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게 대란 이어 '참돔 대란'…고급 참돔회 한접시 2만원 이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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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 통영 양식장에서 어민이 4kg 이상 대형 참돔을 보이고 있다. [사진 이마트]

주말이면 가족들과 함께 회 한 접시를 즐기는 주부 김모(64)씨는 28일 오전 서울의 대형마트 수산물 코너를 보고 발길을 멈췄다. 고급 횟집에서나 먹을 수 있는 묵직한 참돔 한 접시가 2만원 이하에 팔렸기 때문이다. 판매대 직원은 “주말에는 물량이 일찍 소진될 수 있다”며 “평일이지만 지금 사는 게 좋다”고 말했다.

28일 이마트는 이날부터 다음 달 4일까지 일주일 동안 대형 참돔회를 할인 판매한다고 밝혔다. 장기간 진행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상황으로 양식 어장에서 외국인 노동 인력이 줄고, 최근 유가가 급등하면서 운송비도 오르면서 고급 횟집으로 가야 할 수산물을 대량으로 구매해 할인 행사를 준비했다.

어른 손가락보다 굵은 참돔 한 접시 2만원 이하

4kg급 대형 참돔을 행사 카드로 구매하면 20% 할인을 받을 수도 있다. 이날 서울 강남구 이마트 역삼점에 진열된 450g 내외 참돔 한 접시가 4만4500원에 표기돼 팔렸다. 삼성카드‧국민카드 등 할인 카드로 결제할 경우 여기가 20% 할인 돼 3만5600원에 구매할 수 있다. 225g 내외 작은 접시는 1만9600원에도 구매가 가능하다. 참돔은 어른 손가락보다 굵은 크기로 잘려 두툼해 보였다. 이마트에서 그동안 판매해 온 참돔회는 양식 기간이 36개월 안팎인 1.7∼2kg 크기였다. 이에 비해 4kg급 참돔은 양식 기간이 60개월 이상 걸려 고급 횟집에서 주로 판매돼 왔다. 참돔은 경남 남해나 통영 등 같은 따뜻한 바다에서 주로 양식된다.

최근 유가 상승으로 대형 참돔을 살아있는 상태로 배송하는데 필요한 활어차 물류비도 크게 올랐다. 한국석유공사 오피넷에 따르면 최근 유가는 1L당 1970원대를 기록하고 있다. 지난 3월에는 2000원을 넘기기도 했다. 지난해 4월 전국 유가는 1400원대였다. 경남 통영에서 횟감 참돔을 유통하는 류청환 부일 지사장은 “서울이나 인천 고급 횟집에 대형 참돔이 주로 납품됐는데 기름값이 40% 이상 오르니 활어차 운송 기사들에게 적은 양으로 운반을 부탁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라고 전했다.

4kg 이상 대형 참돔(아래)와 소형 참돔(위). [사진 이마트]

양식 사료비 역시 국제 곡물가격 상승 여파로 최근 20%가량 상승했다. 어장에서 자라는 참돔에는 청어나 전갱이와 같은 작은 물고기와 배합 사료를 섞어서 준다. 배합 사료 주재료가 대두나 옥수수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국제 옥수수 가격은 9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다. 최근 미국 시카고상품거래소에서 거래량이 가장 많은 7월 인도분 옥수수 선물 가격은 부셸(약 25.4㎏)당 장중 8달러를 넘겨 2012년 9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우크라이나는 2020년 전 세계 옥수수 수출량의 13.2%를 공급한 주요 수출국이다.

코로나로 일 몰릴 때 쓰는 외국인 노동자 없어

코로나19 장기화로 베트남 등에서 오는 외국인 노동자를 받을 수 없는 것도 가격 상승 원인이다. 참돔 양식장에서 그물을 옮겨 작은 어장으로 몰이를 하거나 사료를 주는 걸 모두 사람 손으로 한다. 류청환 지사장은 “장기 비자를 받은 외국인 노동자는 일을 계속하고 있지만 코로나19 상황이 오래되면서 일이 몰릴 때 단기로 쓸 수 있는 인력은 받을 수 없다”고 말했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고용허가제 노동자는 2020년 말 기준 23만6000여명으로 1년 전보다 4만명 줄었다. 방문 취업은 15만4000여명으로 줄어 7만명 넘게 감소했다.

이마트는 4㎏ 이상 참돔을 30t 물량으로 한 번에 계약해 할인 행사를 준비했다. 행사는 전국 이마트에 동시에 진행된다. 고급 횟집이나 수산시장에서 추가 금액을 주고 맛 볼 수 있었던 참돔 껍질회도 선보인다. 김상민 이마트 생선회 바이어는 “껍질을 살짝 익혀 쫄깃한 식감이 있는 참돔 껍질회는 보통 참돔 한 마리를 통째로 구매해야 맛볼 수 있는 최고급 회”라고 소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