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진자 나이·주소까지 카톡 유출…이 공무원 이건 무죄, 왜 [그법알]

중앙일보

입력 2022.05.20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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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의 국내 추가 확진자 4명이 발생한 2020년 2월 6일 서울 도심에서 한 시민이 스마트폰 어플을 이용해 실시간 국내 감염자 확진자 동선을 살펴보고 있다. 이날 질병관리본부 중앙방역대책본부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확진 환자가 4명 추가돼 총 23명으로 늘었다고 밝혔다. 뉴스1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의 국내 추가 확진자 4명이 발생한 2020년 2월 6일 서울 도심에서 한 시민이 스마트폰 어플을 이용해 실시간 국내 감염자 확진자 동선을 살펴보고 있다. 이날 질병관리본부 중앙방역대책본부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확진 환자가 4명 추가돼 총 23명으로 늘었다고 밝혔다. 뉴스1

[그법알 사건번호 33] 코로나19 확진자 정보 무심코 전송한 공무원들

2020년 1월 말, 충청도 소재의 한 군청 소속 공무원 4명은 한 문건이 찍힌 사진을 카카오톡 메신저로 각자의 가족에게 전송했습니다. 문건의 정체는 바로 해당 군청이 긴급 대책회의에서 사용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 감염증 관련 보고'였습니다. 여기엔 확진자의 성별, 나이, 가족관계, 거주지는 물론 접촉자들의 개인정보까지 담겨 있었습니다. 당시에는 국내 코로나19 확진자가 10여명 수준이었습니다. 확진자의 동선이 모두 공개되던 시기였죠.

검찰은 이들이 업무상 알게 된 코로나19 확진자와 그 접촉자의 개인정보를 누설한 혐의가 있다며 재판에 넘겼습니다. 

여기서 질문!

코로나19 확진자 정보를 유출한 공무원들은 무슨 죄로 처벌받을까요?

관련 법률은?

검찰은 이들에게 형법상 '공무상 비밀누설' 또는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혐의를 적용했습니다. 1개의 행위가 여러 개의 죄에 해당할 경우 중복 처벌하지 않고 가장 무거운 죄로 처벌하는 데, 이를 법률 용어로는 '상상적 경합'이라고 합니다. 이 사건도 해당합니다.

형법 제127조(공무상 비밀의 누설)공무원 또는 공무원이었던 자가 법령에 의한 직무상 비밀을 누설했을 때 2년 이하 징역이나 금고 또는 5년 이하의 자격정지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개인정보보호법 제59조와 제71조에 따르면 업무상 알게 된 개인정보를 누설하거나 권한없이 다른 사람이 이용하도록 제공한 자 및 그 사정을 알면서도 영리 또는 부정한 목적으로 개인정보를 제공받을 경우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게 됩니다.

대법원 전경. [중앙포토]

대법원 전경. [중앙포토]

법원 판단은?

대법원은 공무상 비밀누설죄 부분에 대해서는 무죄를,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부분에 대해서는 유죄라고 판단했습니다. 4명의 피고인에게는 벌금 100만원 선고유예형이 확정됐습니다.

법원이 공무상 비밀누설죄에 대해서 혐의가 없다고 판단한 이유는 확진자 등의 개인정보가 직무상 비밀로 보호할 가치가 있을 정도는 아니며, 그 정보 유출로 감염병 예방·관리 등에 관한 국가의 기능이 위협받는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봤기 때문입니다.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공무상 비밀누설죄에서 말하는 '법령에 의한 직무상 비밀'이란 반드시 법령에서 비밀로 규정한 것에 한정하지 않고 정치·군사·외교·경제·사회적 필요에 따라 비밀로 된 사항 그리고 국민이 객관적, 일반적 입장에서 외부에 알려지지 않는 것에 상당한 이익이 있는 사항도 포함됩니다. 하지만 실질적으로 그것을 비밀로서 보호할 가치가 있다고 인정할 수 있어야 한다는 단서가 붙습니다.

1심 재판부는 "이 사건 당시 국내 코로나19가 빠르게 확산되고 있었고 주무 부처인 질병관리본부(현 질병관리청)와 지방자치단체들은 확진자와 접촉자의 정보를 공개하고 있었다"며 "(이들의 행위가) 코로나19 감염증 예방 및 관리 등에 관한 국가의 업무에 지장을 초래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시했습니다.

1심은 이들에게 각각 벌금 100만원을 선고했는데, 2심은 각 혐의에 대한 유·무죄 판단은 유지하면서도 벌금 100만원 선고를 유예했습니다. 이들이 문건 사진 전송 직후 보고서를 삭제해 전파 가능성을 곧바로 차단했고, 잘못을 깊이 반성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했기 때문입니다. 대법원은 검찰의 상고를 기각하며 2심 판결을 확정했습니다.

이번 판결은 대법원이 코로나19 확진자 개인정보 유출과 관련해 내린 최초의 사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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