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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킹] 실습 시간에 처음 배운 추억의 요리 ‘양배추 채소 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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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혜준의 건강식도 맛있어야 즐겁다 ⑦양배추 채소 롤 

양배추 채소 롤은 위 건강에 좋은 양배추를 활용한 감칠맛 나는 건강식이다. 사진 김혜준

양배추 채소 롤은 위 건강에 좋은 양배추를 활용한 감칠맛 나는 건강식이다. 사진 김혜준

고등학교 때 가장 즐거워했던 수업은 ‘가정’이나 ‘실과’ 시간이었다. 요즘은 과목명이 어찌 바뀌었는지 알 수 없지만, 당시에는 가정이나 실과 수업 때면 실습을 할 수 있었다. 연필과 교과서 대신, 이동 가스레인지와 냄비, 도마와 칼이 내 손에 쥐어지는 순간이다. 그때 나는 실습 시간이 꽤 즐거웠지만, 어른이 되어 회상하니 당시 담당 선생님은 순간순간 심장이 내려앉았을 것 같다. 요리가 서툰 학생들이 칼과 불을 다루고 있었으니 말이다. 어쨌든, 그때 처음 배웠던 메뉴가 ‘양배추 채소 롤’이다.

양배추 채소 롤은 주로 일본 영화에서 추억을 담뿍 담은 소울푸드 중 하나로 자주 꼽히는 가정식이다. 만두소의 내용물을 만두피 대신 양배추를 쓴다고 생각하면 된다. 한 번 데치거나 삶은 양배추로 소를 감싼 후 취향에 따라 토마토소스나 크림소스에 익혀내는, 촉촉하고 따스한 요리다. 맛은 어떤가 하면, 소의 재료인 주인공을 무엇으로 두느냐에 따라 상당히 다른 매력을 주는 음식이다.

가장 많이 알려진 레시피는 다진 돼지고기와 채소를 넣어 속을 채운 것이다. 나는 체온을 조금 올리고 싶을 때 양송이버섯과 치킨스톡을 주재료로 쓰는데, 이때 양파와 양송이버섯을 과하다 싶을 정도로 많이 넣고 버터에 은은하게 볶아 속을 채운 후 크림소스에 치킨스톡을 더해 섞은 후 졸여내 먹는다. 날씨가 쌀쌀할 때 먹으면 그만인 양배추 채소 롤이다.

하지만 날이 풀렸으니, 오늘 소개하는 레시피는 더 가벼운 느낌으로 바꿔봤다. 돼지고기 대신 닭 안심과 새우살을 넣어 조금 더 가벼우면서도 감칠맛은 충분히 돋우는 ‘양배추 채소 롤’이다. 모든 재료를 같은 크기로 잘라 토마토소스로 한 번 버무린 후에 양배추에 넣고 돌돌 말아 고정하면 된다. 여기에 원하는 채소를 다양하게 넣으면 더 좋다.

채소들을 다듬으면서 미리 찜기에 물을 올린 후 양배추를 살짝 찐다. 나는 채소를 다듬고 칼질하는 순간을 사진으로 남기는 작업을 무척 좋아한다. 물론 채소를 칼질하는 과정이 매번 즐거운 건 아니다. 바쁠 때나 귀찮을 때는 이만큼 번거로운 일도 없지만, 채소를 만지며 느끼는 행복감 같은 것이 있기 때문이다.

가지, 애호박, 양파, 셀러리 등 색깔이 다양한 채소가 들어가는 요리는 만드는 과정도 즐겁다. 사진 김혜준

가지, 애호박, 양파, 셀러리 등 색깔이 다양한 채소가 들어가는 요리는 만드는 과정도 즐겁다. 사진 김혜준

색깔이 다양한 채소들을 보고 있으면, 이게 바로 자연이 주는 컬러테라피라는 생각에 기분이 좋아진다. 속살이 노오란 싹의 색을 품고 있지만, 잎 끝자락으로 갈수록 짙은 녹색으로 점차 변하는 포항초는 마치 바닷바람의 강건함을 닮은 것 같기도 하다. 또 연녹색의 아스파라거스와 제대로 완숙한 토마토의 속살을 한 도마에 놓고 보고 있으면, 그 매혹적인 색 조합에 마음이 녹아내린다.

양배추 잎 위에 소를 올리고 돌돌 말아 롤을 완성한다. 사진 김혜준

양배추 잎 위에 소를 올리고 돌돌 말아 롤을 완성한다. 사진 김혜준

채소와 닭 안심, 새우를 자르고 난 후 소금과 후추 그리고 토마토소스 1/2을 넣고 버무리면 요리는 거의 다 끝난 셈이다. 양배추 잎 위에 소를 올리고 양옆을 야무지게 여민 후 돌돌 말아 끝부분을 냄비 바닥에 닿게 놓은 후에 나머지 소스와 셀러리, 물을 약간 더해 타지 않게 졸여 완성한다. 셀러리는 내가 양식 요리를 할 때 반드시 사용하는 재료다. 좋은 향을 내는 나만의 ‘킥’이다. 양배추 채소 롤은 뜨거울 때 호호 불어먹어도 좋지만, 나는 약간 차게 식혀서 먹는 걸 선호한다. 양배추 채소 롤을 담은 볼을 끌어안고 편하게 숟가락으로 큼직하게 잘라먹는 것을 좋아한다.



Today’s Recipe 김혜준의 양배추 채소 롤

양배추 채소 롤은 위 건강에 좋은 양배추를 먹기 좋은 메뉴다. 사진 김혜준

양배추 채소 롤은 위 건강에 좋은 양배추를 먹기 좋은 메뉴다. 사진 김혜준

“양배추는 위 건강에 좋다. 위를 달래기 위해 양배추를 자주 먹으려고 노력하는데 한 통을 다 먹는 일이 생각보다 어렵다. 그런데 양배추 롤만큼은 속 재료를 바꿔가며, 그리고 크림과 토마토소스를 활용하면 정말 다양한 맛을 낼 수 있다. 양배추 한 통을 금세 먹을 수 있다. 소스를 졸인 후에 치즈를 얹어 녹이면 스테이크처럼 즐길 수도 있다.”

재료 준비
재료(2인분) : 양배추 1/4통, 닭 안심, 냉동 새우 6미, 양파 1/4개, 가지 1/3개, 애호박 1/4개, 레몬 1/2개, 표고버섯 3개, 셀러리 1대, 생토마토 1개, 시판 토마토소스 200㎖, 생수 100㎖

양배추 채소 롤에 들어가는 재료. 사진 김혜준

양배추 채소 롤에 들어가는 재료. 사진 김혜준


만드는 법
1. 가지, 애호박, 양파, 셀러리, 표고버섯은 큐브 형태로 자르고, 토마토는 2조각으로 썬다.
2. 냄비에 물을 넉넉히 올리고 양배추를 살짝 숨이 죽을 정도만 찐다.
3. 그 사이에 닭 안심과 새우살을 채소와 같은 크기로 썬다.
4. 모든 재료를 모아 볼에 넣은 후 소금, 후추 간을 더한다.
5. 4에 토마토소스 1/2를 붓고 레몬즙을 짠 후 고루 섞는다. 레몬 향을 좋아한다면 겉껍질을 제스트로 갈아서 더해도 좋다.
6. 한숨 식은 양배추를 도마 위에 깔고, 한입 크기의 내용물을 올린 후 양옆을 접고 돌돌 말아 준다. 완성한 롤은 돌돌 말린 마감 부분이 아래로 가도록 놓는다.
7. 냄비에 완성된 6을 차곡차곡 채워 넣고 샐러리를 총총 잘라 올린다. 남아 있는 양파나 채소 등이 있다면 이때 같이 넣은 후 나머지 1/2 토마토소스를 올린다.
8. 토마토 1개와 생수 100㎖를 붓고 뚜껑을 덮고 중불로 뭉근하게 익힌다.
9. 늘어 붓지 않도록 숟가락으로 양배추 롤을 살짝 들어 올려 소스를 흐르게 한다.
10. 한소끔 끓으면 불을 약불로 줄이고 5분 후에 완성한다.

김혜준 푸드 콘텐트 디렉터 cooki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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