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소 정상,페만사태 낙관/“이라크 강경입장 변화” 시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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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니코시아ㆍ바그다드 로이터ㆍAP=연합】 예프게니 프리마코프 소련 대통령특사가 28일 사담 후세인 이라크 대통령과 두번째 회담을 갖고 고르바초프 대통령의 친서를 전달한 가운데 미소 지도자들은 주말을 계기로 페르시아만사태에 대한 견해를 돌연 변경,평화적 사태 해결전망이 다소 밝아진 것으로 평가했다.
그러나 미 해병대가 페르시아만에서 정선명령을 어긴 이라크 선박에 경고탄을 발사한 후 이 선박에 승선,금수물자의 적재여부를 조사했으며 유럽공동체(EC)와 이집트 등이 이라크에 대한 압력을 가중시키는 등 여전히 전쟁과 타협의 평행선이 계속되고 있는 일면도 있다.
남태평양 11개 도서국가들과의 정상회담을 위해 호놀룰루에 온 조지 부시 미 대통령은 27일 기자회견에서 35만명의 다국적군이 이라크의 쿠웨이트 포기를 아주 진지하게 여기고 있다는 사실을 이라크가 늦게나마 인식하기 시작했다며 페르시아만사태의 평화적 해결에 낙관적 입장을 나타냈다.
그는 이라크의 이같은 현실 인식 사실을 알게 된 경로는 밝히지 않은 채 이라크가 『우세한 전력의 상대와 대치하고 있음을 깨닫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하고 『후세인이 육ㆍ해상에서 아랍 및 유럽의 많은 국가 군대들과 연합해 움직이고 있는 미군을 보면서 우리의 진지함을 인식,다른 시각을 갖게 된 것으로 생각한다』고 분석했다.
또 미하일 고르바초프 소련 대통령은 27일 아무런 설명도 붙이지 않은 채 이라크 지도자들은 페르시아만사태가 최후통첩을 통해 해결될 수 없다는 사실을 이해하기 시작했다는 증거들이 있다고 말했다.
스페인을 방문중인 고르바초프 대통령은 이날 펠리페 곤살레스 스페인 총리와의 공동기자회견에서 이라크 지도자들이 강경입장을 누그러뜨렸을지도 모른다고 시사하고 『내 생각이 틀릴 수도 있지만 며칠 후면 상황이 분명해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프리마코프 소련 대통령특사와 후세인 대통령의 회담 하루전 나온 고르바초프의 이 발언은 소련이 페만사태의 외교적 해결에 있어 진전을 이룩했다는 표시로 간주되고 있다.
소련은 27일 유엔 안보리 회의에서 새로운 대이라크 비난결의문 채택을 위한 표결의 연기를 관철,프리마코프 특사가 사태해결협상에 큰 진전을 이루고 있다는 추측이 나오고 있다.
한편 81명의 미 민주당 하원 의원들은 페르시아만에서의 공격적 군사행동에 강력히 반대하는 성명에 서명했다.
이같은 움직임은 이달초 상ㆍ하 양원이 부시 대통령이 대이라크 강경대응을 압도적으로 승인했던 것에 비해 엄청난 변화로 평가된다.
후세인 이라크 대통령은 이라크의 쿠웨이트 철수가 포괄적 중동평화 해결의 기틀을 마련할 수 있다는 미테랑 프랑스 대통령의 제안에 대해 관심을 표명해왔다.
미테랑 대통령의 이라크 철군과 관련한 중동평화안은 중동평화회의 개최,팔레스타인 정착,이스라엘 생존권 보장,레바논 내전 종식 등을 포함한다고 지난 9월 유엔총회에서 밝힌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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