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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 "대화로 풀어야" 김정은 "존경"…文 퇴임 앞두고 친서, 왜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문재인 대통령이 퇴임을 앞두고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친서를 교환했다.

2018년 4월 27일 문재인 대통령과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판문점 군사분계선을 사이에 두고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2018년 4월 27일 문재인 대통령과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판문점 군사분계선을 사이에 두고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친서 교환 사실은 22일 오전 북한 조선중앙통신의 보도를 통해 먼저 알려졌다. 그러자 박경미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오전 브리핑에서 “20일 문 대통령이 마지막 인사를 겸해 김 위원장에게 친서를 보냈고, 21일 저녁에 회신이 왔다”며 “두 정상 간 마지막 친서에 대해 북한이 신속하게 보도하면서 청와대도 상응한 발표를 하게 됐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20일 보낸 친서에서 남북대화가 희망한 곳까지 이르지 못한 데 대한 아쉬움을 표하며 “아쉬운 순간들이 벅찬 기억과 함께 교차하지만, 그래도 김 위원장과 손잡고 한반도 운명을 바꿀 확실한 한 걸음을 내디뎠다고 생각한다”며 “대화로 대결의 시대를 넘어야 하고, 북ㆍ미간 대화도 조속히 재개되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2018 남북정상회담이열린 27일 오전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함께 군사분계선(MDL)을 북측으로 넘어가고 있다. 2018.04.27

2018 남북정상회담이열린 27일 오전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함께 군사분계선(MDL)을 북측으로 넘어가고 있다. 2018.04.27

문 대통령은 이어 “남북이 만들어낸 판문점 선언과 평양 선언, 9ㆍ19군사합의가 통일의 밑거름이 돼야 한다”며 “남북의 노력이 한반도 평화의 귀중한 동력으로 되살아날 것을 언제나 믿고 기다리겠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대화의 진전은 다음 정부의 몫이 되었고, 김 위원장이 한반도 평화라는 대의를 간직하며 남북협력에 임해달라”고 당부했다.

문 대통령의 친서에 대해 김 위원장은 “평화와 번영을 위해 함께 했던 나날들이 감회 깊이 회고되었다”며 “우리가 희망했던 곳까지는 이르지 못했지만 남북관계의 이정표로 될 역사적인 선언들과 합의들을 내놓았고, 이는 지울 수 없는 성과”라고 회신했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27일 오전 판문점 평화의 집 2층 회담장에서 열린 남북정상회담에 앞서 기념촬영을 하며 함박웃음을 짓고 있다.판문점=한국공동사진기자단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27일 오전 판문점 평화의 집 2층 회담장에서 열린 남북정상회담에 앞서 기념촬영을 하며 함박웃음을 짓고 있다.판문점=한국공동사진기자단

김 위원장은 이어 “아쉬운 것들이 많지만 여직껏 기울여온 노력을 바탕으로 남과 북이 계속해 진함없이(변함없이) 정성을 쏟아 나간다면 얼마든지 남북관계가 민족의 기대에 맞게 개선되고 발전될 수 있다는 것이 변함없는 생각”이라며 “임기 마지막까지 민족의 대의를 위해 마음 써온 문 대통령의 고뇌와 수고, 열정에 대해 높이 평가하고 경의를 표하며, 문 대통령을 잊지 않고 퇴임 후에도 변함없이 존경할 것”이라고 했다.

문 대통령은 임기 중 마지막이 될 친서에서 ‘도발을 중단하라’는 명확한 표현을 쓰지 않았다. 이에 대해 청와대는 “대화로 대결의 시대를 넘어야 한다”는 말에 도발을 자제하라는 당부가 담겨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번 대화는 깊은 신뢰 속에 이뤄진 것으로, 앞으로 남북관계 발전의 밑거름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조선중앙통신도 이날 청와대 발표에 앞서 양 정상의 친서 교환 사실을 전하며 “깊은 신뢰심의 표시”라고 평가했다. 통신은 이어 “서로가 희망을 안고 진함없는 노력을 기울여나간다면 북남(남북) 관계가 민족의 염원과 기대에 맞게 개선되고 발전하게 될 것이라는 데 대해 견해를 같이 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날 북한의 보도 내용은 북한 주민이 직접 볼 수 있는 노동신문에는 실리지 않았다.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2019년 6월 30일 오후 판문점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배웅을 받으며 군사분계선을 넘어 북측으로 돌아가다 뒤돌아보고 있다. 연합뉴스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2019년 6월 30일 오후 판문점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배웅을 받으며 군사분계선을 넘어 북측으로 돌아가다 뒤돌아보고 있다. 연합뉴스

남북 정상은 2019년 북ㆍ미 정상 간의 ‘하노이 노딜’과 2020년 6월 북한이 일방적으로 통신선을 차단한 이후에도 수시로 친서를 교환해왔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남북 정상이)필요한 때 필요한 내용의 친서를 교환해왔다고 이해해달라”며 “(김 위원장의 회신에)긍정적, 희망적 표현이 담긴 것은 다행스럽다”고 평가했다.

이 관계자는 다만 “북한의 미사일 시험발사가 계속되고, 풍계리 핵실험 준비 활동도 있다”며 “친서가 (대화 재개 등)상황 변화를 예고한 것으로까지 해석하는 것은 어렵다. (문 대통령도)담담하게 친서를 받았다”고 했다. 김 위원장이 즉각 문 대통령의 친서에 화답했지만, 북한이 당장 도발을 중단할 가능성이 크지 않다는 의미다.

이 관계자는 김 위원장의 답방 가능성에 대해서도 “지금을 답방을 논의할 수 있는 국면이 아니다”라고 했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이제 한반도 대화와 평화는 다음 정부의 몫”이라며 “다음 정부에게 가장 상태를 충실하게 넘겨드리는 것이 마지막 소임이라고 생각해 문 대통령의 지시로 서훈 국가안보실장이 (윤석열 당선인에게) 두차례 상당한 분량의 브리핑을 했고, 인수위 외교분과와도 상당히 긴밀한 협의와 설명을 해오고 있다”고 말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할아버지인 김일성 주석의 110회 생일(태양절)을 맞아 지난 15일 평양 김일성광장에서 진행된 중앙보고대회 및 평양시 군중시위에 참석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16일 보도했다. 연합뉴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할아버지인 김일성 주석의 110회 생일(태양절)을 맞아 지난 15일 평양 김일성광장에서 진행된 중앙보고대회 및 평양시 군중시위에 참석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16일 보도했다. 연합뉴스

퇴임후 문 대통령이 남북 문제와 관련한 역할을 하게될 거란 관측에 대해선 “전직 대통령으로서 어떤 역할이 있다면 하실 수도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면서도 “당분간은 평화와 안정, 비핵화가 이뤄지기를 간절히 기대하는 마음으로 보통 국민의 한 사람으로 지내실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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