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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담뱃갑 제왕' 줄줄이 입찰 실패… 왕좌 뺏기나

중앙일보

입력

차이나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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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진스커지(金时科技)는 푸룽왕(芙蓉王), 바이사(白沙), 황산(黄山), 훙타산(红塔山) 등 중국 국내 유명 담배 브랜드의 담뱃값 공급업체로 한때 업계에서 최고의 명성을 떨쳤다. 후난중옌(湖南中烟), 안후이중옌(安徽中烟), 쓰촨중옌(四川中烟) 등 중국 각지의 담배그룹을 고객사로 두고 있으며 업계에서는 명실상부 '담뱃갑 제왕'으로 불렸다.

그러나 지난해부터 굵직한 프로젝트에서 잇따라 낙찰 실패하며 회사 수익이 뚝 떨어졌다. 이에 시장은 진스커지의 낙찰 실패가 다른 고객사와의 관계에도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우려, 지난 4월 21일 진스커지의 주가는 종가 기준 8.28위안으로 사상 최저치를 기록하며 장을 마감했다.

[사진 진스커지 투자설명서]

[사진 진스커지 투자설명서]

경쟁사는 ‘회복세’인데, 진스커지만 ‘내림세’

중국 담뱃갑 시장에서 주요 상장사는 대부분 실적 회복세로 돌아선 가운데, ‘콴자이(宽窄)’, ‘윈옌(云烟)’ 등 인기 담배 브랜드의 담뱃갑 제공 업체인 진스커지는 실적 하락을 겪고 있다. 진스커지의 자회사가 담뱃갑 공급 업체 선정 낙찰에서 잇달아 떨어졌기 때문이다. 이로써 ‘중국 담배 회사는 담뱃갑 제공업체를 쉽사리 바꾸지 않는다’는 암묵적인 업계 ‘룰’을 깬 셈이다.

중국 현지 매체 타이메이티(钛媒体)에 따르면 진스커지의 자회사인 진스인우(金时印务)는 얼마 전 진행된 낙찰에서 줄줄이 미끄러졌다. 그중 진스인우의 가장 큰 고객사인 후난중옌(湖南中烟)의 일부 프로젝트에서 ‘낙방’한 사실이 큰 타격으로 작용했다. 후난중옌과의 프로젝트에서 떨어진 이유에 대해 업계는 진스인우의 뇌물공여죄와 관련 있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앞서 진스인우는 최대 고객사인 후난중옌과의 사업을 위해 6억 8000위안(1290억 9800만 원)을 투자해 ‘후난 생산기지’를 지을 계획이었다. 생산기지 구축을 위해 이미 3억 위안(569억 5500만 원)을 투자한 상황이다. 당초 담뱃갑 인쇄 등 제품 생산에 쓰일 계획이었던 부지는 ‘고객 이탈’로 완공 이후에도 텅 빌 것으로 보인다. 때문에 진즈인우와 진스커지는 대책 마련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사진 视觉中国]

[사진 视觉中国]

업계 상황을 살펴보면, 전자담배의 유행 등으로 전통 궐련 시장 규모가 축소될 수 있다는 전망에 관련 업체들이 속속 사업 방향을 변경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진스커지의 경쟁사 중 하나인 중국 징자구펀(劲嘉股份)이다. 징자구펀은 신종담배로 ‘제2의 성장 곡선’을 그리고 있다.

관련 업계는 신종담배의 시장 침투율이 높아지고, 중국 국내 산업 규제가 점차 자리 잡으며 업계 규범 역시 곧 자리잡을 것으로 내다봤다. 이에 신종담배 위주로 회사 사업 부문을 재편성한 징자구펀 역시 선두주자로서 향후 2년간 실적 상승을 이어갈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중국 매체 진터우왕(金投网)은 징자구펀의 2021~2023년 신종담배 부문 매출 연평균성장률(CAGR)이 151%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와 함께 2023년 매출 규모는 10억 위안(1897억 2000만 원)을 넘어설 것으로 추산했다.

또 다른 경쟁사인 둥펑구펀(东风股份)은 의약품 포장 사업으로 매출 증대 활로를 찾았다. 증국 증권시보(证券时报)에 따르면 둥펑구펀의 2021년 의약품 포장 사업 부문 매출은 5억 3800만 위안(1020억 5322만 원)으로 전체 매출 중 15%를 차지했다.

둥펑구펀의 의약품 포장 자회사 서우젠야오바오(首键药包)는 시노백(SINOVAC 北京科兴中维生物技术有限公司) 등에 제품을 공급하고 있다. 둥펀구펀은 이 외에도 증자 방식 등을 통해 푸신화캉(福鑫华康)과 같은 의약품 포장재 회사의 지분을 늘려가고 있다.

또 융지구펀(永吉股份)은 궐련 시장 축소를 예상, 주류 포장재 등으로 사업 부문을 확대하고 있다. 중국 경제 관련 매체 매일경제신문(每日经济新闻)은 지난 3월 25일 융지구펀이 밝힌 내용을 인용해 융지구펀이 구이저우마오타이(贵州茅台)의 ‘마오타이 1935시리즈’ 포장재 공급업체가 되었다고 전했다.

마오타이 1935는 1000위안대 고급 바이주다. 마오타이의 주력 상품인 ‘비천마오타이’를 잇는 ‘제2의 주력 라인’으로 지난해 600t에 이어 올해 2000t을 유통할 계획이다. 마오타이 계열의 주력 제품이라는 점에서 포장재 공급업체로 지정된 융지구펀의 실적 상승은 ‘떼 놓은 당상’인 셈이다.

이처럼 업계 경쟁사들이 다른 분야에 투자하는 동안 진스커지는 여전히 담뱃갑 제조에만 몰두하고 있는 상황이다. 진스커지 전체 매출 중 90% 이상이 담뱃갑 생산인 것으로 나타났으며, 아직 사업 전환 소식이나 업무 혁신과 같은 변화는 보이지 않고 있다.

[사진 VBN]

[사진 VBN]

업계 경쟁사에 비해 지역 담배회사를 꽉 잡고 있던 진스커지, 이 덕분에 2016년 진스커지 순이익은 3억 위안(569억 6700만 원)에 육박했으며 ‘담뱃갑 제왕’으로 군림할 수 있었다.

독보적이었던 진스커지의 왕좌도 곧 빼앗길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진행된 후난중옌, 안후이중옌의 프로젝트 입찰에서 진스커지는 잇따라 ‘낙방’했다. 특히 후난중옌 프로젝트 중 하나는 2020년 1~3분기 기준 진스커지의 매출 중 40%를 차지했던 터라 타격도 클 것으로 보인다.

후난중옌 프로젝트를 놓친 진스커지는 실제로 큰 실적 하락을 겪었다. 진스커지의 연간 보고서에 따르면 2021년 매출은 3억 8700만 위안(734억 5647만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9.48% 하락했다. 같은 기간 순이익은 5573만 6500위안(105억 7934만 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70.54% 폭락했다. 진스커지의 2021년 실적은 매출 8억 위안(1519억 6000만 원), 순이익 3억 위안을 기록했던 2016년 전성기 시절과 비교도 안 될 정도다.

[사진 钛媒体]

[사진 钛媒体]

진스커지의 잇단 입찰 실패는 이례적인 일이다. 품질 보증, 수년간에 걸친 실사 등 입찰 전 담뱃갑 제공 업체 대상 선정부터 까다롭기 때문이다. 진입장벽이 높은 업계에서 진스커지의 왕좌가 흔들이고 있는 것은 뇌물 공여죄와 관련 있다. 진스커지의 자회사 진스인우는 뇌물공여죄 혐의로 재판 진행 중(2021년 말 기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진스커지가 ‘로비 혐의’를 받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2003년 윈난일보(云南日报) 등 현지 매체는 회사 임원인 리원수(李文秀)의 배우자 리전구이(李镇桂)가 윈난성 성장(省长)이었던 리자팅(李嘉廷) 부패 사건에 연루돼 실형을 받기도 했다고 보도했다.

한편 진스커지는 2021년 말, 후난생산기지 프로젝트에 이미 3억 5000만 위안(664억 2650만 원) 넘게 투자했다. 후난중옌 프로젝트 입찰에서 떨어질 것이라는 시나리오는 계획에 없었기 때문이다. 진스커지는 연간 보고서를 통해 해당 생산기지의 업무를 변경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다만 아직 명확한 사용 목적은 밝히지 않았다. 핵심 고객사 이탈에 수백 억 원 투자한 생산 기지의 불투명한 미래까지, 악재가 겹친 상황에서 진스커지가 과연 어떤 방법으로 난관을 헤쳐나갈지 귀추가 주목된다.

차이나랩 이주리 에디터

[사진 차이나랩]

[사진 차이나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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