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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천연가스 무기화에 유럽 "러 화석연료 시대 끝날 것"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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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현지시간) 마테우슈 모라비에츠키 폴란드 총리가 바르샤브 인근에 있는 가스 주유소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AP=연합뉴스]

27일(현지시간) 마테우슈 모라비에츠키 폴란드 총리가 바르샤브 인근에 있는 가스 주유소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AP=연합뉴스]

러시아와 유럽 간 '에너지 전쟁'이 불 붙었다. 27일(현지시간) 러시아가 폴란드·불가리아에 대한 천연가스 공급을 중단하자 유럽연합(EU)은 이를 유럽에 대한 '협박'으로 간주하고 강경 대응에 나설 태세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은 “러시아는 안정적인 가스 거래처가 아니라는 점이 드러났다”면서 “러시아산 가스의 대체 물량을 확보하고 비축량을 확대하기 위해 노력해왔다”고 말했다. 단기 대응책이 아닌 장기 대안 마련에 나설 뜻도 내비쳤다. 그는 “유럽에서 러시아 화석연료의 시대는 종말을 고할 것”이라며 “EU는 다음 달 중 녹색 전환을 가속하기 위한 계획을 발표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도 “유럽이 러시아와 (중요한 자원 등을) 무역에 의존할 수 없다는 것을 빨리 인식할수록 유럽 시장의 더 빨리 안정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러시아 거대 에너지기업 가스프롬은 4월분 천연가스 대금을 루블화로 받지 못했기 때문에 폴란드·불가리아에 대해 가스 공급을 중단했다고 밝혔다. 앞서 지난달 말 러시아는 루블화 결제를 따르지 않으면 공급을 차단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루블화 결제 요구는 러시아가 서방의 제재를 피하기 위한 수단으로 제시됐다.

폰데어라이엔 위원장은 폴란드와 불가리아의 상황에 대해 “인접국들이 가스를 공급할 것”이라며 “유럽이 엄청난 연대를 보여주는 중”이라고 했다. 폴란드 국영 가스기업 PGNiG는 1분기 가스 수입의 53%를 러시아 가스 국영회사 가스프롬으로부터 샀다. 불가리아는 80%에 달한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 집행위원회 위원장이 27일(현지시간) 브뤼셀에 있는 EU 본부에서 러시아의 가스 공급 중단 사태에 관한 성명을 발표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 집행위원회 위원장이 27일(현지시간) 브뤼셀에 있는 EU 본부에서 러시아의 가스 공급 중단 사태에 관한 성명을 발표하고 있다. [AP=연합뉴스]

미국과 한국 등도 지원에 나섰다. 미 에너지부는 이날 자국 에너지기업 2곳의 가스 수출량을 하루 1415만㎥가량 추가로 늘릴 것이라고 밝혔다. 행선지를 말하진 않았지만, 유럽을 염두에 둔 조치로 풀이된다. 또 로이터통신은 익명의 관계자를 인용해 한국이 서방의 요청에 따라 액화천연가스(LNG) 물량 일부를 유럽으로 보내기로 했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유럽은 전체 가스 소비량 중 3분의 1을 러시아에 의존하고 있어 이를 완전히 대체하기엔 시간과 돈이 들어간다. 영국 시사 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이미 유럽의 가스 가격은 1년 전보다 6배 폭등했다며, 러시아의 '에너지 무기화'가 심화해 유럽 경제대국 독일까지 영향을 미친다면 가격은 치솟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잭 샤플스 옥스퍼드에너지연구소 연구원은 “유럽에 대한 러시아의 가스 공급이 완전히 끊기면 세계적인 경기 침체가 올 수 있다”며 “러시아의 에너지 게임이 점점 더 무서워지고 있다”고 말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폴란드·불가리아에 가스 공급이 중단된 27일 유럽 가스(네덜란드 TTF 5월물 기준) 가격은 지난 25일보다 15.7% 올랐다.

27일(현지시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열린 러시아 의회에서 연설하고 있다.[AFP=연합뉴스]

27일(현지시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열린 러시아 의회에서 연설하고 있다.[AFP=연합뉴스]

초점은 폴란드·불가리아 다음 타깃으로 모인다. 이날 러시아 리아노브스티 통신은 핀란드가 가스대금 루블화 결제를 거부했다고 보도했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어떤 국가든 루블화로 대금을 결제하지 않는 국가는 가스 차단에 직면할 것”이라고 말했다. 러시아의 이와 같은 태도를 볼 때 다른 유럽 국가도 가스 공급 차단을 맞게 될 것이라고 외신은 보도했다.

유럽은 ‘에너지 연대’로 러시아에 맞설 방침이다. 유럽 국가들은 내달 2일 프랑스에서 EU 에너지 장관 회의를 열고 러시아의 에너지 무기화에 대한 대처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라고 로이터가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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