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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대응 최적' 국방부 vs '의전 최적' 건물...영빈관 달랐던 한·일 [바이든 순방 동행기] ③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여기서 이러시면 안 됩니다. 어서 이동해 주세요.”

지난 23일 일본 도쿄에 있는 정부 영빈관 아카사카궁에서 백악관 취재단을 안내하던 직원이 다급히 외쳤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의 공동 기자회견에 참석하기 위해 이동하던 중 일부 기자들이 사진을 찍기 위해 멈춰서자 재촉한 것.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23일 일본 도쿄 영빈관인 아카사카궁에서 정상회담을 마친 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23일 일본 도쿄 영빈관인 아카사카궁에서 정상회담을 마친 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일부 기자들은 궁 입구에서 건물로 들어가는 길에 바로크 양식 석조 건물과 잘 가꿔진 정원이 나타나자 눈이 휘둥그레졌다. 너도나도 휴대폰을 꺼내 들고 사진과 영상을 찍기 시작했다.

한 기자가 건물을 배경으로 기념 사진을 찍자 다른 이들도 사진을 남기고 싶어했다. 줄이 움직이지 않고 멈춰서자 예상치 못한 상황에 담당 직원 마음이 급해진 것 같았다. 정상회담 관련 일정은 시간을 철저히 계산해 준비한다. 약간의 오차도 행사 진행에 차질을 빚을 수 있다.

23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기장대의 사열을 받으며 정상회담이 열리는 아카사카궁으로 들어서고 있다. [AP=연합뉴스]

23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기장대의 사열을 받으며 정상회담이 열리는 아카사카궁으로 들어서고 있다. [AP=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취임 후 첫 아시아 순방은 한국과 일본 일정이 나란히 이어지면서 불가피하게 두 나라의 손님맞이와 여건이 비교됐다. 바이든 대통령 일정을 따라 두 나라를 연달아 방문한 수행원과 기자들은 자연스럽게 두 나라의 닮은 점과 다른 점을 느낄 수 있었을 것 같다.

지난 21일 한ㆍ미 공동 기자회견이 열린 국방부 청사 1층 강당. 보안검사를 받은 뒤 회견 시작 3시간 전부터 이 곳에서 대기할 때 한 사람이 옆 사람에게 “대학 때 강당(college auditorium)에 있는 것 같다”고 말하는 걸 들었다. ‘대학 강당’이나 ‘대학 기숙사’ 같이 대학이란 단어가 붙으면 젊었지만 형편은 넉넉지 않았던 그 때를 떠올리게 하는 표현이다. 소박하다, 꾸밈없다, 변변치 않다 같은 뉘앙스가 있다.

새 정부가 청와대를 이전하는 과정에서 한ㆍ미 정상회담이 조기에 성사되는 바람에 기존 국방부 청사가 정비되지 않은 상황에서 ‘빅 이벤트’가 열렸다. 대통령 집무실이 된 국방부 청사는 원래 정부 청사 중에서도 가장 수수한 곳이다. 군용 건물이니 치장이나 장식을 최소화 했다. 그럼에도 화장실에서 냄새가 나거나 세면대 옆에는 누구 것인지 모를 치간 칫솔이 놓여 있는 등 열악한 환경이 노출됐다.

임시 건물에서 행사를 치르게 된 것은 어쩔 수 없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백악관 출입 기자들이 그런 자세한 사정을 알 수는 없을 것이다. “한국 정부가 청와대를 이전하는데, 새 건물을 ‘피플스 하우스로 리브랜딩(rebranding)하는 중”이라는 정확하지 않은 정보도 오갔다.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 21일 용산 대통령실 청사 강당에서 한미정상회담 공동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스1]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 21일 용산 대통령실 청사 강당에서 한미정상회담 공동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스1]

바이든 대통령은 한국에 46시간 체류했고 곧바로 일본으로 넘어갔다. 일본에서 51시간을 보낸 뒤 24일 저녁 10시 미국을 향해 출발할 예정이다. 한ㆍ일 일정이 바로 이어지다보니 북한 위협에 대응하는 데 최적화해 만든 국방부 건물과 수십년간 잘 정비돼 대내외 의전에 최적화한 아카사카 궁이 비교되는 상황이 연출됐다.

한국은 청와대를 이전하는 과도기에 행사를 치렀고, 일본은 기존 시설을 활용한 터라 직접 대비할 순 없는 상황이지만 이번이 처음이자 마지막 한국 방문인 기자들도 있을 수 있다는 생각에 안타까움이 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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