓸 수 있다’고 한 상황에서 한·미가 정상회담을 통해 동맹의 신뢰를 확인하고 대비태세를 철저히 갖추게 된 건 더없이 다행스러운 일이다.

개탄스러운 건 북한 정권이다. 코로나 백신도 맞지 못한 주민들이 민간요법에 의존하며 공포에 떠는데도 국가 자원을 도발에 탕진하고 있다. 중·단거리 미사일 한 발을 쏘는 데 12억~18억원, ICBM은 그 10~20배가 든다. 7차 핵실험 준비도 마친 상태다.

“북한의 지속된 도발은 더 강력하고 신속한 한·미 연합 억제력으로 귀결될 수밖에 없고, 북한의 국제적 고립을 자초할 것이다.” 한국 정부가 낸 이 성명을 북한은 되새기길 바란다.

어제, 그제 북·중·러의 위협과 도발은 전제주의 국가 대 자유민주주의 진영의 대립 격화, 그 한가운데에 있는 우리의 안보 현실을 한 번에 보여줬다. 정부는 마침 합동참모의장과 육·해·공군 총장 등 군 수뇌부를 교체했다. 정부와 군 모두 심기일전해 이 위기를 지혜롭게 헤쳐나가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