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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나가는 국힘 40%대 지지율, 왜 지방선거로는 안 이어질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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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각종 여론조사에서 국민의힘 지지율이 최근 40%대를 기록하며 고공행진을 거듭하고 있다. 하지만 당 지지율이 지방선거 격전지에서는 온전히 반영되지 않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사진은 공동선대위원장인 김기현 국민의힘 전 원내대표가 9일 국회에서 열린 선대위 1차 회의에서 발언하는 모습. 김성룡 기자

각종 여론조사에서 국민의힘 지지율이 최근 40%대를 기록하며 고공행진을 거듭하고 있다. 하지만 당 지지율이 지방선거 격전지에서는 온전히 반영되지 않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사진은 공동선대위원장인 김기현 국민의힘 전 원내대표가 9일 국회에서 열린 선대위 1차 회의에서 발언하는 모습. 김성룡 기자

국민의힘 지지율이 고공행진을 거듭하고 있다. 최근 각종 여론조사에서 대체로 40% 초·중반대의 높은 지지율을 기록 중이다. 여기에 더불어민주당의 지지율 하락세까지 겹치면서 몇몇 조사에서 두 당의 지지율 격차가 10%포인트 이상 벌어지기도 했다. 하지만 ‘잘 나가는’ 국민의힘 지지율과는 별개로 지방선거 격전지에서는 오차범위 내 박빙 승부가 벌어지며 지지율 상승 효과가 좀처럼 반영되지 않고 있다는 평가도 있다.

한국갤럽이 10~12일 18세 이상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전화면접 조사에서 국민의힘 지지율은 45%, 민주당 31%로 14%포인트 격차였다. 한국갤럽 조사에서 국민의힘 지지율이 45%를 기록한 것은 2014년 11월 이후 7년 6개월 만이다. 리얼미터가 9~13일 만18세 이상 2526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ARS 조사에서도 국민의힘 48.1%, 민주당 37.8%로 격차가 10%포인트 이상 벌어졌다.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1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 및 재보궐선거 통합선거대책위원회 출범식에서 이재명 총괄선대위원장을 비롯한 후보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김성룡 기자

1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 및 재보궐선거 통합선거대책위원회 출범식에서 이재명 총괄선대위원장을 비롯한 후보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김성룡 기자

지난 대선 때만 해도 국민의힘은 민주당과의 지지율 대결에서 고전했다. 한국갤럽의 올해 첫 조사에서 국민의힘 지지율은 29%로 민주당(34%)에 5%포인트 차이로 밀렸다. 윤 대통령 당선 직후 이뤄진 4월 첫째 주 조사에서도 민주당 37%, 국민의힘 35%로 외려 민주당이 2%포인트 높았다.

그랬던 국민의힘이 최근 민주당과의 지지율 격차를 크게 벌리는 것을 두고 윤석열 정부 출범 초기 ‘상승효과’를 톡톡히 누리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은 “아직 정부가 출범한 지 10일도 되지 않은 만큼 심판론보다는 기대 심리가 쌓이는 추세”이라며 “최소 2~3개월 정도는 정부·여당에 대한 우호 평가가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민주당이 검수완박(검찰수사권 완전 박탈) 법안을 강행하고, 박완주 의원의 성 비위 의혹 등이 터져 지지율 하락을 자초한 측면이 있다”고 주장했다.

제8대 전국동시지방선거 공식선거운동을 사흘 앞둔 16일 충남 금산에 위치한 차량광고업체에서 관계자들이 각 후보자들의 선거운동 유세차량을 제작하고 있다. 뉴스1

제8대 전국동시지방선거 공식선거운동을 사흘 앞둔 16일 충남 금산에 위치한 차량광고업체에서 관계자들이 각 후보자들의 선거운동 유세차량을 제작하고 있다. 뉴스1

하지만 국민의힘 지지율 상승세는 정작 지방선거 격전지에서는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 10%포인트 이상 벌어진 당 지지율과는 달리, 지역 승부처에서는 국민의힘 후보들이 민주당 후보와 오차범위 내의 팽팽한 접전을 이어가고 있다.

중앙일보·한국갤럽의 13~14일 전화면접 조사에서 김은혜 국민의힘 경기지사 후보 40.5%, 김동연 민주당 후보 38.1% 지지율로 김은혜 후보가 오차범위(±3.1%포인트) 내인 2.4%포인트 격차로 근소하게 앞섰다. 이 조사는 경기 지역에 거주하는 만 18세 이상 1010명을 대상으로 진행했는데, 이들은 선호 정당을 물었을 때는 민주당(35.8%)보다는 국민의힘(43.6%)에 더 많이 손을 들었다.

또 다른 승부처로 꼽히는 충청의 민심도 비슷했다. 중앙일보·갤럽의 15~16일 조사에서 양승조 민주당 충남지사 후보 44.7%, 김태흠 국민의힘 후보 40.3%로 양 후보가 4.4%포인트 차이로 앞섰는데, 충남 정당 지지율은 국민의힘 44.6%, 민주당 36.0%로 국민의힘이 8.6%포인트 차로 선전했다.

특히 대전에서는 정당 지지율과 후보 지지율의 괴리가 컸다. 정당 지지율은 국민의힘 46.3%, 민주당 35.0%로 차이가 11.3%포인트나 벌어졌는데, 후보 선호도 조사에서는 허태정 민주당 후보 43.6%, 이장우 국민의힘 후보 42.0%로 허 후보가 오차범위(±3.1%포인트) 내에서 앞섰다.

6.1 전국동시지방선거 공식선거운동을 하루 앞둔 18일 서울 종로구 서울시선거관리위원회에서 관계자들이 서울특별시장에 출마한 후보들의 선거 벽보를 확인하고 있다. 뉴스1

6.1 전국동시지방선거 공식선거운동을 하루 앞둔 18일 서울 종로구 서울시선거관리위원회에서 관계자들이 서울특별시장에 출마한 후보들의 선거 벽보를 확인하고 있다. 뉴스1

국민의힘 지지율 상승세가 당 후보들의 선전으로 이어지지 않는 것을 두고 전문가들은 “대선 같은 전국단위 선거와는 다른 지방선거의 특성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이준호 에스티아이 대표는 “지방선거에는 단순히 정당의 인기보다는 공약 등 지역 현안이 커다란 변수로 작용한다”며 “특히 2018년 지방선거 승리로 현역 단체장을 다수 차지하고 있는 민주당이 후보 네임벨류 측면에서 상대적으로 이득을 보고 있다”고 말했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은 “윤석열 정부 출범 초기 국민의힘 지지율이 급상승했지만, 이들 중 상당수는 로열티(loyalty·충성도)가 높다고 볼 수 없는 지지층”이라며 “결국 지방선거 승부는 후보 인물론과 윤석열 정부에 대한 유권자 평가에 따라 갈릴 공산이 크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내부에서는 “당 지지율에 취하지 말고 격전지 선거전에 사활을 걸어야 한다”는 경계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국민의힘 핵심 관계자는 통화에서 “경기지사 등 핵심 지역에서 패배하면 당의 지지율도 순식간에 내려앉을 수 있다는 각오로 선거 유세에 임할 것”이라고 말했다.

〈※기사에 인용된 여론조사의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 홈페이지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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