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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파 중 유일 우승 도전' 정우영 "베를린서 포칼 우승을"

중앙일보

입력

독일 프라이부르크 정우영(왼쪽)은 올 시즌 한국인 유럽파 중 유일하게 우승에 도전하고 있다. 22일 포칼 결승전을 앞뒀다. [신화=연합뉴스]

독일 프라이부르크 정우영(왼쪽)은 올 시즌 한국인 유럽파 중 유일하게 우승에 도전하고 있다. 22일 포칼 결승전을 앞뒀다. [신화=연합뉴스]

“귀국이 늦춰졌지만 결승전을 뛸 수 있는 기회가 있다는 게 너무 좋아요. 언제 또 그 곳에 올라갈지 모르잖아요. 너무나 간절하게 우승하고 싶습니다.”

독일축구협회(DFB) 컵대회인 포칼 결승전 앞둔 SC 프라이부르크 공격수 정우영(23)의 각오다. 최근 프라이부르크 미디어 담당관 휴대폰을 통해 정우영과 전화 인터뷰를 했다.

2021~22시즌 독일 분데스리가는 지난 15일 종료됐다. 하지만 정우영은 독일에 남아 22일(한국시간) 오전 3시 열릴 라이프치히와의 DFB 포칼 결승을 준비하고 있다. 1935년부터 열리고 있는 독일 FA컵인 포칼은 ‘독일 축구 성지’ 베를린 올림피아 스타디온에서 치러진다.

정우영은 올 시즌 유럽프로축구 1부에서 활약한 한국 선수 중 유일하게 우승에 도전한다. 손흥민(토트넘)과 황희찬(울버햄튼), 황의조(보르도), 김민재(페네르바체), 이재성(마인츠) 등 유럽파는 모두 ‘무관’이 확정됐다. 이동경의 소속팀 샬케가 독일 분데스리가2 1위를 차지했지만, 2부 리그인데다 이동경은 부상 여파로 1경기 출전에 그쳤다.

프라이부르크 공격수 정우영(가운데). [사진 정우영 인스타그램]

프라이부르크 공격수 정우영(가운데). [사진 정우영 인스타그램]

정우영은 포칼 8강과 4강에 선발 출전해 결승 진출에 기여했다. 올 시즌 코로나19로 빠진 2경기 외에는 선발이든 교체든 거의 전 경기에 출전했다. 주로 섀도 스트라이커로 활약했고 가끔 윙으로 나섰다. 프라이부르크 팀 컬러가 많이 뛰는 축구인데, 정우영은 최전방부터 많은 활동량과 압박을 보여주며 기회를 얻었다.

정우영은 올 시즌 총 37경기에 출전해 5골-2도움을 올렸다. 특히 지난달 1일 분데스리가 호펜하임전 후반 26분에 멋진 결승골을 뽑아냈다. 후방에서 니코 슐로터벡이 찔러준 롱패스를 정우영이 페널티 박스에서 절묘하게 오른발로 트래핑한 뒤 개인기로 수비수를 제치고 왼발로 마무리했다.

정우영은 “슐로터백이 사이드로 패스할 줄 알았는데 저한테 정확히 줬다. 어떻게든 득점으로 가져가려고 했다. 교체 투입 2분 만에 골을 넣고 팀에 도움이 돼 너무 기뻤다”며 “동료들이 팀 훈련 때 ‘오른발이 약하니 왼발로 차라’고 장난쳤다. 이번에도 왼발로 넣으니 슐로터백이 ‘거봐라. 왼발로 차랬지? 오른발이 안 좋아’라고 놀렸다”며 웃었다.

오른발잡이 정우영은 올 시즌 헤딩으로 3골, 왼발로 2골을 기록했다. 토트넘 손흥민은 올 시즌 왼발로만 12골을 뽑아냈다. 정우영은 “흥민이 형이 레스터시티전(지난 1일)에서 왼발로 넣은 골이 훨씬 더 어려운 득점이다. 너무 잘 찼다. 흥민이 형은 중거리슛이 좋아 왼발로 멀리서 결정 짓는다”며 “저도 어릴적부터 양 발을 쓰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미스’하더라도 두려워하지 않고 왼발을 쓰려 했다. 양발잡이가 되고 싶어 연습을 많이 했다”고 했다.

다음시즌 유로파리그행을 확정한 뒤 프라이부르크 라커룸 사진. 정우영(아래줄 왼쪽 둘째)은 식스팬 복근이 선명하다. [사진 프라이부르크 인스타그램]

다음시즌 유로파리그행을 확정한 뒤 프라이부르크 라커룸 사진. 정우영(아래줄 왼쪽 둘째)은 식스팬 복근이 선명하다. [사진 프라이부르크 인스타그램]

프라이부르크 구단이 SNS에 올린 라커룸 단체 사진을 보면 정우영은 ‘식스팩 복근’이 선명하다. 정우영은 “유럽에서 살아 남으려면 골과 공격 포인트가 필요하다. 그래야 경기를 뛸 기회가 만들어지고, 노력해야 기회가 온다고 생각했다. 팀 훈련이 끝난 뒤 남아서 골 넣는 연습, 일대일 찬스 연습을 했다. 혼자만 남을 때도 있고, 공격수 몇 명과 골키퍼가 남아 함께할 때도 있다”고 했다.

프라이부르크는 올 시즌 분데스리가 6위(15승10무9패)를 기록, 다음 시즌 유럽축구연맹(UEFA) 유로파리그에 나서게 됐다. 포칼 우승팀에 주어지는 유로파리그 출전권을 이미 확보했다. 4위 라이프치히에 승점 3점 뒤져 UEFA 챔피언스리그 진출권은 아쉽게 놓쳤다. 정우영은 열아홉살이던 2018년 11월, 바이에른 뮌헨 소속으로 챔피언스리그 조별리그 벤피카전 후반 36분에 토마스 뮐러와 교체돼 그라운드를 밟은 적이 있다.

정우영은 “비록 짧은 순간이었지만 챔피언스리그 무대를 발판으로 한 발 더 올라갈 수 있었다. 챔피언스리그를 다 챙겨보는데 카림 벤제마(레알 마드리드)는 발만 대면 골이 다 들어가더라. 챔피언스리그에서 흥민이 형을 비롯한 한국 선수들과 같이 뛰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했었다. 아쉬움과 유로파리그에 출전한다는 기쁨이 공존한다”고 했다.

프랑크푸르트 시절 차범근. [중앙포토]

프랑크푸르트 시절 차범근. [중앙포토]

정우영은 2018~19시즌 바이에른 뮌헨 소속으로 포칼 우승 경력이 있지만 당시 주축이 아니었다. 2016~17시즌 도르트문트에서 뛰던 박주호도 마찬가지였다. 차범근은 1980~81시즌 프랑크푸르트 소속으로 포칼 결승에서 쐐기골을 터트려 우승을 이끌었다. 정우영은 한국인 주축 멤버로 차범근 이후 약 41년 만에 포칼 우승에 도전한다. 정우영은 “크리스티안 슈트라이히 프라이부르크 감독님이 ‘붐붐차(차범근 별명)’는 저돌적이고 일대일 상황을 두려워하지 않았는데 그런 부분을 배워야 한다고 말씀하신 적이 있다. 포칼 우승은 너무 큰 영광이다. 항상 우승을 하고 싶다”고 했다.

정우영은 한국 축구 A대표팀 멤버이기도 하다. 지난해 11월17일 카타르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이라크전에서 손흥민이 페널티킥을 차기 전에 정우영이 골문으로 먼저 쇄도해 공을 다시 차게 됐다. 정우영은 페널티킥 미스를 대비해 대시한건데, 손흥민은 미소를 잃지 않고 다시 차 넣었다. 정우영은 “저도 놀랐다. A대표팀에서 뛴 지 얼마 안돼 흥민이 형이 페널티킥 차는 모습을 처음 봤다. 멈췄다가 차는 줄 알았다면 늦게 들어 갔을텐데 ‘오버’해서 먼저 들어갔다. 너무 죄송했는데 형이 웃으면서 괜찮다고 해주셨다”고 했다.

그 경기에서 후반 34분 A매치 데뷔골을 넣은 정우영은 “말로 형용할 수 없을 만큼 너무 기뻤다. 저한테 자신감을 주는 골이었다”고 했다.

정우영은 포칼 결승을 치르고 다음날 구단 행사에 참석한 뒤 귀국할 예정이다. 정우영은 프로야구 LG 트윈스 정우영(23)과 동명이인이다. 정우영은 “예전에 SNS를 통해 보자고 했었는데 이번에 서로 시간이 맞으면 만나고 싶다”고 했다.

정우영은 마지막으로 “늦은 시간에도 분데스리가를 보며 응원해주시는 한국 팬 분들 덕분에 힘이 난다. 결승전이 남았는데 멋진 경기를 하기 위해 더 노력하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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