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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지성주의" 비판했지만…109석 與, 청문회도 추경도 골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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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민의힘 전국동시지방선거 중앙선거대책위원회 제1차 회의에서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김성룡 기자

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민의힘 전국동시지방선거 중앙선거대책위원회 제1차 회의에서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김성룡 기자

‘힘없는 야당’은 국민의힘이 야당 시절 궁지에 몰릴 때마다 전략적으로 꺼내 들었던 표현이다. 거여(巨與)로 불리는 더불어민주당의 독주를 부각하는 목적으로 자주 쓰였다. 2020년 6월 민주당과 상임위원장 쟁탈전을 벌일 때 조수진 의원이 “가진 것 없고 힘없는 제1야당에게 법사위원장을 내놓으라고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 게 대표적이다. 하지만 최근 국민의힘에서는 “집권당이 된 이상 마냥 '힘없는 정당' 포지션을 취할 수 없다”(당 관계자)는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국민의힘은 10일 윤석열 대통령 임기 시작과 함께 집권당이 됐다. 하지만 국회로 범위를 좁히면 달라진 게 별로 없다는 평가다. 국민의힘 109석, 민주당 168석으로 의석수 격차도 여전하다. 청문회는 물론 추가경정예산(추경) 심사, 상임위원장 재배분 등 눈앞에 놓인 과제도 어느 것 하나 여당 마음대로 밀어붙일 수 없다.

최근 여야의 흉흉한 분위기를 고려하면 협치도 녹록지 않다. 윤 대통령 취임사의 “다수의 힘으로 상대의 의견을 억압하는 반지성주의가 민주주의를 위기에 빠뜨렸다”는 대목을 두고 민주당이 발끈했다. ‘다수의 힘’이라는 표현이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박탈) 법안 처리 등을 강행한 자신들을 겨냥했다고 봤기 때문이다. 10일 민주당이 한동훈 법무부장관 후보자의 인사청문 경과보고서 채택을 거부한 뒤 박형수 국민의힘 원내대변인이 “반지성주의와 확증편향을 개탄한다”고 비판한 것도 양측의 갈등에 기름을 부었다. 박지현 민주당 공동비대위원장은 11일 “비판 세력을 반지성주의로 공격하려는 의도를 숨기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더불어민주당 박지현 공동비상대책위원장이 11일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김성룡 기자

더불어민주당 박지현 공동비상대책위원장이 11일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김성룡 기자

국민의힘 내부에서는 “109석 여당의 진짜 고난은 이제부터 시작”이라는 말이 나온다. 국민의힘 초선의원은 “이제 집권여당인데 계속해서 ‘힘없는 정당’이라는 여론전만 펼치면 민심의 역풍을 맞을 것”이라며 “억울하더라도 집권여당에 무한 책임이 있다는 각오로 임해야 하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당장 급한 불은 윤 정부의 1기 내각 구성이다. 전날 한동훈 후보자의 경과보고서 채택이 불발됐고, 한덕수 총리 후보자에 대해서는 민주당이 인준 부결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다. 국민의힘 측은 “총리 인준 부결로 정국이 파행되면 모든 정치적 책임은 민주당에 있다”(양금희 원내대변인)는 책임론으로 맞불을 놨다.

‘상원 의장’이라고 불리는 국회 법제사법위원장 쟁탈전은 국민의힘 입장에서 가장 골치 아픈 난제다. 당초 민주당은 6월부터 법사위원장직을 국민의힘에 넘기기로 했지만 “이제 민주당이 야당”(박홍근 원내대표)이라며 합의를 뒤집었다. ‘윤핵관’ 장제원 의원을 법사위원장에 앉히는 방안까지 검토하던 여당에서는 격한 반발이 터져 나왔다. 중대범죄수사청 법안 등 검수완박 후속 법안을 막아내야 하는 여당으로서는 법사위원장을 가져오지 못하면, 후반기 국회 내내 민주당에 끌려다닐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민주당이 지방선거를 목전에 두고 기존의 약속을 뒤집은 것은 명백한 자책골이라는 평가도 많다. 국민의힘 핵심 관계자는 통화에서 “일단 지방선거 결과가 나오면 민주당은 법사위원장직을 고스란히 넘겨줄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 추경호 경제부총리가 11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관 225호에서 열린 2022년 제2차 코로나19 손실 보상을 위한 추가경정(추경) 예산안 당정협의에 참석해 대화하고 있다. 김성룡 기자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 추경호 경제부총리가 11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관 225호에서 열린 2022년 제2차 코로나19 손실 보상을 위한 추가경정(추경) 예산안 당정협의에 참석해 대화하고 있다. 김성룡 기자

여야 모두 “신속하게 처리하겠다”고 공언한 추경 심사도 속내를 들여다보면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지방선거를 앞두고 예산 규모나 항목, 재원 조달 방안을 놓고 기 싸움이 예상되는 데다가 민주당이 마음먹기만 하면 예산별로 현미경을 들이댈 수 있다.

이날 권성동 원내대표는 첫 당정 협의에서 “인수위원회 검토 과정에서 다소 혼선이 있었지만, 방역지원금 600만원 지급안은 반드시 추경안에 포함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당정은 이날 코로나 영업제한으로 피해를 본 소상공인과 자영업자 370만명을 대상으로 1명당 최소 600만원을 지급하기로 했다. 권 원내대표가 앞장서서 ‘600만원+α’ 합의를 끌어낸 것을 두고 “공약 파기 논란을 불식시키고 집권 여당의 존재감을 살리려는 포석”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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