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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해튼처럼 아파트·학교 한 건물에?…尹 구도심특별법 핵심 셋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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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윤석열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서울 구도심 개발을 용이하게 하는 내용의 특별법 제정을 추진하면서 도심을 주거·업무·녹지 등으로 복합 개발하는 서울시의 ‘비욘드 조닝(Beyond Zoning)’ 전략이 탄력을 받을지 주목된다. 도시 내에 토지를 개발할 때 특정한 용도지역으로 구분했던 기존 방식들을 혼합해 효율을 높인다는 게 골자다.

ICT·문화산업과 공공서비스, 주거 복합개발

지난달 21일 오세훈 서울시장이 종로구 세운상가 세운홀에서 녹지생태도심 재창조전략 현장 기자설명회를 갖고 세운재정비촉진지구를 바라보고 있다. [뉴스1]

지난달 21일 오세훈 서울시장이 종로구 세운상가 세운홀에서 녹지생태도심 재창조전략 현장 기자설명회를 갖고 세운재정비촉진지구를 바라보고 있다. [뉴스1]

2일 국회의안정보시스템에 올라와 있는 ‘도심 복합개발 추진을 위한 특례법안(이헌승 국민의힘 의원 등 17인 발의)’에는 인수위와 국민의힘이 논의 중인 ‘구도심개발 특별법’의 초안 격인 내용이 담겨 있다. 도심 내에 복합개발혁신지구를 지정·운영해 규제 특례를 적용함으로써 첨단산업·문화산업 등 도시 공간을 복합적이고 혁신적으로 활용한다는 내용이 골자다.

이 안에 따른 복합개발의 유형은 크게 3가지다. 빅데이터·자율주행차 등 ICT 융합산업과 주거시설을 복합해 조성하는 ‘첨단산업 중심형 복합개발혁신지구사업’이 대표적이다. 국제회의·컨벤션·한류 콘텐트 산업과 주거시설을 함께 조성하는 ‘문화산업 중심형’과 노약자·1인 가구 등 주거 취약계층과 공공서비스 기능을 결합하는 ‘포용성장 중심형’도 들어있다.

지난 2020년 12월 발의된 '도심 복합개발 추진을 위한 특례법안 (이헌승의원 대표발의)' 내용. [국회의안정보시스템]

지난 2020년 12월 발의된 '도심 복합개발 추진을 위한 특례법안 (이헌승의원 대표발의)' 내용. [국회의안정보시스템]

吳 비욘드 조닝, 세운지구 개발 탄력 받을까

이 법안이 통과되면 ‘2040 서울도시기본계획’을 통해 기존 용도지역제 전면개편을 공언했던 오세훈 서울시장의 구상도 제도적 기반을 갖출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오 시장은 전날 페이스북을 통해 “개발이 손쉬운 신도시 건설 중심으로 정부 정책이 시행되다 보니 구도심은 더욱 슬럼화되고 비어간다”며 “특별법 추진은 구도심 개발에 물꼬를 터주는 것을 넘어 도시공간의 혁신적 활용까지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뉴욕 맨해튼의 공동주택과 학교를 복합개발한 ‘운동장 없는 학교’ 사례도 언급했다.

서울시가 도시기본계획에서 밝힌 ‘보행일상권’ 도입도 인수위의 구도심개발 특별법의 복합개발 구상과 맞닿아있다. 주거 위주로 형성된 일상생활공간에 상업시설·일자리·여가문화·대중교통거점 등 기능을 복합적으로 넣어 도보 30분 내에서 모두 가능하게 하겠다는 게 서울시의 구상이어서다. 오 시장은 “특별법 제정이 비욘드 조닝을 앞당길 수 있는 견인차 구실을 해주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특별법 추진과 연관성이 있는 대표적인 도심 복합개발 구상으로는 오 시장이 녹지생태도심 조성을 공언한 ‘종묘~퇴계로 일대 재정비사업’이 있다. 고(故) 박원순 전 시장 때 보존을 추진한 세운상가와 공중보행로는 철거하고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 일대를 포함해 약 14만㎡의 녹지 조성과 도심 고밀·복합개발을 동시에 추진하는 내용이다.

“수천억 썼는데 또 뒤집나”, “지역 특수성 고려해야”

오세훈 서울시장이 '녹지생태도심 재창조 전략'을 발표한 지난달 21일 오후 서울 중구 세운재정비촉진지구 세운 5구역을 둘러보고 있다. [뉴스1]

오세훈 서울시장이 '녹지생태도심 재창조 전략'을 발표한 지난달 21일 오후 서울 중구 세운재정비촉진지구 세운 5구역을 둘러보고 있다. [뉴스1]

그러나 일부 낙후지역 주민들은 이런 움직임에 대해 우려를 표하는 분위기도 강하다. 세운상가 인근에서 32년째 전자공구 점포를 운영 중인 박기운(62·남)씨는 “바로 옆 예지동이 재개발에 들어갔지만, 세입자들이 (임대료 등이) 비싸서 못 들어오고 있다”며 “수십년간 이곳에서 장사한 사람들인데 녹지 때문에 나가라 하면 갈 데가 어디 있겠냐. 이미 전임 시장 때 도시재생사업으로 수천억이 들어갔는데 다시 뜯어고치는 게 무슨 돈 낭비인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도시계획 전문가들도 신중론을 펼치고 있다. 이승주 서경대 도시공학과 교수는 “서울은 이미 개발이 완료된 인구 1000만의 도시인데 개발시대에 만들어진 용도관리체계를 계속 적용하는 건 난센스”라면서도 “다만 해외에서 운동장 없는 학교 등을 만들었다고 해서 막연히 따라 해선 안 된다. 서울은 학교 외 커뮤니티 시설 등이 거의 없기 때문에 지역별 특수성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상업지역과 주거지역이 혼합되면 주거지 인구밀도가 올라가고, 교통·환경·교육 문제가 새롭게 나타날 수 있다”며 “용적률 완화 역시 ‘투기 시그널’을 줄 수 있다는 점에서 대책 마련도 병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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