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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총리 인준, 의원 개개인의 판단에 맡겨 처리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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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야당, 표결일까지 ‘한덕수 불가론’ 발목잡기

비민주적 당론 대신 자율 투표로 매듭짓길

20일 열리는 국회 본회의에 상정된 한덕수 국무총리 후보자의 국회 인준 표결을 놓고 더불어민주당이 갈팡질팡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민주당 의원 상당수는 윤석열 대통령이 야권의 반대를 묵살하고 한동훈 법무부 장관 임명을 강행했다며 총리 후보자 인준 부결을 당론으로 채택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당 지도부는  6·1 지방선거를 앞두고 새 정부의 첫 총리 후보자를 낙마시키면 비판 여론이 거세질 것이란 부담 때문에 좌고우면만 거듭하는 형국이다.

한 장관 임명을 한 총리 후보자 인준과 연계해 부결을 당론으로 정하는 건 무리한 ‘국정 발목 잡기’로 볼 수밖에 없다. 한 장관에게 제기된 의혹들은 중대한 결격 사유로 보기 어렵고, 한 총리 후보자 본인도 결정적 흠결은 발견되지 않았다. 총리 후보자를 인준해야 한다는 의견이 절반을 넘는 여론조사가 대부분인 점도 주목된다. 민주당은 167석을 보유한 원내 1당으로서 책임감 있게 행동해야 한다. 민주당은 20일 본회의 개최 직전 의원총회를 열고 최종 입장을 정할 예정이라고 하니 현명한 결정을 내리기 바란다. 혹여 총리 후보자 인준 부결을 당론으로 채택한다면 윤석열 정부는 총리 없는 반쪽 내각으로 출범하는 신세가 돼 산적한 민생 현안과 불안한 국제 정세의 파고를 헤쳐나가기 어렵게 된다. 그에 따른 국정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간다.

민주당은 총리 후보자 인준 여부를 전근대적이고 비민주적인 ‘당론’ 대신 소속 의원 개개인의 결정에 맡겨 자율적으로 투표에 임하도록 해야 한다. 총리 인준에 조건을 달지 말고 의원 개인의 양식과 판단에 맡기는 것이 거대 야당의 책임 있는 자세다. 민주당이 당리당략에 매몰돼 국정 발목 잡기를 계속한다면 민심은 6·1 지방선거에서 매서운 채찍을 내리칠 것이다. 그제 문희상 전 국회의장과 정대철 상임고문 등 민주당 원로들이 “정호영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 사퇴를 전제로 한 총리 후보자를 인준해 주라”고 주문한 데 이어 민주당의 이재명 총괄선거대책위원장과 송영길 서울시장 후보도 “국민 눈높이에 안 맞더라도 정부 출범 초기이니 한 총리 후보자에게 기회를 열어주는 걸 고려해 볼 필요가 있다”고 입을 모았다. 총리 후보자 인준에 몽니를 부리는 민주당에 켜진 민심의 빨간불을 유세 현장에서 피부로 느꼈기에 나온 발언들 아니겠는가.

윤 대통령도 민주당에 퇴로를 열어 주는 노력이 필요하다. 국회 시정연설에선 초당적 협치를 약속해 놓고 한 장관 임명을 밀어붙였으니 민주당이 반발하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야권이 총리 후보자 인준의 전제로 내건 정호영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의 거취를 속히 결단하고, 성 비위 전력 등으로 논란을 빚은 대통령실 참모에 대해서도 민심이 납득할 조치를 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