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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앤츠랩]증시 하락기에 선방하는 이 회사…마케팅 줄여도 가입자 늘었다

중앙일보

입력

미국 긴축 이슈로 연일 코스피가 박살 나는 상황에도, 나름대로 선방 중인 종목이 있습니다. 통신업계 1위 회사 SK텔레콤인데요. 이달 들어 코스피는 이틀을 제외하고 계속 하락했지만, SK텔레콤 주가는 반대로 이틀 빼고 다 올랐죠. (17일 기준)

통신업종은 대표적인 내수 업종이다 보니, 대외 악재에도 영향을 덜 받지요. 증시가 좋지 않을 때 주목받는 이 회사. 이번엔 어떨지 한번 살펴봤습니다.

'5G 효과'를 누리고 있는 SK텔레콤. 셔터스톡

'5G 효과'를 누리고 있는 SK텔레콤. 셔터스톡

원래 통신주는 정권 교체기에 인기가 떨어지는 경향이 있습니다. 보수와 진보, 정권 성향을 가리지 않고 통신요금 인하 공약을 내걸고 실제로 실행해 온 흑역사 때문이죠. '전화세' 내던 시절을 기억하는 분이 있을지 모르겠습니다만, 서민들 입장에서 통신요금은 매달 고정으로 빠져나가는 준(準) 조세로 여겨지는 것도 사실. 집권 초부터 인기를 얻고 싶은 정부로서도 통신요금을 강제로 깎고 싶은 유혹이 들게 마련이죠.

문재인 정부 취임 초기 통신비 인하는 뜨거운 감자였다. 연합뉴스

문재인 정부 취임 초기 통신비 인하는 뜨거운 감자였다. 연합뉴스

다만 윤석열 정부 들어서는 좀 다른 분위기입니다. 이달 초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중저가형 5G 요금제 출시를 통신업계에 권고하겠다고 발표하자 주가가 다소 주춤했는데요. 통신업계는 이런 제안을 통신비 강제 인하가 아니라, 다양한 가격대 상품 개발을 하라는 의미 정도로 받아들이는 걸로 정리하면서 주가도 다시 반등했습니다.

김진원 SK텔레콤 최고재무책임자(CFO)는 10일 1분기 콘퍼런스콜에서 인수위 제안에 대해 "고객이 원하는 요금제를 지속적으로 검토하겠다"고 화답했죠. 통신비 강제 인하에 결사반대하며 정권과 각을 세웠던 문재인 정부 초기와는 사뭇 다른 태도입니다.

고객은 저렴한 통신요금을 원하게 마련. 셔터스톡

고객은 저렴한 통신요금을 원하게 마련. 셔터스톡

자, 이렇게 정권 초기 '관치 리스크'는 별 탈 없이 정리됐고. 이제 남은 건 실적. 얼마나 돈을 잘 벌어서 주주들에 환원할 재원을 마련하느냐가 중요하겠죠.

통신사가 돈 버는 법을 거칠 게 정리하면 3G에서 LTE, 5G로 세대가 진화할 때마다 대규모 설비 투자를 하고, 그 후 가입자를 유치해 통신요금을 받아 수익을 올린다고 할 수 있습니다. (물론 '탈 통신' 슬로건을 내걸며 다양한 사업을 벌이곤 있습니다만, 본질은 크게 달라지진 않죠)

경기가 나쁘다고 2년 쓴 스마트폰을 안 바꿀 것도 아니고. 소득이 준다고 통신을 끊을 것도 아니죠. 꼬박꼬박 요금을 내주는 가입자가 있으니 현금흐름이 좋을 수밖에 없고요. 현금흐름이 좋으니, 배당으로 나눠줄 돈도 많아서 고배당주로서 매력이 생기는 겁니다. SK텔레콤은 매 분기 배당을 하는데, 1분기 배당금을 주당 830원(총 배당액 1809억원)으로 결정했지요. 시장 예상(주당 825원)보다 더 많은 액수입니다.

아니 저렇게 쉽게 돈을 벌어 주주들에 갖다 바치면 너도나도 통신주를 사야 하는데, 그게 또 그렇지만은 않습니다. 통신사들은 좁은 한국 땅에서 3사(나머지 KT와 LG유플러스)가 경쟁하는데, 남의 고객을 빼앗아 와야만 새로운 매출을 올릴 수 있는 구조죠.

그러니까 고객을 빼앗아 오기 위한 실탄, 마케팅비가 대거 나갑니다. 대략 한 분기에 나가는 마케팅비가 7000억~8000억원 정도인데, 분기 매출액의 20% 정도가 이 비용으로 나가죠. 통신사 실적을 논할 땐 마케팅비를 빼놓고 이야기할 수 없을 정도입니다.

그래픽=김은교

그래픽=김은교

그럼 이 마케팅비는 어떻게 회계처리할까. 마케팅비는 2018년 전만 해도 그냥 쓰는 시점에 비용처리 하는 항목일 뿐이었죠. 하지만 2018년부터 국제회계기준이 바뀌면서 마케팅비를 자산화하게 됩니다.

마케팅비는 가입자 유치에 쓴 돈이라 수익에 기여한 건 분명하죠. 가입자는 이 지원금 덕분에 2년 약정 기간 동안 서비스를 사용하도록 묶어뒀는데도, 이 비용을 약정기간과 아무런 상관없이 매년 한꺼번에 비용으로 털어내 버리는 게 맞나? 회계 기준이 기업의 실질을 오히려 왜곡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 아예 기준을 바꾼 겁니다.

내수 기업인 통신사들은 남의 고객을 빼앗아 와야만 하는 숙명. 뉴스1

내수 기업인 통신사들은 남의 고객을 빼앗아 와야만 하는 숙명. 뉴스1

기준이 바뀐 뒤로는 마케팅비를 약정 기간으로 나눠 천천히 비용으로 털어내면(상각) 되니까, 결과적으로 비용 부담을 덜 수 있죠.

SK텔레콤이 시장 예상치를 웃도는 양호한 1분기 실적을 발표한 것도 이 때문입니다. 2019년에 5G를 도입하면서 5G 요금제에 가입하라고 뿌린 마케팅비가 상당했는데, 시간이 지나서 관련 비용을 다 털어낸 겁니다. 1분기에 쓴 마케팅비도 과거보다 적었기도 했고요.

수익성도 좋아졌습니다. 제조업체들이 매출액을 늘리려면, 가격을 올리거나 많이 팔거나 둘 중 하나인 것처럼 통신사들도 가입자 1명당 수익(ARPU)을 높이거나 가입자를 늘리거나 둘 중 하나죠. SK텔레콤은 1분기 5G 가입자가 1087만9000명에 달해 전 분기보다 100만명 넘게 증가했고, 무선 ARPU는 3만401원으로 한 해 전 같은 기간보다 0.6% 늘었습니다. LTE보다 1인당 요금도 비싼 5G 서비스의 가입자가 늘었으니 영업이익률도 상당히 좋아졌지요.

그래픽=김은교

그래픽=김은교

SK텔레콤은 지난해 11월 회사를 둘로 쪼갰는데요. SK하이닉스와 11번가, SK쉴더스, 원스토어 같은 회사들을 묶어 SK스퀘어로 보내고, SK텔레콤은 SK브로드밴드·SK텔링크 정도만 갖게 됐죠.

그런데 SK스퀘어 쪽으로 보낸 자회사들이 지금 같은 증시 침체기에 연달아 상장을 철회하게 되면서 SK스퀘어 주가도 내려갔는데요. (자식이 잘 안되면 부모도 상처 입기 마련) SK텔레콤은 이젠 딴 집 자식으로 보낸 터라, 남의 일 보듯 할 수 있게 됐죠. 상대적으로 SK텔레콤이 더 좋아 보이는 효과도.

결론적으로 6개월 뒤:

2분기에도 기대되는 마케팅비 상각 효과

※이 기사는 5월 18일 발행한 앤츠랩 뉴스레터의 일부입니다. 콘텐트가 마음에 드셨다면 주변에 널리 공유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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