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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 사과' 최악 민심 때 뭉쳤다…尹이 깍듯이 모시는 호남 4선 [尹의 사람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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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은 정치 검사가 아닌 국민의 검사로서 거악을 척결하고 공정과 정의를 지키는 일에 신명을 다 바쳤다.”

2021년 10월 29일 국회 소통관. 박주선 전 국회 부의장이 윤석열 대선 경선 후보를 공개 지지하자, 호남 여론은 크게 술렁였다. 당시는 윤 후보의 소위 ‘전두환 공과 발언’에 이어 반려견에게 사과를 건네는 SNS 사진으로 호남 민심이 최악으로 치닫던 때였다. 그런데, 광주 등 호남에서만 내리 4선을 한 그가 회견을 열고 윤 후보를 치켜세우며 지지를 호소한 것이다. 당장에 광주 정가에선 “철새”, “노욕” 같은 비판 성명이 쏟아졌다. 윤 당선인 측 관계자는 26일 통화에서 “당시 윤석열은 정치 입문 후 최대 위기였는데 '제발 도와달라'는 그의 손을 잡아 준 게 박주선 전 부의장이었다”며 “당선인은 지금도 참모들에게 ‘박 전 부의장을 각별히 잘 모시라’고 당부한다”고 전했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23일 오후 전남 신안군 하의도에 있는 고(故) 김대중 대통령 생가를 방문하기 위해 전남 목포시 항동에 있는 목포연안여객터미널에서 배에 오르기 전 박주선 전 국회의원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23일 오후 전남 신안군 하의도에 있는 고(故) 김대중 대통령 생가를 방문하기 위해 전남 목포시 항동에 있는 목포연안여객터미널에서 배에 오르기 전 박주선 전 국회의원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박 전 부의장은 왜 이런 비난을 무릅쓰고 지지 선언을 한 걸까. 그는 이날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윤 후보가 정치 초년병이기에 실수는 좀 있지만, 보석이 될 수 있는 원석 감이라고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하필 개 사과 논란 직후 지지 선언을 한 것에 대해선 “여론이 정말 최악이었는데 윤 후보 측에서 급히 도와달라는 요청이 왔다. 전쟁이 터졌는데 예비군으로 참전한다는 심정으로 회견을 열었다”고 회고했다. 윤 후보는 당시 직접 회견장을 찾아 박 전 부의장과 김동철 전 국민의당 원내대표의 손을 꼭 붙잡고는 허리를 숙였다.

박 전 부의장은 윤 당선인의 서울대 법대, 검찰 선배다. 사법시험에 수석 합격한 그는 대검 중앙수사부 1·2·3과장, 서울중앙지검 특수1·2부장 등을 지냈다. 윤 당선인과 같은 특수부 검사였다. 박 전 의장에 따르면 윤 당선인이 검찰총장 시절 '찍어내기' 공세를 당할 때 윤 당선인 측근에게 ‘검찰총장은 지금 호랑이 등에 탄 격인데 떨어지면 물리니 호랑이 목줄을 꽉 쥐고 목표까지 쭉 가야 한다’고 조언했다고 한다. 박 전 의장은 “내 얘기를 들은 윤 당선인이 전화가 와선 '검찰 대선배로서 제가 늘 존경해왔다. 대검 중앙수사부 과장으로 계실 때 평검사였던 제게 술을 주셨던 기억이 생생하다’고 하더라”고 전했다.

박 전 부의장은 현재 대통령취임준비위원장을 맡고 있다. 그는 “전직 대통령은 전례에 따라 모두 초청했지만, 이명박 전 대통령은 사면 문제가 해결되지 않아 어렵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또 “대선에서 경쟁했던 후보가 함께해 주면 너무 좋은 일이긴 한데, 선거 패배에 대한 아픈 상처를 더 키우거나 오히려 상기시키는 계기가 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있다”며 “이재명 전 경기지사를 초청하는 것은 무리라는 내부 결론을 내렸다”고 전했다.

박주선 전 국회부의장과 바른미래당 김동철 전 원내대표가 2021년 10월 29일 오후 국회 소통관에서 국민의힘 윤석열 당시 대선 경선 후보를 지지하는 기자회견을 한 뒤 윤 후보와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박주선 전 국회부의장과 바른미래당 김동철 전 원내대표가 2021년 10월 29일 오후 국회 소통관에서 국민의힘 윤석열 당시 대선 경선 후보를 지지하는 기자회견을 한 뒤 윤 후보와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그는 최근까지 초대 국무총리 하마평에 오르는 등 윤석열 정부 중용설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이에 대해 박 전 부의장은 “취임식이 완료되면 저는 자연인으로 다시 돌아갈 것”이라며 “윤 당선인이 겸손한 대통령, 정직한 대통령 그리고 국민을 항상 가까이 모시는 대통령 되겠다는 약속을 지키는 모습을 지켜보겠다“고 말했다.

박 전 부의장은 검찰에 의해 4번 구속을 당했지만 4번 다 무죄를 받아 '불사조'라는 별명도 얻었다. 검찰 직접 수사에 가장 피해를 본 당사자인 그에게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법안에 대해 물었더니 의외의 답이 돌아왔다. “처절하게 제가 겪었잖아요. 개인 감정으로만 보면 검수완박에 반대할 이유가 없죠. 하지만 국민을 위해 무엇이 맞는지만 생각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그런 점에서 검수완박은 절대로 입법화 해서는 안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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