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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심상찮은 금융시장…최우선 과제는 경제 안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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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미국이 ‘빅스텝’(0.5%포인트) 금리 인상에 나서면서 전 세계 금융시장이 충격을 받고 있다. 한국도 예외가 아니다. 어제 코스피는 2600선이 무너지며 1년6개월 만에 최저 수준으로 밀렸다. 미국 뉴욕 증시의 다우지수와 나스닥지수가 동시에 급락하면서 국내 증시도 직격탄을 맞았다. 코스피는 이달 들어 6거래일 연속으로 하락 행진을 이어 갔다. 이 기간 코스피 하락 폭은 100포인트에 육박한다. 코로나19 이후 저금리로 돈을 빌려 국내외 주식 등에 투자한 ‘빚투’ 가계는 주가 하락과 대출이자 증가로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실물경제도 심상치 않다. 물가가 빠르게 오르면서 경기가 침체하는 스태그플레이션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진다. 고물가·고금리·고환율의 삼중고는 갈수록 깊어지고 무역과 재정에선 ‘쌍둥이 적자’가 발생했다. 우크라이나 사태와 중국의 코로나19 봉쇄로 전 세계 공급망은 심각한 차질을 빚고 있다. 당초 정부가 기대했던 올해 3%대 성장은 이미 물 건너갔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올해 한국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2.5%로 낮췄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가 적극적으로 재정지출을 늘려 경기 부양에 나서기도 어렵다. 전임 문재인 정부에서 국가부채를 과도하게 늘리는 바람에 재정 건전성에 비상이 걸렸기 때문이다.

윤석열 정부로선 출범하자마자 경제 위기에 준하는 상황을 맞았다고 볼 수 있다. 역대 정부를 돌아보면 24년 전 외환위기의 한복판에서 출범한 김대중 정부에 버금간다. 추경호 부총리를 비롯한 1기 경제팀은 엄중한 현실 인식을 기초로 비상 점검과 대응에 나서야 한다. 물가 상승 압력을 억제하고 민생을 안정시키는 것은 새 정부의 최우선 과제다. 그동안 방역 조치에 협조하다 어려움을 겪은 소상공인의 손실 보전은 필요하지만 재원 마련이 숙제다. 조만간 발표할 추가경정예산안에서 대규모 적자국채 발행으로 물가와 시장금리 상승을 자극하지 않도록 세심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위기 극복을 위한 근본적인 해법은 결국 민간 경제주체의 활력 회복에 달려 있다. 새 정부는 인수위원회 시절 ‘민간이 끌고 정부가 미는 역동적 경제’를 경제 정책의 캐치프레이즈로 제시했다. 윤 대통령도 취임사에서 경제 성장 속도를 높이기 위해 과학·기술·혁신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새 정부는 임기 초반 과감한 규제 개혁으로 정체된 경제 성장의 엔진을 살리는 데 주력해야 한다. 윤 대통령은 추경호 경제팀에 힘을 실어 주고 경제팀은 민관 협동으로 산적한 경제 현안을 풀어 가야 한다. 여야 정치권은 정쟁으로 아까운 시간을 허비할 때가 아니다. 더불어민주당도 대승적 차원에서 경제 살리기에 동참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