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정부 '해바라기 장성' 솎아낸다"…살생부에 뒤숭숭한 軍

중앙일보

입력 2022.05.15 05:00

업데이트 2022.05.15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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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철재 군사안보연구소장의 픽 : 해바라기 장성 

 지난해 9월 23일 청와대에서 열린 군 장성 진급 및 보직 신고식에서 진급자들이 문재인 전 대통령에게 경례하고 있다. 왼쪽부터 원인철 합참의장, 남영신 육군참모총장, 이성용 공군참모총장, 김승겸 한미연합사 부사령관, 김정수 2작전사령관, 안준석 지상작전사령관. 청와대사진기자단

지난해 9월 23일 청와대에서 열린 군 장성 진급 및 보직 신고식에서 진급자들이 문재인 전 대통령에게 경례하고 있다. 왼쪽부터 원인철 합참의장, 남영신 육군참모총장, 이성용 공군참모총장, 김승겸 한미연합사 부사령관, 김정수 2작전사령관, 안준석 지상작전사령관. 청와대사진기자단

군이 술렁이고 있다. 곧 있을 인사 때문이다.

이달 안 합동참모의장을 시작으로 4성급 지휘부, 장성급 인사가 연이어 있을 전망이다. 여름이 끝나기 전에 군 인사를 끝낼 분위기라고 한다. 전격전처럼 말이다.

관련 사정을 잘 아는 익명의 정부 소식통은 “윤석열 정부는 문재인 정부처럼 청와대가 군 인사를 쥐고 흔들 생각이 없기 때문에 인사를 신속히 진행할 것”이라고 귀띔했다.

군 인사는 원래 각군에서 만든 인사안이 국방부를 거쳐 청와대에 전달된 뒤 청와대가 승인하는 형식으로 이뤄졌다. 군 내부의 기준에 따라 짜인 인사안을 놓고 청와대가 정무적 판단에 따라 일부 손을 댔을 뿐이다.

그런데 문재인 정부는 청와대가 아예 군 인사안을 내려보냈다. 문재인 정부의 한 국방부 장관은 “내가 임명할 수 있는 사람이 군사보좌관과 대변인밖에 없다”고 한탄할 정도였다.

문재인 정부는 노무현 정부 때 전시작전통제권 전환을 놓고 육군, 특히 육군사관학교 출신 장성들이 어깃장을 놓았다는 트라우마가 있었다. 그래서 인사를 통해 군을 확 쥐어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있는 듯하다.

청와대가 일일이 개입하다 보니 군 인사에 시간이 오래 걸릴 수밖에 없다. 군 인사 시스템을 무시하고 검증이라는 명목 아래 자신들의 입맛에 맞지 않은 장성을 내보내고, 입맛에 맞는 장성을 요직에 앉히려 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매번 군 인사가 예년에 비해 늦어졌다.

결국 전방의 북한군이 아닌 후방의 청와대만 바라보는 ‘해바라기 장성’이 많아졌고, 이들 중 상당수가 요직을 줄줄이 꿰차거나 진급했다.

그렇다면 윤석열 정부에선 군 인사가 제자리를 찾을까. 선뜻 그렇다고 답하기엔 우려할만한 일들이 일어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당선하는 순간부터 군 안팎에선 투서가 쏟아져 나오고 있다. 한국군의 고질적 병폐가 다시 등장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 때 늘어난 호남 출신 장성을 영남 출신으로 바꾼다는 교체설을 믿는 사람도 많아지고 있다.

물론 현재 요직 명단을 보면 실력보다는 ‘빽’ 때문에 현재의 자리에 올라간 일부 장성이 눈에 띈다. 하지만 대다수는 묵묵히 자신의 소임을 다 하는 사람들이다.

문재인 정부의 국정 철학에 적극적으로 공감하지는 않지만, 헌법에 따라 군 통수권자의 지시와 지침을 충실히 따랐을 뿐이다. 몇몇은 술자리에서 “내가 뽑은 대통령(문재인 전 대통령)은 아니지만, 군인이기 때문에 명령에 복종한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그런데 벌써 OO 출신이라, XX와 가깝다고, △△한 경력 때문에 군복을 벗겨야 한다는 ‘살생부’가 나돌고 있다. 일부는 군 당국의 수사와 조사를 받고 있다. 정권 교체기마다 되풀이하는 모습이다.

또 다른 정부 소식통은 “이번 군 인사에선 지난 정부 때 승승장구한 해바라기 장성을 솎아내는 게 핵심”이라고 귀띔했다.

명분이 어떠하든 결국은 자리싸움이다. 그러나 물갈이 인사는 부작용이 크다. 지역 연고, 학연, 근무연 등을 살펴 정치권을 기웃거리는 장성들이 하나둘씩 보이기 시작했다.

북한이 핵ㆍ미사일로 한국과 미국을 상대로 전략적 도발을 걸려고 하는 데 한국군은 인사 때문에 어수선해질 수도 있다.

문재인 정부에 이어 또 한 번 정권에 눈치를 보는 군대를 만들까 걱정이 드는 것은 기우(杞憂)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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