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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 "반지성, 시골 평화 깬다" 작심비판…盧 봉하 주민의 훈수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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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 휴일을 맞아 경남 양산시 하북면 평산마을 문재인 전 대통령 내외 사저에 시민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송봉근 기자

15일 휴일을 맞아 경남 양산시 하북면 평산마을 문재인 전 대통령 내외 사저에 시민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송봉근 기자

文 귀향 첫 주말, 지지·반대 뒤엉켜 ‘시끌벅적’

문재인 전 대통령이 귀향한 뒤 맞은 첫 주말인 14일과 15일. 문 전 대통령 사저가 있는 경남 양산시 하북면 평산마을에는 날마다 몰려오는 방문객으로 시끌벅적했다. 45가구 100여명이 살던 산 속의 조용한 시골 마을은 옛말이 됐다. 사저 맞은편 폭 6m의 이면도로 한 쪽은 방문객 차량이 줄지어 서 교통이 혼잡했다. 방문객은 논을 사이에 두고 약 100m 떨어진 도롯가에서 사저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거나, 먼 발치에서 문 전 대통령이 보길 바라며 머리 위로 손 하트를 만들기도 했다.

보수단체 집회는 휴일인 15일에도 계속됐다. 며칠 전에는 한 보수단체가 차량에 설치된 확성기를 동원한 집회를 밤낮없이 진행, 마을주민들이 진정·탄원서를 내기도 했다. 경찰은 이 단체에 야간 확성기 사용을 제한하는 집회 시위 제한 통고를 했다. 주말에는 코로나19 백신피해자가족협의회(이하 코백회)도 평산마을을 찾아 ‘백신 피해 책임’을 촉구하는 집회를 열었다. 이들은 문 전 대통령 사저를 향해 "멀쩡했던 가족이 주사를 맞고 쓰러진 것은 백신 외에는 무엇을 의심할 수 있겠냐"며 "피해자를 살려내라"고 외쳤다.

평산마을에서는 반대자들과 지지자, 마을 주민이 뒤엉키면서 실랑이도 잦았다. 경찰이 “하루에 (싸움을) 몇 번 말리는지 모르겠다”며 중재 과정에서 애를 먹는 모습도 자주 보였다. 이처럼 평산마을 주민들은 문 전 대통령 퇴임 이후 불과 닷새 만에 급격한 일상의 변화를 경험하고 있다. “예상은 했지만 이정도 일 줄 몰랐다”며 “이렇게 하루 종일 시끄러울 줄 누가 알았겠나”라고 하소연하는 주민도 있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이런 상황에 노골적으로 불만을 표시했다. 문 전 대통령은 15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양산 덕계성당에서 미사를 마친뒤 양산의 오래된 냉면집에서 냉면을 먹고 돌아오니 확성기 소음과 욕설이 함께하는 반지성이 작은 시골마을 일요일 평온과 자유를 깨고 있다"며 "평산마을 주민 여러분 미안합니다"라고 적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경남 김해 봉하마을 사저 앞에서 방문객들과 이야기하고 있다. 중앙포토

노무현 전 대통령이 경남 김해 봉하마을 사저 앞에서 방문객들과 이야기하고 있다. 중앙포토

盧 봉하 주민 “밤샘 집회 도 지나쳐... 시간이 약”

봉하마을 주민들은 평산마을 주민들이 겪는 상황을 안타까워하며 “시간이 약일 것”이라고 했다. 봉하마을 주민들은 퇴임 대통령을 이웃으로 맞은 뒤 일상이 바뀌는 경험을 했다. 14년 전인 2008년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이 경남 김해시 진영읍 봉하마을로 귀향하면서다.

당시 약 50가구(현 32가구)에 130여명이 살던 작은 시골마을이던 봉하마을에는 평산마을보다 더 많은 방문객이 몰렸다. 매일 전국에서 시민이 몰려와 “대통령님 나와주세요”를 외쳤다. 노 전 대통령 귀향 첫해 봉하마을 방문객이 약 85만명이었고, 현재도 매년 100만명 이상이 다녀가는 마을이다. 마을이 혼잡해지면서 방문객과 주민 간 말다툼도 종종 빚어졌다.

승구봉(56) 봉하마을 이장은 “처음 귀향했을 당시 방문객이 몰려 시끄럽긴 했다. 그렇지만 평산마을처럼 격렬한 반대 집회는 없었다. 서거 이후 1인 시위나 태극기 집회가 있었지만 하루 이틀이었다”며 “모든 정치에 반대 세력이 있겠지만, 평산마을 상황은 도가 지나치다”고 말했다. 평산마을이 시끌벅적한 탓인지, 사저 입주 당일 차담회 이후 문 전 대통령이 주민과 만나는 모습을 목격되지 않고 있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이 민주당 대통령 후보였던 2002년 10월 전북 김제시 금구면 용봉리의 들녘에서 벼 수확현장을 둘러보고 농민들과 함께 막걸리를 마시고 있다. 연합뉴스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이 민주당 대통령 후보였던 2002년 10월 전북 김제시 금구면 용봉리의 들녘에서 벼 수확현장을 둘러보고 농민들과 함께 막걸리를 마시고 있다. 연합뉴스

“새참 안 묵나?” 盧처럼, 文 막걸리 통한 주민 화합?

문 전 대통령은 노 전 대통령과 달리 태어나고 자란 고향으로 온 것이 아니어서 앞으로 어떻게 평산마을 주민들과 화합할지 관심이 쏠린다. “친구” 사이로 불린 노 전 대통령처럼 ‘막걸리’를 매개로 주민들과 어우러질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문 전 대통령도 “평산마을에서 보낼 제2의 삶이 기대된다. 마을 주민과 막걸리도 나누며 지내고 싶다”고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4월 25일 청와대 녹지원에서 임기 마지막 기자간담회를 갖고 건배를 위해 기자들에게 막걸리를 따라주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문재인 대통령이 4월 25일 청와대 녹지원에서 임기 마지막 기자간담회를 갖고 건배를 위해 기자들에게 막걸리를 따라주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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