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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스텝’ 견뎌낼 빅테크 FAANG 대신 MANG?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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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썰물이 되면 누가 알몸으로 수영했는지 알 수 있다.”

투자의 귀재 워런 버핏의 수많은 명언 중 하나다. 진정한 실력은 위기 국면에서 진가를 발휘한다는 뜻이다. 인플레이션(물가 상승)과 미 연방준비제도(Fed)의 긴축 기조에, 고공 행진하던 빅테크 주가가 내리막을 타자 빅테크의 ‘옥석 가리기’가 시작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미국의 투자은행 제프리스는 3일(현지시간) 긴축의 시대를 앞두고 ‘팡(FAANG)’ 대신 ‘망(MANG)’을 보라는 조언을 내놨다. 팡은 페이스북(현 메타플랫폼스)과 애플, 아마존, 넷플릭스, 구글의 앞 글자를 딴 조어다. 팡을 대신할 망은 마이크로소프트(MS)와 애플, 엔비디아, 구글의 앞 글자다.

해당 보고서를 작성한 션 다비 제프리스 애널리스트가 ‘망’을 주목하는 이유는 재무 건전성이 상대적으로 좋아서다. 금리 인상기에 들어서며 이자 비용이 만만치 않다. 자기자본 대비 장기부채비율을 살펴보면 넷플릭스는 173%, 아마존은 101%에 달한다. 반면 ‘망’에 이름을 올린 MS는 20%, 엔비디아는 30%, 알파벳(구글)은 7%에 그친다.

다비 애널리스트는 “현금 흐름의 수익률을 보면 망 그룹이 유리하다”고 밝혔다. 현금이 넉넉하면 주가가 내려갈 때 배당이나 자사주 소각으로 주주환원에 나설 수 있다. 주가 하락을 방어할 ‘방패’를 갖춘 셈이다. 미래 잉여현금수익률도 넷플릭스(1.36%)와 아마존(1.29%)보다 애플(4.37%)과 구글(5.42%) 등이 높다.

최근 시장은 빅테크가 인플레이션과 금리 인상기를 버틸 체력(펀더멘털)을 갖췄는지 면밀히 살피고 있다. 넷플릭스 주가가 올 초 대비 66.6% 폭락한 것도 11년 만에 처음으로 유료 가입자 수가 줄어서다. 치열해지는 온라인동영상 플랫폼(OTT) 경쟁 속 미래가 어둡다는 우려감이 주가를 끌어내렸다.

아마존도 마찬가지다. 아마존은 1분기 순손실 38억 달러를 기록하며 7년 만에 적자 전환했다. 주가는 4월 한 달에만 23.8% 하락했다. 정나영 현대차증권 리서치센터 연구원은 “아마존은 대내외 비용 증가 요인으로 인플레이션을 꼽았는데, 이는 단기간 해소되기 어려운 만큼 향후 이익전망이 악화했고 주가가 급락했다”고 분석했다. 소셜미디어 페이스북을 운영하는 메타도 이용자가 정체하고 있지만, 미래 성장 모델인 메타버스의 성과는 미약한 수준이다.

시장에 ‘인플레이션’과 ‘금리 인상’은 상수가 됐다. 미 연방준비제도(Fed)가 4~5일(현지시간) 열리는 미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기준금리 0.5%포인트 인상(빅스텝)을 기정사실로 하고 있다. 이달 혹은 다음 달에 0.75%포인트 인상하는 ‘자이언트 스텝’ 가능성까지 나온다. 기업의 비용도 늘어나지만, 소비자의 지갑은 얇아진다. 줄어든 파이를 둘러싼 기업의 경쟁은 치열해질 수밖에 없다.

김중한 삼성증권 연구원은 “기업 경쟁이 심화하며 독자적 사업 모델과 경쟁자들 대비 압도적 지배력을 갖췄는지가 중요하다”며 “매크로(거시 경제) 영향에 대한 방어력은 애플과 MS, 알파벳, 아마존, 메타 순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 연구원은 “페이스북(메타)처럼 경쟁이 심한 콘텐트 위주의 모델만을 가진 경우 시장은 성장 가치를 주지 않고 있다”고 덧붙였다. 반면 MS를 인플레이션에 강한 기업으로 꼽았다. 기업간거래(B2B)가 주력이라 소비 둔화에 타격을 덜 받는 구조라서다. 특히 클라우드 사업은 인플레이션 시기 비용 절감을 꾀하는 기업들로 인한 반사이익도 기대할 수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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