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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탄소화? 달성 못할 목표는 망상” 빌 게이츠가 따르는 과학자의 반문

중앙일보

입력

바츨라프 스밀. [유튜브 캡처]

바츨라프 스밀. [유튜브 캡처]

 환경과학 권위자인 바츨라프 스밀(79) 캐나다 매니토바대학교 명예교수가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획기적으로 줄이려는 탈탄소화 정책에 대해 “(목표대로) 실현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 22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와의 인터뷰에서 2030년까지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2010년 대비 45% 줄인다는 지난해 제26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에 대해 “달성할 수 없는 목표는 망상”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中·美·印·러, 감축안 서명하겠나”

내달 10일 신간 『세상은 정말로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가』의 출간을 앞두고 이뤄진 인터뷰에서 스밀 교수는 “가장 중요한 것은 규모”라며 “탄소배출량 감축을 위해선 적어도 중국과 미국, 인도, 러시아 등 배출량이 많은 국가가 함께해야 한다. 이들이 2030년까지 감축안에 서명할 가능성이 얼마나 되겠나”라고 지적했다. “(인구 14억명이 넘는) 중국은 매년 화력발전을 확대하고 있고, 독일은 2000년 탈탄소화 정책 이후 20년간 화석연료 사용률을 84%에서 고작 8% 줄이는 데 그쳤다”면서다.

바츨라프 스밀. [유튜브 캡처]

바츨라프 스밀. [유튜브 캡처]

그는 탐욕적인 소비 습관도 주요 원인으로 꼽으면서 “지구 온난화가 인류에게 시급한 유일한 문제는 아니다”라며 “세계의 약 10억명이 영양실조를 겪고 있고 최근 핵전쟁 위험도 부상했다”고 꼬집었다. 특히 “30년 넘게 지구 온난화는 언론의 헤드라인을 장식하고 있는데 탄소배출량은 매년 꾸준히 늘고 있다”며 “치명적인 문제라고 계속 말하면서도 배출량을 줄이려는 노력은 왜 아무것도 하지 않나”라고 반문했다. 그는 “요점은 모든 배우(국가)들이 한 무대에 함께 서야 한다는 것”이라며 “그게 문제”라고 지적했다.

스밀 교수는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러시아산 천연가스와 석유 수입이 어려워지면서 에너지 전환에 속도가 붙을 것이란 전망에도 부정적 입장을 내놨다. 그는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에너지 정책을) 전략적으로 재고할 순 있지만 (파이프라인 교체 등 현실적으로) 빠르게 움직일 순 없다”고 했다. 또 “문제를 해결하려면 덜 정치적이어야 한다. 해결책은 결코 극단에서 찾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지금도 수십억명은 화석연료를 더 많이 쓰고 싶어 한다. 그들은 대안이 없는 한 계속해서 태울 것”이라며 “그 대안은 누가 줄 것인가. 우리는 현실을 인지해야 하고, 그 현실은 불쾌하고 우울한 경향이 있다”고 했다.

빌 게이츠 “스타워즈 팬처럼 다음 책 기다려”

마이크로소프트(MS) 창업자 빌 게이츠(오른쪽)는 '최애' 지식인으로 바츨라프 스밀 교수를 꼽는다. [유튜브 캡처]

마이크로소프트(MS) 창업자 빌 게이츠(오른쪽)는 '최애' 지식인으로 바츨라프 스밀 교수를 꼽는다. [유튜브 캡처]

체코 출신 캐나다 국적의 스밀 교수는 세계적인 환경과학자이자 경제사학자로 꼽힌다. 에너지를 중심으로 인류 문명사를 다루는 거시적 관점의 책을 주로 쓴다. 국내에선 지난해 『숫자는 어떻게 진실을 말하는가』 한국어판이 출간됐다. 프라하 대학교에서 자연과학을 공부한 후 소련이 체코슬로바키아를 침공하자 미국으로 건너가 펜실베이니아 대학에서 지리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1972년 캐나다 매니토바 대학교 교수로 임용된 후 지금까지 51년째 몸담고 있다. 그동안 교수회의에 딱 한 번 참석했고, 휴대전화도 사용하지 않는 은둔자로 알려졌다.

그의 모든 책을 다 읽었다는 마이크로소프트(MS) 창업자 빌 게이츠는 “스타워즈 시리즈를 기다리는 팬처럼 나는 스밀의 다음 책을 기다린다”고 말할 정도로 그의 열렬한 팬이다. 스밀 교수도 “나는 영원히 빌 게이츠의 과학자가 될 것”이라고 화답하기도 했다. 그는 2000년 세계 에너지와 환경정책에 기여한 공로로 비미국인 최초로 미국과학진흥회(AAAS)의 ‘과학기술의 대중이해상’을 받았고, 2013년 캐나다에서 민간인으론 최고 등급인 캔다 훈장을 받았다. 2010년 미국 포린폴리시의 ‘세계적 사상가 100인’에 선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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