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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 머니' 시대 끝나니…'역금융장세'가 시장 접수 [뉴스원샷]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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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롬 파월 미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이 지난 4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직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Fed는 이날 기준금리를 0.5% 포인트 인상했다. [EPA=연합뉴스]

제롬 파월 미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이 지난 4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직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Fed는 이날 기준금리를 0.5% 포인트 인상했다. [EPA=연합뉴스]

금융시장에 ‘역금융장세’가 도래했다. 각국 정부와 중앙은행이 그동안 쏟아부었던 돈을 거둬들이기 시작하면서다. ‘이지 머니’ 시대가 끝나며 유동성이 밀어 올린 자산 가격의 하락도 본격화하고 있다.

'역금융장세'는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이 심화할 때 이를 막기 위해 중앙은행이 긴축 카드를 꺼내며 시작되는 약세장을 의미한다. 일본의 분석가 우라가미 구니오가 제시한 주식시장의 사계(四季) 중 가을에 해당한다. 중앙은행이나 정부가 돈을 풀면서 주가 등이 호황을 누리는 금융장세(봄)의 반대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로 인한 경기 둔화와 자산 가격 하락을 막기 위해 각국 정부와 중앙은행은 시중에 막대한 유동성을 퍼부었다. 금리를 제로 수준까지 내리고, 채권 시장의 큰손을 자처하며 시장을 밀어 올렸다. 주가와 채권값이 상승(채권 금리 하락)했다.

그 결과 블룸버그 이코노믹스(BE)에 따르면 주요 7개국(G7) 중앙은행의 보유자산은 지난해에만 2조8000억 달러(약 3557조원) 늘렸다. 코로나19 확산 이후 시중에 푼 돈은 8조 달러(약 1경168조원)에 이른다.

하지만 인플레이션 압력이 커지면서 중앙은행이 유동성의 수도꼭지를 잠그고 있다. 미국과 영국 등 주요국 중앙은행이 기준금리를 잇따라 올리고, 보유 자산 줄이기(대차대조표 축소)에 나선 것이다.

주요국 중앙은행은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며 금리 인상의 고삐를 당기고 있다. 미 연방준비제도(Fed)는 지난 4일 미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기준금리를 0.5%포인트 인상(빅스텝)했다. 22년 만에 빅스텝을 밟은 것이다. 지난 3월 0.25%포인트 인상에 이어 연속으로 금리를 올렸다.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영란은행(BOE)도 지난 5일 기준금리를 연 0.75%에서 1%로 0.25%포인트 인상했다. 지난해 12월부터 4차례 연속 기준금리를 올렸다. 홍콩의 중앙은행인 금융관리국도 이날 기준금리를 기존 연 0.75%에서 1.25%로 0.5%포인트 인상했다. 유럽중앙은행(ECB)은 오늘 7월 금리 인상을 예고하고 있다.

긴축에 따른 ‘역금융장세’의 역풍에 증시는 맥을 못 추고 있다. Fed가 기준금리를 0.5%포인트 인상한 다음 날 뉴욕 증시는 급락하며 검은 목요일을 맞았다. 지난 6일에도 하락세를 이어갔다. 그 결과 다우 지수는 올해 들어 약 10%, S&P500지수는 14%가량 하락했다. 나스닥 지수는 23%나 내렸다.

채권 시장도 ‘역금융장세’의 충격에서 자유롭지 않다. 각국 중앙은행이 보유자산 축소, 이른바 양적 긴축(QT)에 나서며 시장에 유동성이 말라갈 것으로 예상돼서다. BE에 따르면 G7 중앙은행은 올해 말까지 4100억 달러(약 521조원)의 보유자산을 감축할 것으로 예상된다.

Fed는 다음 달부터 양적 긴축에 나선다. 만기가 도래하는 국채와 주택저당증권(MBS)을 재투자하지 않는 대신 소멸시키는 방식으로 시장에 풀어있는 돈을 거둬들인다. 파월은 “QT를 계획대로 진행하면 1년간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하는 정도의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Fed의 계획에 따르면 다음 달부터 3개월간 국채와 MBS를 각각 300억 달러(약 38조원)와 175억 달러(약 22조원)씩, 매달 총 475억 달러(약 60조원)의 자산을 줄여나간다. 3개월 뒤인 9월부터는 그 규모를 매달 각각 600억 달러(약 76조원), 350억 달러(약 44조원)씩 총 950억 달러(약 121조원)로 늘린다.

영란은행도 지난 2월부터 국채 재투자를 하지 않는 방식으로 보유자산을 줄이고 있다. ECB도 3분기에 양적 완화를 종료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이처럼 유동성이 말라가고 자금 조달에 따르는 비용 부담이 커지는 등 이지 머니의 시대가 저물면서 자산시장에 심판의 날이 다가오고 있다고 블룸버그는 보도했다. 씨티그룹은 “양적 긴축으로 Fed 자산이 1조 달러가 줄어들 때마다 1년 이내에 주식시장의 주가가 10%가량 하락할 것”이라고 추정했다.

컬럼비아 트레드니들의 글로벌채권헤드인 진 테누조는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서 “양적 긴축이 기준금리 인상, 미 달러 강세, 원자재 가격 상승 등과 맞물리며 미국과 세계 경제가 역풍을 맞게 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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