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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역대 최고수출에도, 무역수지 -27억 달러 적자 커졌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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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지난달 무역수지가 또 적자를 기록했다. 높아진 에너지와 원자재 가격이 쉽게 잡히지 않고 있는 가운데, 원화 값마저 빠르게 내려가고 있어서다. 무역적자가 일시적이지 않을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면서 재정과 경상수지가 모두 적자를 보는 ‘쌍둥이 적자’ 가능성까지 제기되고 있다.

1일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달 수출액이 576억9000만 달러(약 72조8600억원)로 지난해 4월과 비교해 12.6% 늘었다고 밝혔다. 4월 기준 역대 최고 수출액이다. 하지만 같은 기간 수입액은 603억5000만 달러로 18.6% 증가하며 수출액을 뛰어넘었다. 이 때문에 무역수지(수출액-수입액)도 26억6000만 달러 적자를 봤다. 3월(-1억1500만 달러)과 비교해 적자 폭이 오히려 더 커지면서 두 달 연속 적자를 이어갔다.

최근 주요품목 월별 수입액 추이.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최근 주요품목 월별 수입액 추이.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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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역수지가 두 달 연속 적자를 기록한 것은 올해 초를 제외하면 2008년 미국발(發) 금융위기 이후 처음이다. 코로나19 확산 이후 줄곧 흑자였던 무역수지는 지난해 12월 처음 20개월 만에 적자로 돌아섰다. 올해 들어서는 2월을 제외하고 모든 달의 수입액이 수출액보다 많았다.

올해 들어 무역수지가 계속 적자를 내는 것은 높아진 물가 때문이다. 지정학적 분쟁 등으로 인한 공급망 차질이 장기화하면서 에너지와 원자재 가격이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여기에 미국의 금융 긴축 정책으로 달러당 원화 가치가 하락하면서 수입 물가 부담을 배가시켰다.

실제 지난달 3대 에너지(원유·가스·석탄) 수입액은 148억1000만 달러로 지난해 4월 수입액 77억2000만 달러와 비교해 91.8%(70억9000만 달러) 급증했다. 에너지 사용량이 많은 겨울철인 올 2월 수입액(124억8000만 달러)보다도 많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사태가 길어지면서, 국제유가가 봄철에도 고공행진을 이어간 탓이다.

세계 곡창 지대인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전쟁을 치르면서 밀·옥수수 가격도 급등했다. 지난달 농산물 수입액(24억 달러)은 월간 기준 역대 두 번째로 많았다. 여기에 에너지 가격 상승세로 인한 전력난에 알루미늄괴(26.1%)·구리광(53.5%) 같은 비철금속 수입액도 전년보다 많이 증가했다. 중간재 품목인 반도체(21.8%)·철강제품(10.3%) 수입액도 1년 전보다 늘었다.

문승욱 산업부 장관은 “우크라이나 사태 장기화, 글로벌 인플레이션 우려, 공급망 불안 등의 여파로 세계 경제 전망이 하향 조정되고 있는바, 대외 의존도가 높은 우리 경제에 부담을 주는 환경”이라고 했다.

무역수지 악화 상황이 길어지면서 1997년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이후 25년 만에 ‘쌍둥이 적자’(재정수지와 경상수지 모두 적자)를 볼 가능성까지 거론된다. 특히 경상수지는 무역적자 폭에 좌우되는 경향이 크다. 실제 월간 기준 역대 최대 무역적자를 기록했던 올해 1월, 경상수지 흑자 폭(18억1000만 달러)도 전년 대비 49억7000만 달러 줄었다.

재정수지는 문재인 정부의 확장 재정 기조에 최근 코로나19 지원 대책 등이 겹치면서 4년 연속 적자를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1차 추가경정예산 기준 정부가 예측한 올해 전체 통합재정수지(총수입에서 총지출을 뺀 것)는 70조8000억원 적자로 적자 폭이 역대 두 번째로 크다. 올해 2월까지 정부의 실질적인 재정 상태를 보여주는 관리재정수지(통합재정수지에서 사회보장기금 수지 제외)도 20조원 적자로 집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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