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킹] 떠나는 봄이 담겼다…죽순‧햇쑥절편‧아스파라거스 떡볶음

중앙일보

입력 2022.05.09 06:00

김혜준의 건강식도 맛있어야 즐겁다 ⑧ 죽순오리떡볶음

죽순, 오리고기, 쑥 절편, 백화고 버섯, 아스파라거스를 넣어 완성한 죽순오리떡볶음. 사진 김혜준

죽순, 오리고기, 쑥 절편, 백화고 버섯, 아스파라거스를 넣어 완성한 죽순오리떡볶음. 사진 김혜준

죽순이 우후죽순으로 솟아나는 이 시기가 되니 마음이 바쁘다. 봄을 떠나보내기 아쉬운 마음에 서둘러 쑥 내음 가득한 햇쑥 절편과 아삭한 아스파라거스, 그리고 죽순을 넣고 추억의 떡 볶음을 만들어 보기로 했다. 작년 이맘때, 일본 요리 선생님께 생죽순 손질하는 법을 배웠는데, 그 손질법이 벌써 아득하다. 결국, 다시 한번 수업을 듣고 거제산 맹죽(길이가 짧고 통통한 죽순)을 인터넷으로 주문해 쌀겨와 말린 고추를 넣고 은은하게 삶아 냈다.

한참 술을 마시고 놀러 다니던 시절, 늦은 밤에 이태원 어느 곳에서 먹던 맑은 색의 하얀 떡볶이가 생각난다. 눈에 띄는 재료라고는 어묵과 청양고추뿐이지만 멸치육수가 잘 배어 든 흰 가래떡의 칼칼하고 쫄깃한 맛이 오랫동안 기억에 남아 있다. 떡을 좋아하는 만큼 듬뿍 넣으면 좋겠지만, 식단 조절을 위해 탄수화물을 의식적으로 줄이는 데 집중하는 편이다. 그래서 늘 떡의 질감을 비슷하게 구현해 줄 다른 재료를 고민하게 된다.

비타민 D가 풍부한 백화고 버섯을 넣어준다. 사진 김혜준

비타민 D가 풍부한 백화고 버섯을 넣어준다. 사진 김혜준

곤약을 쓸 수도 있지만, 그보다 맛있는 재료를 찾다 보니 잘 말린 백화고 버섯을 불리고, 쫄깃하고 고소한 오리고기를 더해 주자고 결정했다. 표고버섯 중에서도 특등으로 꼽히는 백화고는 생으로 먹기보다 살짝 햇볕에 말리면 비타민D가 풍부해져 칼슘의 흡수를 높여준다. 버섯은 식단을 짤 때 빼놓을 수 없는 재료인데, 계절마다 나오는 버섯의 종류도 다양해서 구이나 찌개, 맑은국 등으로 질리지 않게 먹을 수 있다.

오리고기는 불포화지방산 함량이 높다. 맛도 좋지만, 식단 조절을 하는 사람의 심적 부담도 덜어주는 식재료다. 또 훈제 오리는 작은 용량으로 나눠서 판매하기도 하니 냉동실에 보관해 두고 가끔 꺼내 구워 먹거나 따뜻한 샐러드에 더하면 좋다. 이번에는 오리고기를 무쇠 팬에 노릇하게 초벌로 굽는 방법을 선택했다. 오리를 구울 때 나오는 기름에 단단한 죽순의 아랫부분과 쑥 절편을 미리 바삭하게 굽는 것이 이번 요리의 포인트다.

죽순오리떡볶음은 무쇠 프라이팬 하나만 있으면 간편하게 요리할 수 있다. 사진 김혜준

죽순오리떡볶음은 무쇠 프라이팬 하나만 있으면 간편하게 요리할 수 있다. 사진 김혜준

‘죽순오리떡볶음’은 일명 ‘원 팬’ 요리다. 큼직하고 높이가 있는 무쇠 프라이팬 하나만 있으면 요리가 끝난다. 무쇠 프라이팬은 무엇보다 재료를 바삭하게 구울 수 있고, 볶을 때 은은한 열이 지속된다는 점도 마음에 든다. 우선 오리고기와 죽순의 아래 단단한 부분, 그리고 한입 크기로 잘라 둔 쑥 절편을 노릇하게 구워 따로 빼놓은 후, 팬에 생수 약간과 멸치육수를 넣고 진하게 우려낸 다음 아스파라거스와 죽순의 여릿한 윗부분 그리고 청양고추와 백화고를 넣고 졸이듯 익힌다.

그다음 미리 구워둔 재료와 아스파라거스를 넣고 살짝 볶아내면 국물이 자작한 ‘죽순오리떡볶음’이 완성이 된다. 추억의 떡볶이 맛처럼 걸쭉한 농도의 국물을 만들려면 떡을 오래 뭉근하게 익히거나 물전분을 넣으면 된다. 하지만 죽순과 아스파라거스의 깔끔하고 아삭한 식감을 극대화하려면, 굳이 넣지 않아도 된다. 부득이 한 가지를 고르라면, 후자를 추천하겠다. 간장의 깊은 맛, 즉 콩 단백질의 풍성한 밸런스가 만들어주는 간으로 완성하는 떡 볶음의 진수를 맛볼 수 있어서다. 또 죽순, 아스파라거스 등 각각의 봄 식재료가 가진 질감을 살릴 수 있다.

Today’s Recipe 김혜준의 죽순오리떡볶음

아스파라거스와 죽순의 아삭한 식감이 살아있는 죽순오리떡볶음. 사진 김혜준

아스파라거스와 죽순의 아삭한 식감이 살아있는 죽순오리떡볶음. 사진 김혜준

재료 준비
재료(2인분) : 훈제 오리 100g, 아스파라거스 3대, 죽순 1/2대, 백화고 4개, 쑥 절편(가래떡도 가능) 8개, 청양고추 2개, 진간장 1큰술, 설탕(알룰로스 대체 가능) 1큰술, 멸치육수 1팩, 생수 200mL

죽순오리떡볶음에 들어가는 재료. 사진 김혜준

죽순오리떡볶음에 들어가는 재료. 사진 김혜준

만드는 법 
1. 밑 손질이 되어 있는 죽순을 뾰족한 윗부분과 두툼한 아랫부분으로 나눠 수평으로 자른다. 아랫부분은 먹기 좋은 크기로 큼직하게, 부드러운 윗부분은 얇은 두께로 썰어 둔다.
2. 아스파라거스는 윗부분을 기준으로 3㎝ 남겨두고 필러로 껍질을 벗겨 어슷하게 썰어 둔다.
3. 쑥 절편은 한입 크기로 잘라 떼어 둔다. 말린 백화고는 미지근한 물에 설탕을 약간 더해 불린다. 이렇게 하면 빨리 불릴 수 있다.
4. 무쇠 팬을 달궈 훈제 오리를 굽는다. 오리고기 사이로 떡과 두툼한 죽순 아랫부분을 노릇하게 구워 따로 담아 둔다.
5. 팬을 한 번 세척한 후 물 200mL에 멸치육수 팩을 하나 넣고 국물을 짧고 진하게 우린다.
6. 끓어 오르면 죽순의 부드러운 윗부분과 물에 불려 잘게 찢어 둔 백화고, 그리고 청양고추를 넣고 바르르 익힌다. 아스파라거스를 더한다.
7. 미리 구워 둔 4를 넣고 은은하게 약불로 익힌다. 걸쭉한 국물을 원한다면 물전분을 더해도 되지만 깔끔한 채소의 질감과 살짝 구워서 더 쫄깃한 떡을 즐기려면 넣지 않는다.
8. 그릇에 담고 후추를 뿌려 완성한다.

김혜준 푸드 콘텐트 디렉터 cooki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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