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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합수단·범정 부활" 밝힌 한동훈…당분간 검찰도 챙길 듯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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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훈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의원들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김성룡 기자

한동훈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의원들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김성룡 기자

한동훈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문재인 정부에서 폐지한 증권범죄합동수사단(합수단)과 범죄정보기획관실(범정기획관실)의 부활을 예고했다. 한 후보자는 청문회에서 일반 서민들이 직접적인 피해를 입는 자본시장범죄가 증가하는 현실을 감안할 때 합수단의 경우는 즉시 부활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범정기획관실 부활을 통해선 공무원, 정치인 등에 대한 범죄 정보를 체계적으로 수집해 이를 수사로 연결시킨다는 방침이라고 한다. 한 후보자 본인도 “살아 있는 권력 수사가 제일 안 된 것은 지난 3년”이라며 권력 수사 의지를 내비치기도 했다.

법조계에선 한 후보자가 증권범죄합수단과 범정기획관실 부활을 밝힌 만큼 장관 취임 이후 김오수 전 검찰총장의 사퇴 이후 총장직이 공석인 상황에서 당분간 법무부뿐 아니라 검찰 조직도 직접 챙길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후임 총장은 검찰인사위원회를 구성한 뒤 총장 후보 추천 절차와 지명, 국회 청문회를 거치려면 두 달가량 걸릴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한동훈 '여의도 저승사자' 부활…증권·금융범죄 수사 재개 의지  

지난 2020년 서울 여의도 NH투자증권 앞에 모인 옵티머스 펀드 피해자 모임 구성원들이 사기 판매 규탄 집회를 벌이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2020년 서울 여의도 NH투자증권 앞에 모인 옵티머스 펀드 피해자 모임 구성원들이 사기 판매 규탄 집회를 벌이고 있다. 연합뉴스

한 후보자는 9일 법무부 장관 후보자 청문회에서 전주혜 국민의힘 의원이 합수단의 필요성에 대해 묻자 "현재로는 고도화하고 있는 증권범죄 대처가 어렵고 서민의 피해가 우려된다"며 "취임하면 즉시 합수단을 부활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지난 2013년 증권범죄 전문 수사를 위해 설치된 합수단은 금융위·금감원·거래소·국세청 등 50여명의 전문 인력들이 파견 나와 검사들과 같은 사무실에서 자료 분석 및 수사 지원을 하며 '여의도 저승사자'로 불렸다. 합수단은 그러나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이 검찰의 직접 수사 기능을 줄이겠다며 2020년 1월 해체됐다. 이후 라임·옵티머스 펀드 사건 등 대형 금융범죄가 잇따라 터지며 합수단 부활 주장이 나왔으나, 추 전 장관은 "금융을 잘 아는 죄수를 활용해 불법 수사를 하는 곳"이라며 일축했다. 이후 박범계 전 장관이 지난해 9월 1일 서울남부지검 금융·증권범죄수사협력단(협력단)을 신설했지만 검사의 직접 수사는 못하게 하고 금융위 등과 협력 기능만 하게 했다.

2년 만의 합수단 부활에는 큰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폐지 전 합수단이 비직제 직접부서였던 만큼 다시 이를 비직제로 되살리거나 대통령령을 개정해 정식 직제로 할 수도 있다, 두 경우 모두 민주당의 동의가 필요한 법률 개정 사안은 아니다.

합수단이 부활되면 자본시장범죄에는 검사가 직접 투입된다. 한 검찰 출신 법조인은 "합수단이 협력단으로 바뀐 후 수사관이 수사하고 검사는 지휘만을 맡아 효율성이 떨어졌다. 유관기관과의 협력에도 문제가 있어서 무늬만 '협력단'이지 제기능을 못하고 있었다"고 지적했다.

한 후보자 역시 청문회에서 "현재 협력단은 검사를 수사에서 배제하는 형식이라 대처가 어렵다"고 밝혀 검사 직접 투입에 힘을 실었다.

합수단의 규모에 대해서는 "취임 전이기는 하지만 (합수단 규모는) 효율적으로 꾸릴 것"이라고 언급했다. 가상화폐, 주식 공매를 통한 불공정 거래, 자산운용사 비리 등 늘어나는 금융 범죄에 대한 수요를 감안할 때 합수단 규모는 상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반부패 수사 강화 위한 범죄정보 수집 기능도 부활   

한동훈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의원들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김성룡 기자

한동훈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의원들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김성룡 기자

문재인 정부 들어 사실상 사라진 검찰의 범죄정보 수집 기능도 되살릴 방침이다. 한 후보자는 청문회 서면 답변서에서 "대검의 수사정보 수집 부서를 폐지하면 부패·경제 범죄 등에 대한 검찰의 직접 수사 기능이 의미가 없어질 우려가 있다"며 "법무부 장관으로 취임하면 대검 정보수집 부서의 순기능을 살리면서 부작용을 방지하는 바람직한 조직개편·제도개선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한 후보자의 이런 방침에 대해 검찰 내부에서는 사회특권층에 대한 반부패수사가 정상화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일선 지검에서 반부패수사를 지휘하는 한 검찰 간부는 "검수완박으로 검찰은 부패·경제 범죄만 직접 수사할 수 있다. 그러나 범죄 첩보가 없으면 이마저도 제대로 수사할 수 없다"고 했다. 또 다른 검찰 고위 간부는 "범죄 혐의와 무관한 '동향정보'를 수집해 정치적으로 활용되는 것이 문제가 된다면서 검찰의 범죄정보 수집 기능까지 사실상 없애버렸다. 이는 빈대 무서워 초가삼간 태운 꼴"이라고 했다.

문재인 정부에선 검찰 범죄정보 수집 관련 직제는 검찰총장 직속 범죄정보기획관실에서 2018년 2월 수사정보정책관실→2020년 9월 대검 차장검사 산하 수사정보담당관실→올해 2월 정보관리담당관실로 세 차례 축소 개편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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