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쟁자는 출마를 포기했고, 껄끄러운 ‘악연’은 한발 물러섰다. 국민의힘의 성남 분당갑 보궐선거 최종 후보가 안철수 대통령직인수위원장으로 굳어지는 모양새다. 9일 이런 관측에 무게를 싣는 두 가지 장면이 있었다.
먼저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특보인 박민식 전 의원이 분당갑 출마를 접었다. 박 전 의원은 이날 오전 페이스북에서 “잠시의 멈춤이 분당을 향한 열정과 헌신까지 중단시키지는 못할 것”이라며 “윤석열 정부의 성공과 지방선거 승리를 위해서 계속 싸우겠다”고 밝혔다. 지난 1일 출마 입장을 밝힌 박 전 의원은 안 위원장이 출사표를 던지기 전까진 공천에 가장 근접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의 사퇴를 두고 이날 당내에서는 “안 위원장의 단수공천을 위해 길을 터주는 예상된 수순”(당 관계자)이라는 반응이 나왔다. 박 전 의원 외에도 『굿바이 이재명』을 쓴 장영하 변호사, 정동희 전 서울시장 보궐선거 후보가 분당갑에 도전장을 내밀었지만, 이날 장 변호사도 안 위원장을 공개 지지한다고 선언했다.
안 위원장과 껄끄러운 사이인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의 기류도 최근 확실히 달라졌다. 이 대표는 이날 라디오에서 “가장 경쟁력이 뛰어난 후보를 공천하는 게 단수공천”이라며 “안 위원장이 (후보 지원을) 넣겠다고 해서 단수공천 가능성을 살피고 있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지난달 말 안 위원장의 출마설이 불거질 때만 해도 “꽃가마는 안 태워 드린다”, “출마 요청은 안 하니까 나오려면 손 들고나오라”고 묘한 대립각을 세웠다. 안 위원장이 분당갑 출마 입장을 밝힌 다음 날인 7일에는 “제가 대표로서 주안점을 둔 것이 경선 우선주의”라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그런 이 대표가 단수공천 가능성을 시사하며 누그러진 모습을 보이자 의원들 사이에선 “윤 당선인의 의중이 두 사람의 악연을 덮었다”(당 4선 의원)는 반응이 나왔다. 야당 관계자는 “지난 6일 윤 당선인과 면담한 안 위원장이 분당갑 출마 의사를 밝히자 윤 당선인이 긍정적으로 반응했다”며 “이 대표가 이를 무시하고 안 위원장과 계속 대립각을 세우기가 쉽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분당갑 공천 수순과는 별개로 안 위원장의 당권 도전에 대해서는 내부 견제가 상당하다. 한 국민의힘 중진의원은 “차기 당권을 염두에 둔 당 중진들 사이에서는 안 위원장이 험지가 아닌 분당갑에 출마한 것을 곱지 않게 보는 시선이 꽤 있다”고 말했다.
대선 3달 만에 안철수, 이재명 ‘수도권 결전’
한편 약 석 달 전만 해도 대선 주자로 맞붙었던 안 위원장과 이재명 민주당 후보는 수도권 선거를 놓고 결전을 벌이게 됐다. 정치권에서는 “안 위원장과 이 후보는 지역구 후보를 넘어선 ‘수도권 선대위원장’”이라는 평가도 있다. 개인 선거로 보면 분당갑과 인천 계양을에서 두 사람 모두 선전할 가능성이 크지만, 경기지사 선거에서 패배하면 당선돼도 정치적 타격이 불가피하다는 전망도 있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안 위원장과 이 후보의 일거수일투족은 물론 이들을 겨냥한 네거티브 공세가 전체 선거 판세에 상당한 영향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이를 의식한 듯 국민의힘 측과 안 위원장은 이 후보를 겨냥해 공세를 퍼부었다. 권성동 원내대표는 이날 “수사를 받아야 할 사람이 출마를 선언한 이유는 국회의원 권력으로 죄를 덮을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라며 “그래서 방탄 출마라는 언론 지적을 받는다”고 꼬집었다. 안 위원장은 전날 “성남시는 ‘조커가 판치는 고담시’로 전락했고, 대장동 게이트와 백현동 사태가 벌어진 현장이 됐다”고 이 후보를 정조준했다.
민주당에서는 분당갑에 공천된 김병관 전 의원이 안 위원장을 저격했다. 이날 출마를 선언한 김 전 의원은 “안 후보를 ‘떴다방 정치투기꾼’으로 규정한다”며 “정당과 지역구를 투기의 대상으로 삼는 유일무이한 정치인이 안철수”라고 공격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