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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앤츠랩]위험할 땐 안전하게...1등 은행주를 보는 관점

중앙일보

입력

딱 한 달 전 레터에서 우리금융지주를 다뤘는데요. 당시 개미 평점은 2.5, 한줄평은 ‘글쎄. 딱히 큰 재미는 없을걸?’이었습니다. 금리 인상이란 호재를 맞았지만, 단기적으로 주가가 많이 상승했고, 장기적인 투자 매력도 흡족하지 않다는 이유였죠.

일단 한 달간(4월 19일~5월 18일) 주가가 5.7% 하락. 제 평가 때문은 아니고요. 직원의 횡령 사건과 정부(예금보험공사)의 잔여 지분 매각 소식 등 이벤트가 좀 있었습니다. 우리를 제외하면 다른 은행은 잘 버텼습니다. 이 기간 코스피와 코스닥 상승률은 각각 -3.4%, -6.4%. KB금융과 하나금융지주는 -2%대로 선방했고, 신한지주는 3%가량 상승하며 힘을 냈습니다.

금리 이미지. 셔터스톡

금리 이미지. 셔터스톡

‘불안할 땐 은행주만 한 게 없다’ 역시 선배들의 말은 새겨 둬야. 외국인 투자자는 일찌감치 이쪽으로 이동했습니다. 최근 6개월 외국인 순매수 상위 종목 10개 중 3개가 은행주인데요. 그중 가장 많은 돈이 몰린(전체로는 SK하이닉스에 이어 2위) KB금융을 알아봅니다.

워낙 유명(주택은행을 떠올리셨다면 음…)하니까 별다른 설명은 필요 없을 것 같고. 신한지주와 함께 국내 1위를 다투는 종합 금융회사입니다. 은행, 증권, 보험, 카드 안 하는 게 없지만, 핵심은 물론 은행이죠. 금융지주 체제가 정착한 2008년 이후 한동안 신한이 1위를 지켰지만, 최근엔 늘 엎치락뒤치락. 지난해 순이익은 KB가 살짝 앞섰습니다.

KB금융의 1분기 순이익은 1조4531억원. 지난해 1분기보다 14.4% 증가한 건데요. 분기 실적으론 역대 최대치. KB국민은행의 순이익은 9773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1.9%나 늘었습니다. 지난 레터에서도 언급했지만, 지금은 은행이 돈을 벌 수밖에 없는 구간입니다. 금리 인상 때문이죠.

서울 서초구 고속터미널역 이마트 노브랜드(No Brand)와의 협업 매장. 뉴스1

서울 서초구 고속터미널역 이마트 노브랜드(No Brand)와의 협업 매장. 뉴스1

은행이 돈을 얼마나 버는지는 순이자마진(NIM)에 답이 있는데요. 은행이 있는 자산을 굴려서 얻는 수익에서 조달 비용을 뺀 뒤, 자산 총액으로 나눈 값. 이렇게 말하니 복잡하지만 싸게 빌려와서(예금) 비싸게 빌려주면(대출) 됩니다. 그럼 많이 남기겠죠. 공식 용어로 하면 예대금리차, 사실상 이게 NIM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칩니다.

기준금리가 빠른 속도로 상승하면서 지난해 1분기 1.78%포인트였던 예대금리차는 올해 1분기엔 1.93%포인트까지 상승. 보통 기준금리 인상분이 예금 금리보단 대출 금리에 더 빨리 반영되는데 간단히 설명하면 대출은 변동금리가, 예·적금은 고정금리가 많기 때문입니다. 금리가 오르면 결국은 예금 금리도 오르지만, 시차가 좀 필요하다는 말씀.

어쨌든 금리 인상 덕에 국내은행의 1분기 이자이익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조8000원가량 늘었습니다. 표정을 좀 감춰야 할 뿐이지 은행 입장에서 지금은 아주 기분이 좋은 때란 거죠.

은행 이미지. 셔터스톡

은행 이미지. 셔터스톡

며칠 전 한국은행 총재의 한 마디 때문에 시장이 화들짝 놀란 일이 있었는데요. 지난달까지만 해도 그는 “한은 차원의 빅스텝(기준금리를 한번에 0.5%포인트 올리는 것)을 고려하지 않는다”고 했는데 “빅스텝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단계는 아니다”라고 말을 바꿨습니다. 물가도 물가지만 미국이 워낙 빨리 달려가니까 우리도 좀 맞춰야 하는 것 아니냐는(한미 간 금리 역전은 또 여러 부작용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음) 고민이겠죠.

실물경기 상황이 변수이긴 하지만 연말 기준금리가 3%에 근접할 거란 점은 너무도 확실해 보입니다. 적어도 올해까진 KB금융의 실적을 걱정할 일은 없다는 뜻이죠. 돌발 악재만 없다면 주가 역시 안정적일 듯. 하반기에도 시장이 자주 출렁일 거로 보이는데 대피처를 찾는 수요가 은행주에 더 몰릴 가능성도 있죠. 신한이나 우리보다 최근 주가 상승 폭이 상대적으로 작았고, 외국인 수요가 꾸준한 것도 매력적이네요.

최근 은행권에선 배당 확대나 자사주 매입 등 주주환원 정책 도입이 활발한 데요. KB도 최근 분기 배당을 정례화하고, 1분기 주당 500원의 배당금을 지급하기로 결정. 연말까지 따져봐서 실제 배당금이 많이 늘어나는 것도 중요하지만 꾸준한 분기 배당은 신뢰의 상징. 용돈도 자주 받으면 기분이 좋잖아요.

은행은 별걱정 안 해도 될 거 같은데 비은행 부문은 좀. 손해보험과 캐피탈은 그럭저럭 괜찮았는데 증권과 카드, 생명보험은 부진했습니다. 특히 KB증권은 1분기 순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48.3%나 줄었는데요. 장이 안 좋으면 거래가 줄고, 수수료도 덜 들어오니까 증권사는 먹고 살기 힘들어지죠.

채권 쪽에 전문성이 있는 KB증권은 최근 IPO 시장(상장 주관사가 수수료를 받죠)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었는데요. 올해 1월엔 LG에너지솔루션(대표 주관사)으로 ‘대박’을 터뜨렸죠. 하지만 IPO 시장의 냉기가 흐르고, 상장을 미루는 회사가 빠르게 늘고 있어서 고민이 깊은 상황. 비은행 부문에선 KB손해보험의 실적 개선 정도가 긍정적인 포인트입니다.

은행 이미지. 셔터스톡

은행 이미지. 셔터스톡

올해야 큰 걱정 없겠지만, 금리가 오르면 결국 대출이 줄어들죠. 부동산 경기도 함께 봐야 하니까 장기 보유는 현시점에선 판단하긴 일러 보입니다.

더 긴 호흡으로 보면 걱정도 없지 않습니다. 10년 뒤에도 1등일지 확신할 수 없거든요. 은행을 찾지 않고 은행 서비스를 이용하는 사람이 늘어날수록, KB나 신한이 없어도 사는 데 전혀 지장이 없는 세대가 성장하면 할수록 플랫폼(특히 모바일)의 중요성은 커집니다. 요즘 각 은행이 앱 월간활성이용자수(MAU, 1개월 동안 한 번 이상 서비스를 사용한 사람) 같은 지표를 유심히 살피는 이유지요.

MAU만 놓고 보면 카카오뱅크가 4대 시중은행을 이미 추월. 카카오뱅크의 주가가 최근 큰 폭으로 하락했지만 KB 입장에선 오히려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할지도 모릅니다. 같은 은행인데 주가는 왜 반대로 움직였을까? 어쩌면 지금 은행의 최대 경쟁자가 카카오뱅크란 걸 정확하게 보여준 것일지도.

결론적으로 6개월 뒤:

딱히 살만한 종목이 안 보인다면.

이 기사는 5월 20일 발행한 앤츠랩 뉴스레터의 일부입니다. 이번 콘텐트가 마음에 드셨다면 주변에 소개해주세요!
https://www.joongang.co.kr/newsletter/antsla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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