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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선거? 정말 모른다"…충청 석권 민주당 놀래킨 숫자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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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지사 선거에서 맞붙는 양승조 민주당 후보(왼쪽)와 김태흠 국민의힘 후보. 연합뉴스

충남지사 선거에서 맞붙는 양승조 민주당 후보(왼쪽)와 김태흠 국민의힘 후보. 연합뉴스

“이번 충청권 선거는 정말 결과를 예단하기 어려운 것 같다.”

한 달도 채 남지 않은 6·1지방선거 전망과 관련해 충청권에 지역구를 둔 더불어민주당 초선 의원이 9일 중앙일보에 한 말이다. 그는 “속을 잘 내비치지 않는 게 충청권 유권자들의 특성이지만 이번 선거는 그야말로 깜깜이”라며 “분위기가 좋았던 지역도 며칠 후 가면 달리 느껴질 때가 있다. 밑바닥 민심은 오리무중”이라고 말했다.

판세가 잘 감지되지 않는 건 여론조사에서도 마찬가지다. 충남지사 후보 적합도를 묻는 중앙일보·한국갤럽 여론조사(5월 1~2일)에서 양승조 민주당 후보는 46.0%를 얻어 김태흠 국민의힘 후보(39.6%)를 6.4%포인트 앞섰다.

하지만 KBS·한국리서치 여론조사(4월 29일~5월 1일)에선 오히려 김 후보(38.8%)가 양 후보(37.5%)를 1.3%포인트 앞섰다. 두 조사결과 모두 오차범위 안이다. 대전·세종시장, 충북지사 선거에서도 여야 후보는 엎치락뒤치락하며 어느 한쪽도 확실한 우위를 점하지 못하고 있다.

밀리는 민주당…“지역마다 분위기 상이”

선거전이 박빙의 승부로 흘러가자 마음이 급한 쪽은 민주당이다. 2010·2014·2018년 지선에서 민주당은 충청권 광역단체장을 석권하며 기세를 올려왔기 때문이다. 지난 세 차례 지선에서 보수정당 소속으로 당선된 사람은 2010년 염홍철 대전시장(자유선진당)이 유일했다. 민주당 관계자는 “하지만 이번에는 충청 지역도 쉽지 않은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충남지사 후보 지지율 그래픽 이미지. [자료제공=중앙일보·갤럽]

충남지사 후보 지지율 그래픽 이미지. [자료제공=중앙일보·갤럽]

지난 3월 대선에서도 이재명 민주당 후보는 충남에서 44.96%를 얻어 윤석열 대통령(51.08%)에 6.12%포인트 뒤졌다. 이 후보는 충북에선 5.55%포인트, 대전에선 3.11%포인트 지는 등 충청권에서 윤 후보에 열세였다. 당 내에선 “윤 대통령 부친 고향이 충남 공주인 이유도 있지만, 적어도 충청권이 더는 민주당에 호의적이지 않다는 게 드러났다”(재선 의원)는 말이 나온다.

충청권 민심이 지역마다 다른 것도 민주당 고민이다. 충청권 초선 의원은 “수도권과 교류가 많은 대전·충남은 중앙정치 이슈를, 세종은 부동산·교육 이슈를 투표의 우선순위로 친다”며 “반면 충북은 상대적으로 보수색이 짙어진 것”이라고 말했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은 “그간 충청권은 대세인 한쪽 정당을 밀어줬지만 이번에는 깨질 것”이라며 “전국선거의 ‘캐스팅보터’로서의 의미도 줄 것”이라고 말했다.

각자도생 나선 충청권 후보들

박빙세에 선거전도 치열해졌다. 충남지사 선거에서 양승조 민주당 후보가 ‘현역 프리미엄’을 앞세우자, 김태흠 국민의힘 후보는 ‘힘 있는 여당 도지사’로 맞서고 있다.

양 후보 측은 지역 기반에 기대를 걸고 있다. 양 후보의 정치적 기반인 천안·아산의 선거인수는 20대 대선 기준 81만939명으로 충남권의 45.1%에 달한다. 김 후보가 국회의원 시절 지역구였던 보령·서천 선거인수는 13만2250명(7.4%)으로 상대적으로 적은 편이다.

충북지사 선거 더불어민주당 노영민 후보(왼쪽)와 국민의힘 김영환 후보가 지난달 28일 MBC충북에서 열린 첫 TV토론회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연합뉴스

충북지사 선거 더불어민주당 노영민 후보(왼쪽)와 국민의힘 김영환 후보가 지난달 28일 MBC충북에서 열린 첫 TV토론회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연합뉴스

하지만 김 후보 측은 “선거인수보다 중요한 것은 적극 투표층인데 여론조사상으론 김 후보가 밀리지 않는다. 충청권 유권자의 민주당에 대한 피로감도 크게 작용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충북지사 선거에선 노영민 민주당 후보가 김영환 국민의힘 후보에 박빙 열세 양상이다. 노 후보는 지난 3월 대선에서 이 고문을 도우며 일찌감치 지역 기반을 닦았지만, 최근에는 밀리고 있다. 한 자릿수 차이였던 두 사람의 격차는 10.4%포인트(5월 1~2일, 굿모닝충청·리얼미터)까지 벌어졌다.

충북지사 후보 지지율 그래픽 이미지. [자료제공=중앙일보·갤럽]

충북지사 후보 지지율 그래픽 이미지. [자료제공=중앙일보·갤럽]

민주당 충청권 인사는 “노 후보는 문재인 정부 책임론에서 자유롭지 않고 2020년 서울 아파트만 남기고 청주 아파트는 매각한 일을 충북 유권자들이 기억해 중도 표 확장이 쉽지 않다”고 말했다. 김 후보는 청주 출신이지만 4선 국회의원(안산 상록을)과 경기지사 도전 등 정치경력 대부분을 경기도에서 보낸 것이 약점으로 꼽힌다.

여론조사업체 에스티아이의 이준호 대표는 “충청권 유권자는 대세를 선택하는 경향이 여전히 있어 새 정부 출범 이후 분위기를 보며 고심할 것”이라며 “충청권 결과가 지선 성적표를 가를 것이어서 양당은 막판까지 치열한 접전을 벌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기사에 인용된 여론조사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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