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단독]취임사 직접 쓰는 尹… “자유·시장·공정 중 자유에 방점”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6일 오후 서울 종로구 통의동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서 나오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6일 오후 서울 종로구 통의동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서 나오고 있다. 연합뉴스

대통령 취임식의 백미는 취임사다. 취임사를 통해 새 대통령의 국정 철학, 5년 간의 국정 운영 방향을 국내는 물론 북한과 해외에 선포하기 때문이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도 그 누구보다 취임사 준비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6일 중앙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윤 당선인은 지난달 25일 참모진으로부터 취임사 초안을 보고 받은 뒤, 직접 쓰다시피하며 원고를 고치고 또 고치는 중이다. 여기엔 ‘자유ㆍ시장ㆍ공정’이 핵심 가치로 담길 예정이라고 한다. 이 세 단어는 윤 당선인의 인생을 관통하는 키워드이자, 스스로 정치인으로서 추구할 가치관으로 자주 언급했던 단어들이다. 대선 당시 ‘인생책’을 추천해달라는 대한출판문화협회 질의에 윤 당선인은 3권 모두 자유ㆍ시장ㆍ공정과 관련한 서적을 꼽기도 했다.

윤 당선인이 가장 감명 깊게 읽었다는 밀턴 프리드먼의 『선택할 자유』는 규제 자본주의의 허구성을 지적하고 있으며 존 스튜어트 밀의 『자유론』은 자유의 범위를 논하는 고전 서적이다. 대런 애쓰모글루와 제임스 로빈슨의 『국가는 왜 실패하는가』에 대해서는 윤 당선인이 “‘분배가 공정하지 않은 사회는 지속 가능하지 않다’는 내용이 기억에 남는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세 가치 중 특히 자유에 그 비중을 더 할애할 계획이라고 한다. 윤 당선인은 정치 입문 이후 각종 연설을 통해 ‘자유 민주주의의 수호자’를 자처해왔는데, 이런 기조가 취임사에서도 드러날 것이라는 의미다. 윤 당선인은 검찰총장 퇴임 때 “어떤 위치에 있든 자유민주주의를 지키고 국민을 보호하기 위해 힘을 다하겠다”(지난해 3월4일)고 하거나, 정치 입문 당시 “(문재인 정부는) 우리 헌법의 근간인 자유 민주주의에서 ‘자유’를 빼내려 한다”(지난해 6월29일)며 자유 민주주의의 중요성을 강조해왔다.

‘취임식의 꽃’이라는 취임사는 때론 정책의 성패를 판가름하는 잣대로도 작용한다. “기회는 평등하고 과정은 공정하고 결과는 정의로울 것”이라던 문재인 대통령의 취임사 구절이 5년 내내 문재인 정부의 실책을 논할 때 꼬리표처럼 따라다닌 게 대표적이다.

윤 당선인은 중요한 연설문은 직접 써왔다. 지난해 6월의 정치 참여 선언, 지난 3월 대통령 당선 수락 등 중요한 메시지를 전할 때마다 실무자가 잡은 초안을 직접 뜯어고치며 마무리지었다. 이번에도 비슷한 과정을 거치고 있는 중이다.

윤 당선인은 지난달 초부터 이각범 카이스트 명예교수를 위원장으로 하는 대통령취임사준비위원회를 통해 취임사 초안을 보고받았다. 하지만 윤 당선인은 몇 차례의 독회 후엔 초안부터 직접 쓰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이후 윤 당선인실 관계자들을 주축으로 초안이 재작성됐고 현재는 완성 단계에 접어들었다고 한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6일 오후 서울 종로구 삼청동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잔디광장에서 열린 제20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해단식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인수위사진기자단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6일 오후 서울 종로구 삼청동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잔디광장에서 열린 제20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해단식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인수위사진기자단

취임사에는 7~8개 국정 분야와 관련한 내용이 모두 포함될 전망이다. 전체 분량은 25~30분으로, 문 대통령의 취임사보다 다소 길어질 것으로 보인다. 윤 당선인 측 관계자는 “문 대통령의 연설 시간은 약 11분이었는데 당시 취임식 자체가 약식이었던 점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취임사는 전통문화 계승 차원에서 한지에 서책 형식으로 작성될 예정이다. 박주선 대통령취임준비위원장은 3일 서울 통의동 인수위 사무실 기자회견에서 “전통문화 계승 발전과 민족문화의 창달이란 헌법정신을 구현하고자 대통령 취임사를 한지에 서책 형식으로 직접 작성을 해서 대통령 기록물로 보존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