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 10개 들고 극단선택 사업가…法 "보험금 줘라" 무슨일

중앙일보

입력 2022.05.23 06:00

업데이트 2022.05.23 0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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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법알 사건번호 34] 극단 선택한 사업가…생명보험금 지급 법원 판단은?

중국에서 사업을 하던 A씨는 상황이 어려워지자 지난 2015년 한국으로 돌아왔습니다. 그리고 그는 같은 해 1월 29일부터 3월 6일까지 10개의 생명보험에 가입했습니다.

약 2년이 흐른 2017년 3월 9일 스스로 목숨을 끊은 채 발견됐습니다. 경찰에서도 극단적 선택을 한 것으로 판단하고 사건을 마무리했죠. 보험 가입자가 고의로 자신을 해쳤을 때 보험금을 주지 않는 조항이 만료되는 시점(2017년 3월 6일) 바로 다음 날 A씨가 외출한 뒤 벌어진 일이었습니다.

[중앙포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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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회사들은 일제히 “보험금 지급 의무가 없다”고 했습니다. “다수의 보험 계약을 통해 보험금을 취득할 목적으로 보험에 가입한 것이므로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반해 무효”라는 논리였죠.

아내와 자녀들은 2017년 3곳의 보험회사를 상대로 각각 2억원의 보험금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가족들은 “극단 선택 면책 기간 이후 숨진 것인데 보험 계약을 무효로 볼 수는 없다”는 입장으로 맞섰죠.

여기서 질문

보험 회사의 생명보험 극단 선택 면책 기간 3일 뒤 스스로 목숨을 끊은 채 발견된 A씨. 생명 보험금 지급 대상일까요

관련 법률은

민법 제103조 (반사회질서의 법률행위)는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위반한 사항을 내용으로 하는 법률행위는 무효로 한다고 규정했습니다. 보험회사들은 이 조항을 들어 보험금 지급의 부당성을 주장했습니다.

법원 판단은  

1심은 보험회사의 손을 들었습니다. 1심 역시 민법 103조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반해 무효’라고 언급했습니다. 1심은 “보험계약자가 부정 취득할 목적으로 다수의 보험계약을 체결했는지는 직접 인정할 증거가 없더라도 ▶직업 및 재산상태 ▶보험 계약 체결 시기와 경위 ▶보험계약의 규모와 성질 ▶체결 후의 정황 등 제반 사정에 따라 목적을 추측할 수 있다”고 봤습니다.

보험회사들은 A씨가 보험 체결 무렵 주식 투자로 상당 금액을 잃었고, 안정적인 수입도 없는데도 불구하고 많은 보험에 가입했으며, 이미 생명보험이 가입돼 있는데도 단기간에 적극적이고도 집중적으로 신규 생명보험에 가입했다는 점 등을 들었는데 이러한 부분이 받아들여진 것입니다.

[중앙포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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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심의 판단은 달랐습니다. 2심 역시 “부정 취득할 목적으로 보험계약을 체결한 것이 아닌지 의심이 되는 측면이 있다”고 단서를 달았는데요. 하지만 “단정할 수는 없다”고 봤습니다.

2심에서 새롭게 등장한 사실들이 있습니다. A씨는 ➀ 보험 가입 직후 아파트를 사고, 수영복 상표를 출원하기도 했는데 이를 극단적 선택을 계획하는 사람의 행동으로 보기는 어렵고 ➁생명보험과 관계없이 70여건의 여행자보험에 가입하기도 한 점을 비춰보면 안전 추구 성향이 강했다고 보인다는 것입니다.

경제적 상황에 대한 판단도 달랐습니다. A씨가 총 8억원대 부동산과 고급 외국산 승용차 등을 갖고 있었고, 친구를 통해 상당한 금액을 주식 투자하거나 수억원을 이체하기도 했으며, 아내가 가진 수억원대의 예금 채권 등도 공동 재산 성격이 강하다는 점을 봤을 때 10건의 추가 보험 가입으로 납부해야 하는 보험료인 월 75만6500원이 과다하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한 것입니다. 이에 2심은 생명 보험금 2억원의 일부(28~42%)를 가족들에게 지급하라고 판단했죠.

마침내 3심, 대법원 2부(주심 천대엽 대법관)는 2심의 판단을 확정했다고 23일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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