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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완다에 돈 주고 불법입국자 보낸다' 논란의 해법 낸 英 장관

중앙일보

입력

지난해 10월 영국 보수당 회의에서 연설 중인 프리티 파텔 영국 내무장관. AP=연합뉴스

지난해 10월 영국 보수당 회의에서 연설 중인 프리티 파텔 영국 내무장관. AP=연합뉴스

 영국 정부가 난민 신청자를 포함한 불법 입국자들을 아프리카 르완다에 보내기로 했다. 르완다는 그 대가로 영국 정부로부터 1억200만 파운드(약 1931억원)를 받는다. 프리티 파텔(50) 영국 내무장관은 르완다를 방문해 지난 14일(현지시간) 이런 내용의 협정을 직접 체결했다. 이를 두고 유엔난민기구(UNHCR)와 캔터베리 전·현직 대주교들을 중심으로 “인간과 돈을 맞바꾼 비인도적 처사”라는 비난이 쏟아졌다.

파텔 장관은 18일 영국 일간 더 타임스에 빈센트 비루타 르완다 외무장관과 공동 작성한 기고문에서 “(이번 협정은) 대담하고 혁신적인 조치”라며 “이 계획을 비판하는 기관이 자체적인 대안을 내놓지 못한다는 게 놀랍다”고 반박했다. “우리의 목표는 난민에 대한 인도적 지원과 호스트 국가(르완다)의 인적 자원 확보, 이주민의 안전한 삶을 제공하는 것”이라면서다.

그는 “인신매매 조직은 현재의 망명 시스템을 악용해 이주민들에게 위험한 여행을 강요하면서 돈을 번다”며 “이 시스템은 범죄 조직에 돈을 낼 여유가 있는 사람들에게만 유리하기 때문에 매우 불공평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협정은 범죄조직의 비즈니스 모델을 붕괴시키고 이주민들이 목숨을 위태롭게 하지 못 하게 할 것”이라며 “이주민들은 호스트 국가에서 환영받고 안전을 보장받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대표적 보수주의자…총리 하마평에도

프리티 파텔 영국 내무장관(왼쪽)이 14일(현지시간) 르완다 키갈리에서 열린 공동 기자회견에서 빈센트 비루타 르완다 외무장관과 이주민 관련 협약서를 작성한 뒤 악수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프리티 파텔 영국 내무장관(왼쪽)이 14일(현지시간) 르완다 키갈리에서 열린 공동 기자회견에서 빈센트 비루타 르완다 외무장관과 이주민 관련 협약서를 작성한 뒤 악수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우간다계 인도인 혈통으로 런던에서 태어난 파텔 장관은 영국의 대표적인 보수 정치인이다. 독일 공영방송 도이체벨레(DW)는 최근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가 코로나19 방역지침 위반 혐의로 벌금형을 받은 이른바 ‘파티 게이트’로 불신임 위기에 처하자 후임 하마평에 오른 5명 중 한 명으로 파텔 장관을 꼽기도 했다. 보수당 청년당원으로 활동하면서 매료된 마거릿 대처 전 총리를 롤모델로 꼽는다.

그는 영국 킬 대학과 에식스 대학에서 정치학과 경제학을 공부한 뒤 글로벌 커뮤니케이션 기업인 웨버샌드윅에서 근무했다. 2005년 총선에서 낙선한 뒤 2010년 데이비드 캐머런 총리의 공천을 받아 보수당 소속으로 하원의원에 당선되면서 정계에 공식 진출했다. 2016년 브렉시트 국민투표에선 대표적인 탈퇴파였다. 그는 “EU가 비민주적이고 일상에 너무 많이 간섭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2014년 재무부, 2015년 노동연금부를 거쳐 2016년 국제개발부 장관까지 됐지만, 이듬해 11월 이스라엘 정부와 정치 스캔들에 휘말려 사퇴했다. 그해 7월 파텔 장관이 개인 휴가 중 영국 외무부에 알리지 않고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를 비롯해 이스라엘 정·재계 인사들과 수차례 회동한 사실이 뒤늦게 드러나면서다. 장관법 위반 논란이 이어지자 그는 “각료로서 높은 기준에 미치지 못했다”며 사임했다.

직장 내 괴롭힘 등 계속되는 논란  

지난 2월 9일 런던 영국박물관에서 열린 브리티시-아시안 트러스트 행사에 참석한 파텔 장관. EPA=연합뉴스

지난 2월 9일 런던 영국박물관에서 열린 브리티시-아시안 트러스트 행사에 참석한 파텔 장관. EPA=연합뉴스

2019년 존슨 내각 내무장관으로 돌아온 후에도 그에 관한 논란은 끊이지 않았다. 직장 내 괴롭힘 사건이 대표적이다. 2020년 2월 내무차관 필립 루트남 경은 “파텔 장관이 직원들에게 부적절한 업무 지시와 폭언을 일삼았다”며 “직원들을 보호하려다가 사실상 강제해고 당했다”라고 주장했다. 9개월 후 정부 조사 결과 해당 의혹은 사실로 드러났지만, 존슨 총리는 “파텔 장관을 전적으로 신뢰한다”며 사퇴 요구를 일축했다.

그는 그해 6월 브리스톨에서 미국 인종차별의 상징이 된 조지 플로이드 사건과 관련해 발생한 인종차별 반대 시위에 대해 “끔찍하다”고 하거나, 이듬해 잉글랜드 축구 대표팀이 유로 2020 경기를 앞두고 인종차별에 반대하는 뜻으로 무릎을 꿇자 “제스처 정치”라고 비판했다. 또 장관 퇴임 2년도 안 돼 미국 위성통신기업 비아샛 전략고문으로 시간당 1000파운드를 받아 장관법 위반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다.

파텔 장관은 보수주의자지만, 지난 1월 합의된 동성 간 성행위로 인해 과거 유죄판결을 받은 남성들을 일괄 사면하고 전과 기록을 삭제키로 한 건 그의 업적으로 꼽힌다. 그는 “과거의 잘못을 바로잡는 것이 이번 조치의 목적”이라며 “혐의가 철폐됐으니 동성 간 합의된 활동에 대한 유죄판결도 묵살하는 게 마땅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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