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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급망 도전 대응 협력" 첫 언급…中 언급없이 中 뼈때렸다[한·미 정상회담]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양 정상은 공급망 생태계가 당면한 도전에 대응하기 위해 계속 협력한다"
(21일 한ㆍ미 정상회담 공동성명)

21일 한ㆍ미 정상회담 공동성명엔 공급망 분야와 관련해  중국을 직접 거론하지 않으면서도 중국의 뼈를 때리는 대목이 곳곳에 담겼다. 중국을 글로벌 공급망의 교란 주체로 보고 동맹 차원의 압박을 추진하는 바이든 행정부의 인식이 그대로 녹아들었다는 평가다.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1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한미 정상회담을 가진 뒤 공동기자회견을 열고 공동성명을 발표하는 모습.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1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한미 정상회담을 가진 뒤 공동기자회견을 열고 공동성명을 발표하는 모습. 대통령실사진기자단.

'공급망 도전' 첫 언급...中 저격?

이날 성명은 '전략적 경제ㆍ기술 파트너십'이라는 챕터를 따로 뒀다. 지난해 한ㆍ미 정상회담 공동성명에선 경제 관련 내용을 '포괄적 협력' 챕터에 포함했던 반면, 이번엔 아예 두 번째 챕터로 별도로 빼서 경제안보, 공급망 협력에 힘을 실었다.

해당 챕터에서 양 정상은 "공급망 생태계 내 당면한 도전과 장기적 도전에 대응하기 위해 계속 협력해 나가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바이든 행정부는 출범 때부터 투명하고, 안전하며, 지속 가능하고, 개방된 글로벌 공급망을 위협하는 최대 위협으로 중국을 사실상 지목하고, 중국을 배제한 공급망 재편을 추진해왔다.

이에 이날 성명에 언급된 '공급망에 대한 도전'은 결국 중국을 뜻하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해 한ㆍ미 정상회담 공동성명에는 '공급망 회복력'을 강조하는 문구가 담겼을 뿐 공급망에 대한 '도전' 언급은 없었다. 당연히 누가 도전을 가하는지에 대한 설명도 없었다.

대응 방안도 구체적이다. 공동성명에 따르면 양 정상은 "잠재적 공급망 교란의 탐지와 대응을 위한 조기경보시스템 관련 협력과 핵심광물 공급 및 제련에 관한 협력"을 하기로 했다. 외교 소식통은 "공급망 조기 경보 시스템 관련 협력은 민감한 기업 기밀 공유 등도 수반하는데, 오히려 미국 측이 더 적극적인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손열 동아시아연구원장은 "공급망에 대한 도전은 중국 외에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코로나19 사태 등을 복합적으로 지칭한 것으로 보인다"며 "다만 바이든 행정부는 가치를 공유하지 않는 국가로부터 공급망 교란이 올 수 있다고 지속적으로 우려를 제기해왔기 때문에, 중국의 기술 패권에 더해 공급망 주도 움직임에도 경계심을 드러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21일 한ㆍ미 정상회담 공동성명의 두번째 챕터인 '전략적 경제ㆍ기술 파트너십' 대목. 안보, 상호방위 바로 다음에 위치했다. 대통령실 제공 공동성명 캡처.

21일 한ㆍ미 정상회담 공동성명의 두번째 챕터인 '전략적 경제ㆍ기술 파트너십' 대목. 안보, 상호방위 바로 다음에 위치했다. 대통령실 제공 공동성명 캡처.

'기술 침탈' 경계, 소통 공고화

이날 성명에는 "공동의 민주주의 원칙과 보편적 가치에 맞게 기술을 개발, 사용, 발전시킬 것을 약속한다"는 내용도 담겼다. 이어 양 정상은 "선진 기술의 사용이 우리의 국가안보와 경제안보를 침해하는 것을 예방하기 위해 필요한 핵심기술 관련 해외 투자심사 및 수출통제 당국 간 협력을 제고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이는 미국이 그간 반도체 등 첨단 기술 분야에서 중국의 강제 기술 이전, 특허권 침해 등 불공정 행위를 비판해온 것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앞서 지난해 미 국가정보국은 보고서를 통해 미국의 기술을 빼돌리는 배후로 중국을 지목하기도 했다.

이날 한ㆍ미는 경제안보 관련 협의를 상시적으로 할 수 있는 소통 채널도 새로 마련했다. 성명은 "한ㆍ미의 행정적ㆍ정책적 접근 방식 조율을 위한 국가안보실 간경제 안보 대화가 출범한다"고 밝혔다.

정부 부처 간 소통을 위한 장관급 채널도 생겼다. 양 정상은 "반도체, 배터리, 핵심 광물 등 주요 품목의 회복력 있는 공급망 촉진을 논의하기 위해 정례적인 장관급 공급망ㆍ산업대화를 설치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한편 바이든 대통령이 오는 23일 일본 순방 중 공식 출범을 선언할 인도ㆍ태평양 경제 프레임워크(IPEF) 관련 협력도 공동성명에 명시됐다. 한국은 창립 멤버로 들어가 규범 확립 등에 주도적 역할을 한다는 구상이다.

이와 관련, 양 정상은 "개방성, 투명성, 포용성의 원칙에 기초해 협력"하며 "디지털 경제, 회복력 있는 공급망, 청정에너지, 지속가능한 경제성장 촉진에 방점"을 두기로 했다. IPEF에 대해서도 중국은 "공급망 단절 시도"(왕이 외교담당 국무위원, 16일)라며 반발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1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소인수 정상회담을 하는 모습. 대통령실.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1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소인수 정상회담을 하는 모습. 대통령실.

'中 견제용' 해석 경계

이와 관련, 이날 성명이 다분히 중국 견제적이라는 해석에 대해 대통령실은 일단 선을 그었다.

왕윤종 경제안보비서관은 이날 회담 후 취재진과 만나 "전체 성명에서 '중국을 공급망에서 배제한다'는 말은 단 한 줄도 없다"며 "IPEF를 비롯해 다자나 양자 측면에서 특정 국가를 배제하기보단 상호보완적 국가 간 공급망의 안정을 가져오는 데 초점을 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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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대통령실은 별도로 배포한 설명 자료에서도 미국과의 공급망 협력 강화 방안을 열거한 뒤 "중국 측과도 경제 협력 소통 강화를 통해 조화로운 한ㆍ미, 한ㆍ중 경제 협력을 추진하겠다"고 덧붙였다.

이는 중국의 반발 가능성을 의식한 행보로 보인다. 앞서 중국은 지난 20일 바이든 대통령이 방한 첫 일정으로 삼성 반도체 공장을 찾은 데 대해서도 관영 매체를 통해 "미국 주도의 반도체 동맹을 부각하고,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것"이라며 민감하게 반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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