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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 되어줄래?" 침몰 유람선서 숨진 남성 편지, 日 울렸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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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 평생을 함께 해요. 아내가 되어 주겠습니까?" 

지난달 23일 일본 홋카이도(北海道) 시레토코(知床) 반도 앞바다에서 침몰한 유람선 '카즈1'에 탑승했다가 숨진 남성이 함께 배에 탄 연인에게 주려던 편지가 공개돼 일본인들을 안타깝게 하고 있다.

지난달 23일 일본 홋카이도 시레토코 반도 앞바다에서 침몰한 유람선에 탑승했다가 사망한 남성이 함께 배에 탄 여자친구에게 주려 했던 프로포즈 편지. [NHK 방송화면 캡처]

지난달 23일 일본 홋카이도 시레토코 반도 앞바다에서 침몰한 유람선에 탑승했다가 사망한 남성이 함께 배에 탄 여자친구에게 주려 했던 프로포즈 편지. [NHK 방송화면 캡처]

편지는 유람선 선착장 근처 주차장에 있는 자동차 안에서 발견됐다. 편지를 쓴 사람은 유람선 사고로 숨진 회사원 스즈키 도모야(鈴木智也·22)씨. 그는 교제 중인 여자친구의 생일을 맞아 함께 시레토코에 여행을 왔다. 차 안에선 편지와 함께 선물로 주려 했던 것으로 보이는 티파니 목걸이도 발견됐다.

스즈키씨는 편지에서 여자친구의 생일을 축하하며 "오늘로써 만난 지 308일이 지났습니다"라고 썼다. "정말 운명이라고 느꼈고 이렇게 마음이 맞는 사람은 당신밖에 없다"며 "내가 당신을 소중히 여기겠다고 다짐했으니 앞으로도 평생 함께해줬으면 한다"고도 했다.

마지막으로 "태어나줘서 고맙습니다. 사랑합니다. 아내가 되어 주겠습니까"라고 청혼을 한 뒤 "7월 7일 답장을 기다리겠습니다"라고 편지를 마무리했다. 유족들에 따르면 7월 7일은 스즈키씨의 생일이다.

스즈키씨의 시신은 사고 닷새 후인 지난달 28일 해상자위대에 의해 발견됐다. 유족들은 2일 홋카이도 오비히로(帯広)시에서 장례를 치르고 스즈키씨의 편지를 공개하며 "스즈키가 여자친구에게 깜짝 프로포즈를 하려 했던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함께 배에 탔던 여자친구는 아직 실종 상태다.

앞서 카즈1은 지난달 23일 오전 승객 24명과 승무원 2명을 태운 채로 출항했다가 오후 1시 15분쯤 "선체가 30도 정도 기울었다"고 해상보안청에 구조 요청을 한 뒤 소식이 끊겼다. 3일 현재까지 14명의 사망이 확인됐고 12명은 아직 찾지 못했다.

일본 해상보안청이 수중 카메라로 촬영한 침몰한 카즈1호의 모습. [EPA=연합뉴스]

일본 해상보안청이 수중 카메라로 촬영한 침몰한 카즈1호의 모습. [EPA=연합뉴스]

침몰한 배는 지난달 30일 수심 120m의 바닷속에서 발견됐다. 일본 정부는 실종자 수색 및 정확한 사고 원인 규명을 위해 국토교통성이 주도해 선체를 인양할 방침을 밝혔다. 해상보안청은 실종자들의 흔적 등을 찾기 위해 수중 카메라를 내려보내 선내 촬영을 시도하고 있지만, 조류가 빨라 난항을 겪고 있다고 일본 언론들은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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