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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미사일 쏘고도 이례적 침묵…전문가 “추가 도발 가능성 지켜봐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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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북한이 4일 탄도미사일을 발사하고도 즉각적인 보도를 자제해 의도가 주목된다. 통상 이튿날 발사 사실과 제원 등을 밝혀왔지만 5일 현재 대내용 매체인 노동신문과 대외용 매체인 조선중앙통신 등 관영 매체에선 일절 언급이 없다.

복수의 정부 소식통에 따르면 4일 북한이 발사한 미사일은 도중에 폭파하지 않고 1단을 다 연소한 뒤 정상적으로 동해에 떨어졌다고 한다. 미국은 탄도미사일 궤적을 추적하는 특수 정찰기인 RC-135S를 동해에 보내 이번 발사 과정을 지켜봤다. 이 때문에 북한이 인공위성 발사를 가장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과 같은 장거리 미사일을 시험 발사한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다.

류성엽 21세기군사연구소 전문연구위원은 “북한은 지난 3월 20일 방사포를 발사하는 훈련을 벌이고도 보도를 안 한 적이 있다”며 “ICBM인 화성-15형은 2017년 첫 발사에 성공한 뒤 지난 3월 24일 화성-17형으로 속여 발사한 게 전부라서 미사일을 좀 더 쏴 신뢰성을 높일 필요가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경우 북한이 곧바로 추가 시험 발사를 하고 나중에 묶어서 보도할 가능성이 있다. 후속 도발이 이어지기 때문에 굳이 미사일 발사의 성격·의미·평가를 담아 국내외에 알리는 ‘완료형 보도’를 할 필요가 없을 것이란 분석이다.

북한은 지난 1월 25일에도 순항미사일 2발을 쏜 뒤 즉각적으론 보도하지 않다가 같은 달 27일 이뤄진 지대지 전술유도탄 시험 발사 사실과 함께 28일에 한꺼번에 보도했다. 정부도 며칠 내에 관련 보도가 나올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 북한 당국이 애초 설정했던 목표에 미달해 보도하지 않고 있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지난 3월 16일 평양 순안공항에서 화성-17형을 쐈지만 낮은 고도에서 폭발하자 보도하지 않았던 적이 있다.

김인태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책임연구위원은 “북한은 오는 10일 윤석열 당선인의 취임식, 21일 한·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미사일 발사 등 각종 도발을 일종의 ‘패키지’로 이어갈 가능성이 있다”며 “조만간 후속 도발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보도 동향을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홍민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은 “아직 개발 과정에서 중간 단계에 있는데 굳이 대내외에 위성인지 ICBM인지를 명확하게 밝혀 일종의 평가를 받을 필요는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도 “정찰위성으로 발표하려고 해도 고도는 500㎞ 이상이지만(최고 고도 780㎞), 최고 속도가 마하 11에 그치는 등 내부적으로 성공이라 말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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