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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윤 대통령의 5·18 통합 행보, 실천으로 이어가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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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18일 오전 광주 국립5·18민주묘지에서 열린 '제42주년 5·18민주화운동 기념식'에서 윤석열 대통령과 여·야 국회의원, 유족 등 참석자들이 임을 위한 행진곡을 제창하고 있다. 광주전남사진기자회·뉴스1

18일 오전 광주 국립5·18민주묘지에서 열린 '제42주년 5·18민주화운동 기념식'에서 윤석열 대통령과 여·야 국회의원, 유족 등 참석자들이 임을 위한 행진곡을 제창하고 있다. 광주전남사진기자회·뉴스1

여야, 광주 기념식서 ‘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

탕평 인사로 지역 갈등 푸는 계기 만들어야

어제 광주에서 열린 ‘5·18 광주민주화운동 42주년 기념식’에선 여야와 진영이 따로 없었다. 윤석열 대통령이 국민의힘 의원과 장관 등을 대거 동반한 것이 계기였다. 윤 대통령과 국민의힘 의원 등 100여 명이 KTX 특별열차로 행사장인 5·18민주묘지를 찾았다. 더불어민주당에서도 지도부 등 의원 100여 명이 참석했다. 국회에서 사사건건 대립하던 여야가 한목소리로 민주화의 의미를 기리는 장면은 마치 사막에서 오아시스를 만난 것 같았다.

윤 대통령이 기념사에서 “대한민국 국민 모두는 광주 시민”이라며 통합을 강조한 것도 적절했다. 윤 대통령은 “오월 정신은 보편적 가치의 회복이고, 자유민주주의 헌법정신 그 자체”라며 이를 계승하겠다고 다짐했다. “자유민주주의와 인권의 가치는 국민을 하나로 묶는 통합의 철학”이라며 “오월의 정신은 국민 통합의 주춧돌”이라고도 강조했다. 산업화를 이끈 보수 정당 대통령으로서 민주화에 기여한 진보 야당을 향해 국가 번영을 위한 협력을 제안한 것도 기념식의 취지에 걸맞았다.

‘임을 위한 행진곡’을 윤 대통령과 여야 의원 등이 함께 제창한 것도 의미가 크다. 윤 대통령은 보수 정권 대통령으로선 처음으로 참석자들과 손을 잡고 흔들며 노래했다. 5·18민주화운동이 국가기념일로 제정된 1997년 이후 보수 정권은 제창을 거부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이 2008년 일부를 따라 불렀다가 보수 단체가 항의하자 이듬해부터 식순에서 뺐다. 2011년 다시 포함됐지만 박근혜 전 대통령이 부르지 않았고, 국가보훈처의 제창 거부에 유족이 반발하면서 기념식이 따로 열릴 정도였다. 국민의힘이 당 차원에서 제창키로 하면서 갈등의 질곡을 끊어내게 됐다.

정치권 경험이 없는 윤 대통령이 어제처럼 보수 정당의 변화를 견인할지 주목된다. 그동안 정치권은 극렬 지지층에 의존하는 대결 구도를 생존의 도구로 활용해 왔다. 5·18 기념식에서도 그런 모습이 반복됐다. 이를 넘어서려면 윤 대통령은 앞으로 인사와 정책에서도 국민 통합을 실천해야 한다. 지금까지 진행된 18개 부처 장·차관, 청장급 인선에서 광주·전남 출신이 차관 한 명뿐인데, 말로만 통합을 외친다고 될 일이 아니다. 서울대 출신이나 남성에 치우진 요직 인선도 향후 바로잡아야 한다.

민주당도 편 가르기와 진영 논리를 극복하기 위한 노력에 앞장서야 한다. 지역 구도를 허물기 위한 과감한 도전 역시 여권만의 과제가 아니다. 지난 대선에서 호남과 TK(대구·경북)에서 지지 후보에 대한 몰표가 나왔다. 여권의 호남 공략을 선거용 전술이라고만 여기다간 또 패배를 맛볼 가능성이 있다. 과반 의석인 야당은 정당한 견제와 함께 입법을 통해 국민의 삶을 나아지게 할 힘이 있다. 윤 대통령이 쏘아올린 파격이 여야의 쇄신 경쟁으로 이어지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