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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업과 우정 사이…망가진 “CNN의 미래” 파워게임 속사정

중앙일보

입력

CNN은 안팎으로 시끄러운 시기를 보내고 있다. AP=연합뉴스

CNN은 안팎으로 시끄러운 시기를 보내고 있다. AP=연합뉴스

CNN이 “우리의 미래”라고 자신했던 뉴스 스트리밍 서비스, CNN+를 돌연 중단한 배경엔 경영진 간의 파워게임이 있었다. 권력 투쟁의 전투가 끝난 결과가 CNN+의 중단이다. 지난 3월 29일(현지시간) 서비스를 시작했으나 한 달이 채 안 된 이달 21일 중단 선고가 내려졌다. CNN+의 단명을 둔 승자와 패자는 명확하다. 승자는 데이비드 자슬라브, 워너브라더스 디스커버리의 최고경영자(CEO)다. 패자는 제프 저커 CNN 전 CEO다. 한때 친구사이였던 이들은 이제 철천지원수가 됐다.

저커의 완패는 CNN+의 생명뿐 아니라 그의 사장직 수명도 끝냈다. 저커는 CNN을 지난 2월 사임하겠다고 발표했다. 둘의 우정은 한때 꽤나 돈독했다. 뉴욕타임스(NYT)의 24일 보도에 따르면 저커는자슬라브를 두고 “그를 친구로 둔 것은 큰 행운”이라고 말한 적이 있다고 한다. NYT는 “저커와자슬라브는 지난 2월 이후 서로 말을 한 마디도 섞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데이비드 자슬라브. 로이터=연합뉴스

데이비드 자슬라브. 로이터=연합뉴스

CNN+는 저커에게 있어선 CNN의 미래 핵심 먹거리였다. CNN은 애틀란타에 본사가 있지만 저커는 CNN+의 본사는 일부러 뉴욕 맨해튼 심장부로 정했다. 폭스뉴스의 간판이었던 크리스 월레스도 CNN+를 염두에 두고 영입했고, 최고의 팀을 꾸렸다. 넷플릭스부터 디즈니ㆍ애플 등이 스트리밍 서비스에 뛰어들면서, 저커는 CNN의 특장점인 뉴스로 스트리밍 업계에서 승부를 보겠다는 원대한 계획을 세웠던 것. 그러나 스트리밍 서비스는 이미 레드오션이었던 데다 뉴스만 다루는 CNN+를 소비자들은 달가워하지 않았다. CNN+는 서비스 시작 이후 유료 구독자가 1만명에 불과했다. 처참한 숫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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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N의 새 주인인 워너브라더스 디스커버리의 자슬라브는 이 숫자를 듣고 경악했다고 한다 NYT는 10여명의 내부 익명 소식통을 취재한 결과라며 “자슬라브는 직원들과 파스트와 아이스크림을 먹으며 인사를 나누던 중 (CNN+의( 구독자 수가 1만명이 채 안 된다는 전화를 한 통 받았다”며 “사흘 후 그는 핵심 관계자를 불러들여 회의를 한 뒤 ‘접자’는 결론을 내렸다”고 전했다.

제프 저커 전 CNN CEO. 로이터=연합뉴스

제프 저커 전 CNN CEO. 로이터=연합뉴스

CNN+의 중단을 두고 NYT는 “최근 미디어 관련 기업의 가장 큰 대참사”라고 표현했다. 그도 그럴 것이, CNN+를꾸리는 데 투입된 비용은 3억 달러(약 3700억원)에 달하기 때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과 갈등을 빚으며 험로를 걸어왔던 CNN이지만 조 바이든 대통령 취임 후에도 가시밭길은 이어지고 있다. CNN 보도가 특정 정치적 색채가 과도하다는 비판도 쏟아지고 있는 데다, 한때 스타 앵커였던 크리스 쿠오모는 형 앤드루 쿠오모 전 뉴욕시장의 성추행 스캔들 와중에 사퇴했다. 쿠오모 앵커는 형을 감싸려 했다는 비판도 받았다. 그럼에도 경영진은 높은 시청률을 고려하느라 그의 사퇴 관련 결정을 좀처럼 내리지 못했고, 안팎의 비판은 더 거세지는 결과를 낳았다.

CNN+는 이 와중에 CNN에 치명타를 날린 셈이다. CNN+ 중단 결정을 자슬라브가 신속하게 내린 배경엔 CNN의 부활을 위해선 대 수술이 필요하다는 의도 역시 녹아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패자인 저커의 후임으로 CNN을 이끌게 된 자슬라브의 오른팔인 크리스 리히트 신임 CEO는 CNN 내부 직원들에게 이런 메시지를 보냈다고 한다. “CNN+는 문을 닫았지만 CNN+의 구성원들의 잘못이 아니다. 나는 여러분들을 신뢰하고 자랑스럽게 여긴다. 계속 열심히 임해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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