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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억 클릭한 마윈 체포설…규제 긴장에 알리바바 주가 출렁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난 2020년 10월 상하이 와이탄 금융포럼에 참석한 마윈 알리바바 창업자가 중국 금융당국의 규제에 대해 비판하고 있다. [웨이보 캡처]

지난 2020년 10월 상하이 와이탄 금융포럼에 참석한 마윈 알리바바 창업자가 중국 금융당국의 규제에 대해 비판하고 있다. [웨이보 캡처]

중국의 인터넷 기업 알리바바 창업주인 마윈(馬雲·58) 체포설에 홍콩에 상장된 알리바바 주가가 장중 급락하는 등 혼란을 빚었다.

장중 9.4% 하락…SCMP “인터넷 기업 부문장” #검색어 “마모모, 안보 위협” 해시태그 광클릭 #FT “빅테크 단속 정말 끝났다는 증거 없어”

중국 관영 중국중앙방송(CC-TV)은 3일 오전 9시(현지시간) “항저우(杭州)시 국가안전국이 인터넷을 이용해 국가 안보에 위해를 끼친 ‘마모모(馬某某)’를 법에 따라 형사 강제조치(체포) 했다”고 보도했다. 마씨 성을 가진 익명의 인물(모모)이 해외 반중(反中) 적대 세력과 결탁해 국가 분열과 정권 전복을 선동한 혐의로 지난 4월 25일 체포됐다는 요지다. CC-TV는 첫 보도 땐 한 글자 이름인 ‘마모(馬某)’라고 했다가 곧 ‘마모모’로 수정했다. 인물에 대한 설명 없이 현재 추가 조사 중이라고만 했다.

CC-TV 보도에 주식 시장이 빠르게 반응했다. 홍콩에 상장된 알리바바 주식은 개장 직후 9.4% 폭락해 92.5 홍콩달러로 내려앉았다. 경쟁 업체인 징둥(京東)은 8%, 샤오미는 6%가량 하락했다.

시장이 동요하자 당국이 주요 ‘창구’를 통해 진화에 나섰다. 중앙정부의 의중을 대변하는 후시진(胡錫進) 전 환구시보 편집인은 웨이보(微博·중국판 트위터)에 “권위 부문에 확인했다”며 “체포된 사람은 ‘마모모’다. ‘마모’라는 보도는 정확하지 않다”고 마윈 체포설을 부인했다. 마윈이 지분을 소유한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도 국영 글로벌타임스를 인용해 체포된 사람은 “인터넷 기업의 부문장(department director)”이라고 보도했다.

베이징 알리바바 본사.[AP=연합뉴스]

베이징 알리바바 본사.[AP=연합뉴스]

마윈이 아니라는 보도가 나오자 알리바바 주가는 반등했다. 전날보다 1.27% 하락한 100.8 홍콩달러로 마감했다.

중국 여론도 민감하게 반응했다. 이날 웨이보에는 ‘#마모모, 인터넷을 이용해 국가 안보 위협 활동’이라는 검색 해시태그가 오후 5시 현재 10억 클릭을 넘어섰다. 아이디 ‘승리주의’라는 네티즌은 “누구인지는 이미 중요하지 않다. 많은 이들이 어떤 사람이라 생각한다는 점이 중요하다”며 불성실한 당국 발표를 꼬집었다.

마윈 체포설은 지난달 29일 경기 부양을 위해 정치국회의에서 결정한 빅테크 규제 완화 조치에 찬물을 끼얹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홍콩발 기사에서 “중국 기술주가 이날 0.4% 하락했다”며 “단속이 정말로 끝났다는 확실한 증거가 없자 투자자가 떠났다”고 이날 분위기를 전했다.

이번 소동은 지난해 6월 디디추싱 사태 이후 중국 빅테크 기업에 대한 시장의 불안감이 해소되지 않았음을 드러냈다. 당시 인터넷 차량 호출 업체인 디디추싱이 뉴욕 증시에 상장하자 당국은 데이터 안보를 내세워 플랫폼 기업에 대한 대대적인 단속에 들어갔고 디디추싱은 스스로 상장을 폐지했다. 알리바바 역시 지난해 6월 이후 시가총액이 54% 하락해 3400억 달러(약 431조원)가 빠졌다고 FT는 추산했다.

마윈은 지난 2020년 10월 상하이 금융 포럼에서 정부의 금융 규제를 비판한 뒤 수난을 거듭했다. 앤트(알리페이를 운영하는 핀테크 회사) 그룹의 기업 공개가 좌절된 데 이어 알리바바그룹엔 역대 최고인 3조3000억원의 반독점 벌금이 부과됐다. 지난해 8월 저우장융(周江勇·55) 항저우 일인자가 체포됐을 때 연루설이 돌면서 재기가 어렵다는 관측이 나왔다. 대외활동이 활발했던 마윈은 2020년 이후엔 공개석상에 거의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다.

일각에선 마윈 체포설을 단순 해프닝으로 치부하기보다 하반기 중국공산당 당 대회를 앞두고 정치적 긴장감을 조성하려는 시도로 본다. 마윈의 알리바바는 SCMP의 지분 100%, 웨이보 30% 등 80억 달러(약 10조원) 상당의 지분을 가진 미디어 큰 손이기도 하다. 지난해 3월에는 당국이 마윈에게 미디어 지분의 처분을 요구했다고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이 폭로한 바 있다. 최근 중화권 매체 둬웨이(多維)가 돌연 폐간되는 등 당의 선전·이념 부문에 대한 족쇄가 강화되는 추세다.

한편 이날 오후 중국 사법을 관장하는 중앙정법위의 SNS인 ‘장안검(長安劍)’은 국가전복 혐의로 체포된 ‘마모모’는 저장성 원저우 태생의 1985년생 IT기업 연구개발부 이사라고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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