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에 발목 잡힌 항저우 아시안게임, 전격 연기 결정(종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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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년 전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폐막식에서 열린 중국 항저우의 문화 공연. 김성룡 기자

오는 9월 중국 항저우에서 열릴 예정이던 여름아시안게임이 개막을 4개월 여 앞두고 전격 연기됐다.

중국 관영 CCTV는 6일 “아시아올림픽평의회(OCA)가 우즈베키스탄의 타슈켄트에서 집행위원회를 열고 중국 항저우에서 열릴 예정이던 제19회 여름아시안게임 일정 연기를 의결했다”면서 “OCA 사무총장이 이를 아시안게임 조직위원회에 통보했다”고 보도했다.

CCTV는 “최근 중국 내에 급속도로 퍼지고 있는 코로나19 방역 상황을 고려해 내린 결정으로 보인다”면서 “항저우 아시안게임의 새로운 개최시기는 조만간 OCA가 별도로 공개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중국 항저우 아시안게임이 코로나19로 인해 전격 연기됐다. 사진은 대회 주경기장 전경. [바이두 캡처]

아시안게임이 개막 4개월 여를 앞두고 전격 연기된 건 중국 내 코로나19 확산세가 심상치 않기 때문이다. 중국은 항저우에서 200㎞ 가량 떨어진 상하이를 비롯해 베이징, 선전 등 대도시 위주로 코로나19 변종 오미크론이 대규모 확산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 감염자 통제가 가능했던 베이징 겨울올림픽 때와 달리 이번엔 매일 수만 명씩 신규 확진자가 쏟아져 나오는 데다 감염지역도 확대돼 어려움이 가중되는 모양새다.

이와 관련해 중국 당국은 청두에서 다음 달 열릴 예정이던 여름 유니버시아드를 취소한 것을 비롯해 중국 내에서 치르기로 했던 여러 종목 국제대회를 줄줄이 취소했다. 자연스럽게 아시안게임 연기를 점치는 전망이 힘을 얻기 시작했다. 중국 방역 당국이 감염지역 내 PCR 전수조사를 실시하는 등 강도 높은 방역 정책을 유지하는 상황에서 아시안게임의 정상 개최가 가능할지 여부가 불투명하기 때문이다.

지난달 23일 후세인 알 무살람 OCA사무총장이 “공식적인 결정은 아니지만, 항저우 아시안게임 일정을 연기할 가능성이 있다”고 언급한 이후 관련 보도가 쏟아져 나왔다. 대회 조직위가 “각 종목별 경기장을 포함해 대회를 치를 56개 관련 시설이 모두 준비됐다. 베이징올림픽을 성공적으로 치른 노하우도 있는 만큼 정상 개최에 문제가 없다”며 진화에 나섰지만, 이후에도 대회 관련 구체적인 실무 방침은 나오지 않았다.

봉쇄된 상하이에서 방호복을 착용한 채 짐을 실어나르는 택배 기사. [AP=연합뉴스]

아시안게임 일정 연기 결정에 대해 중국 당국과 OCA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결과물로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중국 정부는 아시안게임으로 인한 코로나19 확산 가능성을 우려해왔다. 한편 OCA는 월드컵과 겨울올림픽 등 글로벌 스포츠 이벤트와 겹치지 않도록 아시안게임 일정을 조정하는 방안을 추진해왔다.

4년 전 치른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의 경우 당초 2019년에 베트남 하노이에서 개최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경제적 부담 등을 이유로 베트남이 개최를 포기하며 일정이 꼬였다. 인도네시아의 자카르타-팔렘방으로 개최지를 옮긴 이후 인도네시아 정부가 자국 대선 일정 등을 이유로 개최 시기를 한 해 앞당겨 2018년에 개최했다.

항저우 아시안게임 로고. [사진 항저우 아시안게임 조직위원회]

항저우 아시안게임을 당초 일정보다 한 해 늦춰 2023년에 치르면 OCA의 계획대로 ‘홀수해 4년 주기 개최’ 시나리오를 충족한다. 이 경우 오는 2026년으로 예정된 일본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도 함께 미뤄질 가능성이 높다.

대한체육회 관계자는 “OCA 집행위원회에서 아시안게임 일정 연기를 의결했다는 정보를 미리 입수해 대책을 논의 중”이라면서 “최근 아시안게임 조직위원회의 요청으로 메인프레스센터(MPC)에 만들 각국 체육회 홍보 부스 사용료를 납부한 상태다. 금전적인 문제를 포함해 각 종목별로 우리 선수단에 미칠 영향을 다각도로 분석하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