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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5조' 트위터 인수하며 세금 피했다, 머스크 기묘한 수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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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 AFP=연합뉴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 AFP=연합뉴스

소셜미디어(SNS) 트위터를 440억 달러(약 55조 원)에 인수한 일론 머스크(사진)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인수자금 대부분을 대출로 마련하는 방법으로 세금을 피해 논란이 되고 있다. 머스크가 소방관·간호사 등보다 낮은 세율의 세금을 낸다며 '억만장자세'를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26일(현지시간)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머스크는 55조에 달하는 트위터 인수 자금 상당액을 세금 부과 대상이 아닌 부채로 채웠다. 머스크는 지난 21일 미국 증권거래위원회에 트위터 인수자금으로 465억 달러(58조3천억 원)를 마련하겠다고 신고했는데, 이 중 255억 달러(32조 원)는 은행 빚인 부채 조달(debt financing)이다. 부채 조달 중 125억 달러(15조7천억 원)는 자신의 테슬라 지분을 담보로 돈을 빌리는 방식이다.

블룸버그는 "세금 부과 대상이 아닌 머스크의 재산이 트위터 인수에 도움을 주고 있다"며 "머스크의 트위터 인수에서 침묵의 파트너는 미국 세법"이라고 지적했다.

실제 세계 최고 부자 중 한 명인 머스크의 재산 대부분은 테슬라 보유 주식이다. 평가액이 아무리 늘더라도 주식을 팔지 않는 한 세금을 내지 않는 구조다. 또한 부채에 붙는 이자는 세금 공제 대상이라는 혜택까지 주어진다.

물론, 머스크가 테슬라 주식을 팔아서 인수 자금의 나머지 부분을 조달할 가능성은 남아있다. 인수자금 중 210억 달러(26조3000억원)를 자기자본으로 조달하겠다고 했기 때문이다. 만약 그가 테슬라 지분을 처분하면 양도차익에 대한 세금을 내야 한다.

하지만, 머스크는 자기자본조달 방안을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만약 머스크가 트위터 인수 자금의 마지막 퍼즐을 채울 다른 투자자를 구하거나 스페이스X와 보링컴퍼니 등 비상장회사 지분을 담보로 대출을 추가로 받는다면 그는 세금 부담 없이 트위터를 인수하게 된다.

이에 대해 미국 조세경제정책연구소(ITEP)의 스티브 웸호프 정책국장은 "머스크는 정말 부자이면서도 세법에 정의된 과세소득 기준으로 봤을 때 트위터를 살 만큼 부유하지 않다"고 꼬집었다. 브루킹스 조세정책센터의 스티브 로즌솔 선임연구원도 머스크가 테슬라 주식을 팔아 세금을 내는 방식으로 인수자금을 조달하지 않고 주식을 담보로 돈을 빌렸다고 설명했다.

민주당에선 부유세 도입론이 다시 거론되기 시작했다. 엘리자베스 워런 상원의원은 "이번 거래는 민주주의에 위험하다. 머스크와 같은 억만장자들은 다른 규칙에 따라 행동하고 자신의 이익을 위해 권력을 축적한다"며 "빅 테크에 책임을 묻기 위한 부유세가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보니 왓슨 콜먼 하원의원은 "머스크는 소방관, 교사, 간호사보다 낮은 세율로 세금을 낸다"며 억만장자세 도입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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