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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경제리더들 “코로나·러 침공에 30년 세계화 시대 끝”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4면

30년간 이어진 세계화 시대가 막을 내릴 것이란 경고가 나오고 있다. 전염병의 유행과 공급망 병목 현상 속 세계화 흐름이 후퇴하는 슬로벌라이제이션(Slowbalisation)에게 속도가 붙고 있다. 탈(脫) 세계화의 흐름 속에 지역과 국가에 기반한 새로운 형태의 공급망이 등장할 것이란 진단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22~26일(현지시간) 열리는 세계경제포럼(다보스 포럼)에서 탈세계화와 디커플링(탈동조화) 등이 주요 화두로 다뤄질 것이라고 22일 보도했다. 다보스 포럼에 참석한 다국적 기업 최고경영자와 투자자 대상 인터뷰를 소개하면서다.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을 역임한 조제 마누엘 바호주 골드만삭스 인터내셔널 회장은 “미국과 중국 간 긴장이 고조되고,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등으로 디커플링 세계에 대한 심각한 우려를 야기하고 있다”며 “온쇼어링(해외 기업의 자국 유치나 자국 기업의 국내 아웃소싱 확대)과 재국유화, 지역화가 기업의 최신 경향이 돼 세계화 속도를 늦추고 있다”고 지적했다.

가격 경쟁력 확보를 위해 세계 각국에 생산기지를 배치했던 오프쇼어링(Offshoring)이 대세였다. 하지만 해외로 이전했던 생산 시설이 자국으로 돌아오는 리쇼어링(Reshoring)에 더해 니어쇼어링(Nearshoring·인접국에 생산라인 분산)과 프렌드쇼어링(Friendshoring·외교 갈등에서 자유로운 우호국에 생산 시설 재배치) 등 탈세계화의 흐름도 분화하고 있다.

아시아 최대 제약회사인 일본 다케다제약의 크리스토프 웨버 대표는 “기업이 원가절감을 위한 아웃소싱을 기반으로 하는 공급망에서 지정학적 위험을 줄이는 형태로 옮겨가고 있다”며 “몇 년 전 존재했던 세계화와 제약 없는 무역, ‘세계는 평평하다’는 생각 등은 이제 끝났다”고 말했다.

사모펀드 그룹 워버그 핀커스의 찰스 칩 케이 대표는 “베를린 장벽이 무너진 뒤 지정학적 요건은 (뭔가를 고려하는 생각의) 변두리에 있었지만 이제 투자 결정의 중심이 됐다”며 “지정학적 긴장이 고조되며, 최적화된 경제적 결정을 내리는 시스템에 마찰이 생기고 있다”고 말했다.

지정학적 요인에 무게를 두는 건 공급망 병목 현상과 전염병 유행, 전쟁 등으로 인한 각국의 수출 규제의 영향이다. 뉴욕타임스(NYT)는 지난 1일 스위스 생갈렌 대학 연구팀의 자료를 인용해 “식품과 비료에 대한 전 세계 국가의 수출 규제 건수가 지난해 10건 이내에서 올해 47건으로 늘었다”고 보도했다. 47건 중 43건은 지난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생겼다.

전 세계적으로 확산하는 수출 규제에 대해 FT는 “지금 모든 국가가 ‘죄수의 딜레마’에 빠졌다”며 “모든 국가가 수출을 계속하는 게 모두에게 이익이지만, 나 홀로 수출 규제를 하지 않았다가 내수용 필수재가 부족해지는 위험을 감내할 국가는 없다”고 지적했다.

세계화보다는 지역화가 새로운 트렌드가 될 것이란 시각도 있다. 발렌티노와 발망의 라쉬드 모하메드 라쉬드 이사회 의장은 “사업이 지역화하고 있다”며 “미국과 유럽, 아시아 또는 남미와 아프리카 등 각각 다른 시장에서 사람들은 지역적 관점에서 생각하고 있고, 앞으로 지역 내 거래가 더 많아질 것으로 확신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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