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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문장으로 읽는 책

김겨울 외 『아니요, 그건 빼주세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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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양성희 기자 중앙일보 칼럼니스트
아니요, 그건 빼주세요

아니요, 그건 빼주세요

나는 민트초코의 맛이 싫다. 민트에는 묵직하고 진한 초코의 농도가 완전 안 어울린다. 초코는 입을 꼬옥 다물고 혼자서 음미하는 허밍 같은 맛이다. 반면 민트는 입술을 오므려 바람을 만들어 부는 휘파람 같은 맛. 휘파람 같은 민트에는 가볍고 옅고 투명한 농도의 것들이 어울린다. 이를테면 민트사탕, 민트껌, 민트티 같은 것들. 묵직하고 진한 농도와 여운을 나 홀로 허밍 하듯 음미하는 초콜릿에, 휘파람 같은 민트라니. 휘유우우, 경솔한 맛에 바람이 샌다.

김겨울 외 『아니요, 그건 빼주세요』

취향 존중 시대에 맞는 책이다.  SNS엔 ‘좋아요’가 넘쳐나지만 ‘이 음식이 싫어요’ 외치는 이들이 모였다. 앉은 자리에서 후다닥 읽히는 짧은 글 모음집. 인용문은 민트초코를 싫어하는 ‘반민초파’ 고수리가 썼다. “세상에 초콜릿 이상의 형이상학은 없다”는 페르난도 페소아를 인용하며 “초콜릿이 너무 좋아서 민트초콜릿이 너무 싫다”고 했다. 300% 공감한다.

‘국민 간식’ 치킨이 싫은 사람, 몰캉한 외양과 달리 ‘노란 스펀지에 설탕 뿌린 맛’ 같은 마시멜로가 싫은 사람, 어린 시절 오빠 도시락 싸고 남은 김밥 ‘꽁다리’ 한 접시에 대한 서러운 기억을 떠올리는 사람, 사연이 제각각이다.

‘민초 반민초’ ‘부먹 찍먹’처럼 “그것에 대한 호불호 자체가 하나의 밈으로 자리 잡은 음식들. 각자의 취향에 소속감을 느끼며 편을 갈라 티격태격 다투는 사람들을 보고 있으면 한배에서 태어난 형제들과 엎치락뒤치락하며 싸움 흉내를 내는 새끼 고양이들의 모습이 떠오른다.” 파인애플이 들어간 하와이안 피자가 싫다는 하현의 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